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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월호 | 전시리뷰 ]

《술회述懷 - 시대기물연구소 파도 2》_2025. 9. 19. ~10. 4
  • 차윤하 기자
  • 등록 2025-12-01 17:5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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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19. ~10. 4. 산수화 티 하우스


잊힌 주기 酒器, 일상으로의 귀환



“술을 마실 때 차를 대하듯 멋지고 우아하게 즐길 수는 없을까?” 산수화 티 하우스의 시대기물연구소 ‘파도’ 두 번째 전시 《술회述懷》는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진행된 이번 전시는 우리 문화에서 소외되고 잊혀진 주기酒器를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해 선보였다.


술회述懷는 ‘마음속 생각을 풀어놓다’는 뜻으로, 7명의 도예가들이 품고 있던 주기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고려와 조선시대 박물관에 가면 아름다운 주기들을 쉽게 만날 수 있지만, 빠르게 성장해온 현대 문화 속에서 술을 아름답게 마시는 풍류는 많이 사라졌다. 원샷 문화와 빠른 음주가 일상화되면서, 일본의 도쿠리(사케병)나 중국의 숙우(술잔에 술을 따라주는 용기) 같은 전용 주기 문화는 한국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시대기물연구소 ‘파도’의 철학

2024년부터 산수화 티 하우스가 조직한 시대기물연구소 ‘파도’는 전통 위에 살아가는 이 시대의 이야기를 기물에 담아 새로운 도구를 제안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왜?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각자의 답을 찾고, 그것을 기물로 구현한다. 도구의 변화가 행동과 관점, 감각에 영향을 준다는 믿음 아래, 작가들의 애정을 담은 작품을 통해 삶의 변화와 관점의 전환을 일으키고자 함이다. 전시 기획자 정혜주 산수화 티 하우스 대표는 “고려 때는 고려의 기물이 있었고 조선은 조선의 기물이 있었는데, 지금 우리 시대에 우리 시대의 기물이 있는가”라는 물음에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즉, 과거의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마음과 의미를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 하는 작업이다. 첫 번째 전시 《새로운 차의 맛》(2024년 10월)이 다기茶器를 주제로 했다면, 이번 《술회》는 소외된 주기와 종지에 주목했다.

전시의 핵심은 술도 차처럼 시간과 과정을 정성들여 마시면 그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차를 우리는 과정이 마음을 잇듯, 술 또한 정성스러운 그릇에 담아 시간과 마음을 들여 마시면 평범한 음주가 아닌 의미 있는 행위가 된다. 도구는 우리의 행동을 바꾸고, 새로운 시각과 감각을 열어준다. 전시장에는 투박하면서도 세련되고, 개성이 뚜렷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일곱 작가의 기물들이 펼쳐진다. 각 작가는 술을 담는 그릇과 종지를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했으며, 술의 종류 (막걸리, 청주, 소주, 백주 등)에 따라 어울리는 잔의 형태를 제안했다.


강영준 작가는 분청과 백자 작업으로 대장을 이용해 술을 떠서 마시는 방식을 제안했다. 도수가 높은 증류주를 위한 기물들을 선보이며, 밀양에서 작업하는 그는 단장요를 운영하고 있다. 


강영준 작가


김종훈 작가는 흥미롭게도 술을 전혀 못한다. “나도 한 병 마시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은 사이즈의 주기를 만들었 다. 술을 못하는 사람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크기의 잔을 제작해, 7명의 친구들이 각자 자신에게 맞는 잔으로 함께 원샷할 수 있게 했다. 따르는 소리에도 주목해, 목이 긴 형태로 술을 따를 때 소리가 길게 울릴 수 있도록 설계했다.


김종훈 작가


문지영 작가는 안주를 나눌 수 있는 합盒과 뚜껑이 있는 주기를 만들었다. “나는 엄마여서 그런지 뚜껑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는 그는, 따뜻하게 데웠을 때 열기가 빨리 식지 않고 차갑게 칠링했을 때도 온도가 유지되도록 뚜껑을 더한 주기를 선보였다.


문지영 작가


이태호 작가 역시 술을 못한다. 군대에서 억지로 마신 기억을 떠올리며, 술을 생각하면 필름이 끊기고 말이 많아지는 경험을 재미난 그림으로 표현했다. 평소 하지 못했던 말들을 용기 내서 꺼내는 것 같은, 논리적이지는 않지만 마음속 무언가를 드러내는 만화 같은 그림들이다. 바탕에는 ‘술 취해’를 의미하는 시옷, 치읓, 히읗이 숨어 있다.


이태호 작가



사진. 산수화 티 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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