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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7월호 | 전시토픽 ]

《연기 없는 장작가마 번조展》_2025.5.9.~6.29.
  • 이민희 기자
  • 등록 2025-08-01 15:3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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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9. ~ 6. 29. 양구백자박물관



검은 연기가 사라진 지속 가능한 예술 환경


현대 사회에서 기후 변화는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분야들은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인 생산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이것은 도자예술에도 적용된다. 호주 도예가 스티브 해리슨Steve Harrison이 개발한 ‘연기 없는 장작가마’는 고효율 친환경 가마로 연기 발생을 최소화한 번조 방식을 사용한다. 양구백자박물관에서는 국내외 10명의 작가가 연기 없는 장작가마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을 선보이며 환경 기준을 충족시키면서도 전통 기법을 계승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예술의 환경을 연결하는 50년의 노력

전통 가마에 나무로 불을 지펴 소성된 도자기는 특유의 아름다움으로 많은 도예가들이 선호하는 기법이지만 가마를 때는 내내 피어오르는 시커먼 연기를 피할 수는 없다. 현대에는 도시는 물론 한적한 시골에서조차 나무를 사용하지 못하고 전통 가마의 사용도 점차 제한되고 있는 상황이다. 스티브 해리슨은 50년간 ‘청정’ 장작가마 디자인 연구를 진행해 왔다. 1800년대 파리 외곽의 세브르 도자기 공장에서 처음 발명된 오래 된 프랑스식 목재 연소 방식에 기반을 두고 연기가 많이 나는 측면 연소 방식을 피하고, 단일 챔버 가마 축조 방향으로 설계를 발전시켰다. 도자기를 번조하는 과정에서 유약 의 색을 변화시키는 데 효과적인 환원 분위기를 내는 것은 가마 굴뚝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가 아닌 그 속에 포함된 일산화탄소다. 스티브 해리슨의 가마는 가마를 통과하는 불에 의해 소량의 일산화탄소가 생성되도록 개선됐다. 환원 작용을 하고 유약의 화학 변화를 일으키는 일산화탄소는 소량으로 유지하면서 검은 탄소는 제거해 굴뚝에서 내뿜는 검은 연기로 인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된 것. 이는 환경에도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단계적 연소로 연기를 줄이다

스티브 해리슨의 연기 없는 장작가마는 장작을 단계적으로 연소시키는 방식을 사용한다. 연기는 장작이 너무 빠르게 연소될 때 발생하는데, 차가운 장작이 뜨거운 불칸에 던져지면 장작 속 휘발성 요소들이 즉시 가스로 변하게 된다. 이러한 가스는 뜨거운 환경에서 즉시 연소되지만, 불칸 내부에는 이 휘발성 가스를 완전히 연소할 수 있는 충분한 공기가 부족하다. 고체에서 기체로 변한 가스가 연소실 내부 공간을 차지하고, 가연성 가스의 부피 팽창이 일어나면서 산소가 풍부한 공기가 불칸으로 유입되는 것을 일시적으로 방해하기 때문이다. 휘발성 가스는 대부분 연소되지 않은 채 불칸을 빠져나가 기물 적재 칸Pot Chamber으로 들어가는데, 이 과정에서 굴뚝 위쪽에서 많은 연기가 발생하고, 연료가 완전히 연소될 만큼의 공기가 부족해 온도도 약간 떨어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휘발성 가스가 나무에서 방출되어 불칸의 공간을 차지하는 것을 멈추면, 공기가 유입되면서 공기와 연료의 비율이 개선 되면서 분위기가 맑아지고 연기가 줄어들며 온도가 다시 상승하기 시작한다. 결국 연료의 에너지가 소진되면 고형 탄소인 숯만 남게 되는데, 이때는 연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전통적인 가마에서는 화염실로 지나가는 공기가 많아지면서 온도가 떨어지고 다시 연료를 보충해 연기를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 온다. 스티브 해리슨의 가마는 화염 상자의 아래쪽은 재가 쌓이는 구역, 위쪽은 두꺼운 통나무가 연소되는 ‘홉’ 부분인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이러한 화염상자는 목재를 단계적으로 연소하도록 설계되어 갑작스러운 연소와 그로 인한 연기가 굴뚝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해준다. 화염상자 바닥에 작은 불을 지펴 미리 가열하고, 이후 위쪽에 있는 큰 통나무를 점화할 수 있도록 숯과 잔재를 만든다. 이 단계에서 한 번에 너무 많은 나무를 적재하면 연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작은 나무 조각을 자주 보충하면서 일정한 온도 상승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Steve Harrison 「A collection of perplexingly individual bowls」 

