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맞춤’은 안성에서 만든 유기에서 파생했다. 예로부터 ‘안성’은 대구, 전주 지역과 더불어 큰 장場이 서던 상업의 요충지로, 안성장에는 삼남三南에서 몰려드는 온갖 물산物産이 몰려들었다.1) 그중에 안성산 유기(놋그릇)가 가장 유명했다. 당시 ‘유기’를 만들던 곳이 안성만은 아니었지만, 안성 유기는 튼튼하고 질이 좋아 ‘좋은 물건’의 대명사였다. 안성 유기는 장에다 내다 팔기 위해 대량으로 만든 ‘장내기 유기’와 주문으로 만든 ‘맞춤 유기’의 두 종류로 생산했다. ‘안성맞춤’은 ‘장내기 유기’가 아닌 바로 ‘맞춤 유기’에서 생긴 말이다. 대중은 장날에 파는 ‘장내기 유기’를 사서 이용하고, 행세깨나 하는 집안에서는 직접 유기점에 맞춤으로 주문해서 사용했다. 소비자가 공장에 자신이 필요한 시기, 원하는 품목, 수량을 직접 주문하고 공장에서 소량 생산, 다품종 소비자 1:1 맞춤형으로 만든 물건이 안성맞춤이다. 지금 안성맞춤은 우리 시대 좋은 물건의 대명사, 장인정신의 동의어다. 한 가지 기술에 정통해 심혈을 기울여 최상의 제품을 만드는 철저한 직업 정신 그리고 시간이 더할수록 노하우가 쌓여 기술력과 품질에 대한 신뢰를 주는 전통을 중시하는 현 글로벌 브랜드의 트렌드를 고려할 때, 안성맞춤은 단순한 지역브랜드가 아니라 한국 공예의 장인 정신과 뛰어난 창의를 대변하는 ‘K-공예’ 브랜드 가치로 내세울 만하다.
그야말로 ‘K-공예’의 시대다. ‘K’는 한국만의 독창성, 혁신, 글로벌 경쟁력을 담보하는 인장과 같다, 언론과 공공기관, 정치권이 무분별하게 남용하면서 비판과 피로감도 존재하는 ‘K’. 그럼에도 한국공예 역시 다른 ‘K’ 장르처럼 될 수 있다는 희망이 난무한다. 그 중 한국 공예장에서 가장 공허하고 실체 없는 것이 ‘하이엔드 공예’다. 하이엔드 브랜드는 일반적으로 고급스러운 품질, 독창적인 디자인 그리고 제한된 접근성을 통해 소비자에게 매력을 발산하는 브랜드를 말한다. 최고 품질, 최고 성능, 혹은 최신의 사양을 갖춘 물건 그리고 품질과 가격의 상관관계에서 품질을 최우선으로 고집한다. 삶과 문화의 품격, 창의성, 인류가 마땅히 지속하고 발전시켜야 할 문화적 영속성 등 돈보다 중요한 가치를 지키고 고수하는 노력과 지속이 하이엔드다. 최근 한국공예의 하이엔드화를 위한 시도는 과도한 예술화 오브제화 경향과 표현의 쏠림, 실제 깊이에 비해 과도하게 제작에 들이는 작가의 공력이나 재료, 시간을 장인정신이나 개념미술처럼 포장하고 은폐하려는 시도들, 전승의 재료와 기법, 외형을 요즘 유행하는 한국스러움으로 포장하려는 시도가 많다. 이것으로 ‘더 하이엔드The High end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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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 안성 낙원역사공원에 있는 역대 군수들의 선정비 중에는 1841년 정만교 군수의 영세불망비(郡守鄭候晩敎永世不忘碑)가 있다. 안성 공장(工匠)들이 군수에게 특히 많은 은혜를 입었다는 글과 함께 비를 세운 수공업 장인들을 열거하였다. 거기에 나열된 장인은 유기점(鍮店), 주물점(鑄物店), 숟가락점(匙店), 갓점(笠店), 백동연죽점(煙竹店), 대장간(冶店), 목수점(木手店), 가죽제품점(皮店), 가죽신점(鞋店), 말제품점(馬鹿店) 등이 거론된다. 1841년 당시 이미 안성이 수공업 중심도시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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