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3. ~8. 2. 갤러리 기체
나의 모든 것
《내가 아닌 모든 것》은 표면적으로 ‘나’의 바깥을 지시하지만, 이 말을 입에 올리는 순간 머릿속에선 오히려 ‘나’라는 존재를 부각해 떠올리게 하는 역설과 연관된다. 따라서 여기서 언급되는 ‘내가 아닌 것들’은 곧 ‘나의 모든 것들’을 가리킨다. 두 작가는 성소수자 친구들이나, 아버지를 모델로 삼고 있어 작업의 방향이 ‘관찰자로서’ 다른 대상을 살피고 담아내는 데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그들이 견지하는 작업방식과 태도는 3인칭이 아니라 오히려 대상과의 거리를 좁혀 동일시하는 것에 더 가깝다.

김대운과 김지용에게 ‘대상과의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는 일은 중요한 관심사가 아니다. 오히려 김대운이 성소수자로서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는 주변인들을, 김지용이 존재론적 정체성을 부여해준 아버지를 모델로 선택하고 있는 점에서 그 정서적 거리는 매우 가깝다. 이 때문에 작업실 한켠에 서거나 앉은 ‘그’ 는 만들기, 그리기의 대상이면서 ‘나’의 자아를 투사하는 거울이다. 이제 그의 몸은 나의 몸이고, 그의 이야기는 곧 나의 이야기이다. 또한 작품 형식이나 방법론이 각기 다름에도 이렇듯 작업 과정에서 대상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혀 하나로 연결된 ‘나’로 설정하고 있는 것은 두 작가의 작업에서 눈에 띄는 점이다.

김대운「너와 나 우리 You, me, and us」 136.5×109.5×67cm |
Glazed Ceramic 점토, 유약 | 2025
김대운의 흙으로 빚어 구운 입체들은 단상 위에 단일하게 또는 여럿이 한데 덩어리로 뭉쳐진 형상들이다. 이번 전시 작품들을 위해 그는 여섯 명의 친구들을 불러 각각 작업 모델로 세웠다. 이들은 작업 안에서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대상들이면서, 트랜스젠더, 드랙퀸Drag queen, 남성 발레리나, 게이 등 각각 다른 개별성을 표출하는 신체들이다. 그는 모델로 선 인물의 표정, 몸짓, 감정선을 따라가면서 고유의 몸짓, 선을 겹치도록 하거나 쌓아가면서 흙으로 빚고, 그에 걸맞은 형태, 유약의 섞임이나 흘림 정도 등 의도하는 미적 감각을 구현하고자 형상 자체 또는 장식적 오브제나 버려진 도자기 등을 부분적으로 추가하면서 많게는 수차례까지 전기가마에 넣어 온도를 달리해가며 굽기를 거듭했다. 거울을 이용한 설치 형식의 신작 <너와 나 우리>는 터킹Tucking한 모델의 형상이 여섯 개의 동일한 포즈 입상으로 분화돼 거울 옆에 서 있는 작품이다. 형상들은 구체적인 묘사보다 대략적인 포인트, 느낌 정도만을 담아내고 있다. 작가는 작품 제목처럼 세 시선이 한 거울에 겹쳐 보이게 함으로써 너, 나, 우리가 한 몸임을 떠올리도록 감상자를 이끈다.

김대운「진짜 어쩌지; huh」 39×14×12cm | Glazed Ceramic 점토, 유약 |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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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운(b.1992)
알프레드대학교 예술대학을 졸업하고, 개인전으로 ≪Coucou!≫(넨도 갤러리, 2024, 프랑스), ≪불가사리≫ (GCS Creative Studio, 2023), ≪판게아: 다시 만난 세계≫ (화이트노이즈, 2022)와 ≪뒤틀린 정방형≫ (갤러리 통인, 2020)을 개최했으며, 2023년 Villa Arson 프랑스 니스와 2022년 미국 오레건주 LH Project 레지던시에 참여한 바 있다.
사진. 갤러리 기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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