8×8×6.5cm, 11.5×11.5×8cm | 백토, 투명유 | 2025


10명의 작가가 만난 양구의 백토

스티브 해리슨의 친환경 가마를 활용한 《연기 없는 장작가마 번조展》은 연기 발생을 최소화한 친환경 번조 방식으로 전통 기법을 현대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준다. 스티브 해리슨을 비롯한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등 다양한 국적의 도예 작가 10명이 참여했다. 참여 작가들은 모두 연기 없는 장작가마를 활용해 도자기를 번조했다. 

스티브 해리슨의 「A collection of per -plexingly individual bowls」는 친환경 번조에 대한 작가의 꾸준한 연구 작업을 보여준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의 반은 호주에서, 나머지 반은 양구백토마을에서 작업했다. 스티브 해리슨은 이번 전시를 위해 두 개의 다양한 목재 소성 실험 가마를 설계하고 제작했다.

 

김윤선 「달을 품다」 45×48×48cm | 조형토, 혼합토, 투명유 I 2025


달항아리에 대한 작가들의 다양한 시선도 엿볼 수 있다. 김윤선 작가는 역사적 달항아리를 재해석하고 숨결과 향기를 더해 이 시대 달항아리의 기준점을 찾고자 했다. 「달을 품다」는 투박하고 일그러진 둥근 것에 다양한 색상의 흙 부스러기들로 판을 만들어 더하고, 자투리 천 조각들을 이어 붙였 다. 


배도인 「시간의 흔적」 31×31×29.5cm I 백토, 투명유 | 2025


배도인 작가의 「시간의 흔적」은 달항아리의 형상 안에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고유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삶의 이상을 담아낸 작품이다. 흙이 빚어지고, 불에 구워지고, 온도와 유약의 우연한 만남 속에서 비로소 달항아리의 형태를 갖추게 되는데, 이 과정을 통해 도자기 위에 자취를 남긴 시간이 이 작품의 본질이다. 천욱환 작가의 「백자호」는 어떠한 장식 없이 백색의 흙과 유면, 아름다운 부피감을 강조한다. 작가는 각각의 요소들이 하나의 사물로 종합 되어 전달되는 비언어적인 메시지에 집중하고, 조선시대 백토의 다양한 백색과 작품을 둘러싸고 있는 유면과 절제된 선의 아름다움을 탐구한다.


천욱환 「백자호」 32×32×39cm | 혼합백토, 투명유 I 2025


천이친Chen Yiqin 작가의 「融一 융일」은 중국의 ‘사의寫意’ 정신을 바탕으로, 단순한 기술을 넘어 예술로 나아가고, 그릇을 통해 길을 표현했다. 자연의 농축된 형태라 할 수 있는 ‘태호석太湖石’을 주요 소재로 삼아, 그것이 상징하는 굳센 인문 정신과 우주에 대한 경외심을 담아낸 작품이다.


陈以勤 Chen Yiqin 「融一 융일」 18×15×16cm, 14×14×13cm I 

조합토, 백토, 투명유 | 2025


왕무구오Wang Muguo 작가의 「春華 춘화」는 봄의 희망인 꽃이 만개해서 가을의 풍성한 수확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단순한 자연의 형태를 넘어 자연의 생명력의 순환을 통해 삶의 철학을 담아냈 다. 작가는 영감이 싹트는 순간부터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까지 생명력의 철학적 사유가 함께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王目国 Wang Muguo 「春華 춘화」 27×24×46cm, 24×20×40cm | 청자토, 청자유 I 2025



사진. 양구백자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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