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15. ~10. 26. 통인화랑
듣기의 회복을 위하여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정작 듣는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은 드물다. 도예가 이하린은 이번 개인전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낯선 질문을 던진다. 듣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귀는 소리를 받아들이는 기관에 그치는가?
이하린 작가는 그동안 인간의 두상과 관계를 주제로 작업해 왔다. 초기 작업에서 보여주었던 구체적이고 세밀한 두상 표현은 점차 추상적 형태로 변화했고, 이전 전시에서는 사람 사이의 관계로 주제를 확장했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는 더욱 과감하게 ‘듣기’라는 하나의 감각에 집중한다.
작가는 “지금 계속 좀 덜어내는 중”이라고 말한다. 형태적 간결함을 넘어 본질에 다가가려는 시도다. 구체적인 두상에서 관계로, 관계에서 다시 듣기라는 감각으로 좁혀가는 과정은 작가가 예술을 통해 인간 존재의 핵심에 접근하려는 여정으로 읽힌다.
왜 지금, 듣기인가. 작가가 ‘듣기’를 주제로 선택한 배경에는 개인적 경험과 시대적 고민이 겹쳐 있다. “나이 많으면 말이 많아지고 안 듣는다”는 작가의 말은 교육자로서의 성찰에서 비롯된 것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자신이 말을 많이 하게 되고, 정작 학생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지 못하고 있 다는 자각이 이번 작업의 출발점이 되었다.
「Golden ears」 26×26×28cm | 백자토, 유약, 차이나 페인트, 러스터 | 2025
더 나아가 작가는 현대사회의 소통 방식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젊은 세대가 실제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려워하게 되었고, 핸드폰을 통한 간접적 소통이 일상화 되면서 진정한 듣기의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세대론을 넘어선, 우리 사회 전체가 직면한 소통의 위기에 대한 그의 예술적 응답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귀를 직접적으로 재현하지 않은 작품들이다. 작가는 귀를 쌍으로 표현하되, 귀의 외형을 그대로 옮기기보다는 두 개의 형태가 양옆에서 세상을 듣는 구조적 특성에 주목했다. 어떤 작품은 두 개의 완만한 곡선이 서로를 향해 열려 있고, 다른 작품은 대칭을 이 루는 두 형태가 공간을 사이에 두고 대화하는 듯하다. 작가는 “귀의 형태를 도자로 표현할 때” 도전보다는 “두려움”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새로운 형태를 시도하면서 관객들에게 자신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될지에 대한 불안감 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두려움은 역설적으로 작품에 진정성을 부여한다.
작가는 “밝고 즐거운 모습만이 아니라 어둡고 무거운 부분도 함께 담아내야 한다”고 밝힌다. 듣기는 좋은 소리만 받아들이는 행위가 아니다. 때로는 듣고 싶지 않은 진실, 불편한 이야기, 고통스러운 목소리까지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진정한 듣기다. 작품들은 이러한 이중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부드러운 곡선과 날카로운 모서리, 밝은 색조와 어두운 그림자가 공존하며 듣기의 복합적 속성을 드러낸다. 귀는 “기억을 담고, 감정을 흔들고, 때로는 마음을 움직이는 문”이 되며, 감각기관을 넘어 우리 존재 전체와 연결된 매개체로 기능한다.
「Earphoria」 33×9×10cm | 백자토, 유약, 차이나 페인트, 러스터 |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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