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와 김기창 소장품 특별전
5. 10. ~6. 10. 한향림도자미술관
도자기, 틀을 넘어서다!
전통 도자는 ‘담아내는 기능’을 관념적으로 가진다. 도자는 흙을 토대로 하여 한 예술가의 손길을 거쳐 불의 과학과 함께하여 예술작품으로 완성된다.
이러한 전통 도자는 실생활에서 기능적으로 사용되는 공예의 한 장르였다. 1950년대에 이르러 도자는 기器로서의 틀을 깨고, 흙을 예술표현의 재료로 삼아 다양한 실험적 예술을 시도하였다. 세계도자예술에 있어서 1950년대는 전통의 규범들을 넘어서는 조형성과 회화성을 실험하는 현대 도자의 전환점이 되는 중요한 시기였다.1 당시 미국에서는 피터 볼커스Peter Voulkos 1924-2002를 주축으로 오티스Otis 그룹이 도자예술의 혁신을 주도하며, 도자기를 조형예술로서 그 영역을 확장시켰다. “점토를 전통 공예의 범주가 아닌 예술 매체로 인식하며, 무의식적 행위의 예술과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즉흥성, 우연성, 회화성 등을 조형예술로 표현하였다.”2 그의 제자였던 존 메이슨John Mason과 켄 프라이스Ken Price 또한 도자기를 대형 조각으로 확장하여 그 경계를 넘어서는 시도를 이어갔다.3 이 외에도 1948년에 결성된 일본의 소데이샤Sōdeisha 그룹은 전통 도자의 해체와 함께, 도자예술에 있어서 현대적 발전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였다. “20세기 초반 피카소, 호안 미로 같은 거장들은 도예를 ‘발견된 사물’처럼 다루며, 매체로서 적극 활용하고 문화적 규약을 넘어서는 자유로운 작품을 선보였다.”4 이후 1960년~70년대에 이르러 도자의 표면을 하나의 회화적 캔버스로 활용하는 실험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도자예술은 순수예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도자기를 회화적 표현의 매체로도 활용하게 되었다.
화가, 도자기를 만나다!
한향림도자미술관의 소장품 중 동 서양을 대표하는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와 운보 김기창1919~2001은 서로 다른 문화권에 속하면서도, 회화와 도자의 경계를 넘나드는 도전을 하였다. 이들은 회화적 표현을 평면에서 ‘도자의 입체성’으로 확장시키며 도자 예술의 회화적 다양성을 성공적으로 구현하였다. 이번 전시는 한향림도자미술관의 소장품 중, 동서양을 대표하는 두 거장 피카소와 김기창의 도자 작품을 통해 ‘회화적 도예’에 대해 조명한다. 이는 단순히 회화와 도예의 경계를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고찰하기보다는, 관객이 도자기 표면에 구현된 두 화가의 조형언어와 회화성을 직접 관찰하고, 감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기창 「쌍계화합도」
피카소는 1946년부터 프랑스 발로리스Vallauris의 마두라Madoura 도예 공방에서 본격적으로 도자기 작업을 시작하였으며, 약 20여 년 동안 4천여 점 이상의 도자기를 제작하였다. 도자 작업에 대한 그의 깊은 관심과 열정은 다음의 기록을 통해서 여실히 전달된다.
“나는 내 도자기가 모든 시장에서 발견되기를 바라며, 브르타뉴의 한마을이나 다른 곳에서, 여인들이 내 항아리 중 하나로 물을 길으러 우물에 가는 것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파블로 피카소),- “피카소에게 도자기는 평면회화와 입체조형, 그리고 기능성을 넘나드는 종합예술의 가능성이었다.”5 피카소는 도자기를 ‘예술적 오브제’로 대하며, 전통적 도자의 의미를 넘어 조형예술로 접근하였다.
파블로피카소 「여러 가지 색을 지닌 새 Polychrome Bird」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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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harles Kessler, 「Peter Voulkos and the Ceramics Revolution of the 1950s」, 2014, 참조
2) 김지수, 『경기도자미술 소장품 - 현대도예 오디세이』, 한국도자재단, p89 인용
3) 에드먼드 드왈, 「피터 볼토스와 오티스」, 『아르누보에서 포스트 모던 도자까지 <20세기 도자의 역사』, 시공사, p175 참조</p>
4) 김지수, 『경기도자미술소장품 - 현대도예 오디세이』, 한국도자재단, p155 인용
5) Hans-Peter Hanssen-Bauer, 「Inspirations from Antiquity: Picasso at the Madoura Pottery Studio」, 평론 참조
사진. 한향림도자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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