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12. ~6. 25.(~7. 2. 전시연장) 하우스이오이

전시 전경 ©유물
하우스이오이houseEOE는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 인테그(INTG.)에서 운영하는 변하지 않는 가치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삶의 방식과 문화를 공간을 통해 전달하는 새로운 형태의 전시 플랫폼이다. 하우스이오이의 개관을 맞아 공간의 첫번째 전시로 박예린 작가의 개인전 《무력한 조형 Sculpting Vulnerability》이 개최됐다.
글. 송승원·조윤경 인테그 대표
작가 박예린은 축을 중심으로 흙을 깎는다. 회전하는 흙을 덜어내며 구조를 세우고, 공간을 구축한다. 그 반복되는 동작 속에는 단순한 손놀림을 넘어선 감각의 누적이 있다. 흙은 매 순간 다르게 반응하고, 작가는 그 미세한 차이를 오랜 시간 몸으로 감각하며 수용한다.
가장 외부에서 안으로 파고드는 날카로운 움직임은 물리적 조형 행위이자 정신적 탐색의 과정이기도 하다. 시각적으로는 단호하지만, 물성적으로는 취약한 구조는 가마의 열과 중력 앞에서 휘고, 녹고, 다시 단단해지며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자신을 변형시킨다. 작가는 이 불완전한 과정 속에서 스스로의 조형적 강박을 무너뜨리고, 오히려 그 변형 속에서 완벽을 발견하는 듯하다. 그것은 형태가 아니라, ‘변형되는 과정’ 그 자체가 감정과 의미를 품은 하나의 조각이 되는 순간이다.
그 과정은 공간을 완성해나가는 또 다른 여정과도 같다. 기계적 회전이 아닌 감각적 중심으로서의 축, 물리적 구조가 아닌 존재의 균형을 탐구하는 구조. 이 전시는 물성과 감정, 조형과 사유가 교차하는 접점에서 태어난 하나의 구조적 묵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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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정용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공예과 교수
박예린은 도예 작업을 하면서 꾸준한 성찰과 치열한 실천을 병행해온 작가다. 박예린은 도예를 중심에 두고 작업해왔지만, 조각과 설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보다 넓은 조형 세계를 탐색해왔다. 박예린의 작업은 한 번의 결과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형태 하나를 세우기까지 수없이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기꺼이 감내한다.
박예린은 백자를 다룬다. 가장 단단하고 밀도 높은 점토 불순물 없는 순백의 재료이자 동시에 가장 까다롭고 예민한 흙이기도 하다. 백자 흙을 물레 위에 올려놓고, 축을 세우고, 말리고, 오랜 시간 동안 깎는다. 박예린의 물레 성형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작가의 손끝과 몸 전체가 집중되어야만 가능한 고도의 집중력과 체력, 그리고 끈기를 요하는 행위다. 흙 앞에서, 시간 앞에서 그리고 불 앞에서 겸손한 태도를 가져야만 작품은 온전할 수 있다. 형태 하나를 온전히 세우기까지 수없이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 속에서, 그 반복 속에서 박예린은 자신의 도자 언어를 다듬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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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테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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