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를 다시 배우는 수업
아산공예창작지원센터의 <마스터클래스>는 지역 기반 공예의 전통기법을 현대 창작자에게 체계적으로 전수하기 위해 만들어진 심화 교육 프로그램이다. 2023년 다회·옻칠, 2024년 한지·규방에 이어, 2025년에는 ‘지역 자생 식물의 채취와 가공’을 주제로 진행됐다.
창작자가 재료를 처음부터 다시 만나는 경험을 교육의 핵심으로 삼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는 흙, 유약, 광물 재료의 출발점을 잃어버린 채 작업하는 경우가 많은 도예 교육에도 깊은 시사점을 던진다.
온양민속박물관 아산공예창작지원센터 한소라 센터장 인터뷰
● 마스터클래스를 기획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두신 교육 철학은 무엇이었나요?
아산공예창작지원센터(이하, ASC)는 지역에서의 공예저변의 확대와 전문가역량 강화를 목표로 원데이클래스, 상시클래스,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스터클래스는 이미 한 분야의 제작(공예,창작 등)기술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다른 종류의 공예분야를 학습시킴으로써 실험과 창작을 지원하며, 작가의 창작활동을 보다 전문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특화프로그램입니다.
ASC에서는 공예를 중심으로 한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살이의 방법에 대해 고민하며 이를 공예적 삶의 방식과 옛선조의 삶의 방식을 바탕으로 연구합니다. 이러한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의 대안으로 자급자족의 실천을 생각하며 교육을 진행하였습니다. 자급자족은 전통을 방식이 아닌, 공예를 통한 회복의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 재료 채집부터 시작하는 방식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번 마스터클래스는 ASC가 2024년부터 추진해 온 지역소재연구사업의 연장선에서 출발했습니다. 지역 특화 공예소재를 발굴하고 지속 가능한 창작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 과정에서, 지역의 명장과 함께 공예소재로 사용이 가능한 한해살이·여러해살이 풀을 조사해 총 17종을 정리하고, 그중 10종을 선별해 소재샘플을 전시한 바 있습니다. 해당 작업에 대한 문의와 수요가 증가했지만, 한 명의 장인이 지속적으로 재료를 생산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숙련된 장인들은 자신이 사용할 만큼의 재료만 확보하고 있어 외부에 공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이는 창작자들이 연구된 재료를 필요로 하지만 안정된 사용이 어려운 제한 요소였습니다.
초고(풀) 공예는 사용되는 풀의 종류가 다양하고, 풀마다 생육 환경과 가공 방식이 모두 다릅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직접 채집하지 않고서는 공예 재료를 확보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지속가능한 공예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작가 개인이 재료 채집부터 가공, 활용까지 전 과정을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어야 다양한 기법을 적용해 창작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마스터클래스는 처음 단계인 채집부터 교육을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 채집–가공–창작의 전 과정을 함께하는 과정에서 작가들에게서 가장 두드러졌던 변화나 반응이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가장 큰 변화는 수업 참여자들이 ‘재료’에 대해 갖는 인식이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많은 창작자들은 필요할 때마다 온라인에서 손쉽게 재료와 도구를 구입해 작업하는 환경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런 이들이 짧은 시간 안에 직접 재료를 채집하고, 공예 재료로 가공하는 방법을 익히는 일은 결코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풀을 채집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비가 오는 날에도 논두렁을 건너고 산을 오르며, 때로는 늪지대까지 들어가 재료를 확보해야 했습니다. 채집한 풀은 종류마다 삶거나 찌고, 칼과 숟가락으로 껍질을 벗기거나 송곳으로 섬유를 찢어내는 등 각기 다른 세심한 가공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후 응달과 양달을 오가며 충분히 건조시켜야 비로소 섬유질을 얻을 수 있고, 그제야 풀을 꼬아 새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직접 경험한 작가들은 풀 한 줄기, 오라기 하나도 허투루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재료를 얻기까지의 수고와 시간, 자연의 조건이 개입된 과정을 몸소 체감한 덕분입니다.
또한, 참여 작가들은 전통 민속공예품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크게 확장되었습니다. 단순한 ‘풀’이 아니라, 노동과 기술, 자연의 순환이 모여 만들어낸 하나의 공예 재료로 인식하게 되면서 재료의 깊은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진. 박소민, 아산공예창작지원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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