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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6월호 | 전시토픽 ]

《오늘, 분청》_2025.4.10.~8.17.
  • 최리지 경기도자미술관 학예연구사
  • 등록 2025-07-08 10:05:36
  • 수정 2025-07-08 10:5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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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0. ~8. 17. 경기도자미술관



오늘, 분청


경기도자미술관 기획전 《오늘, 분청》은 오늘날 한국 도자예술에 지대한 예술적 영감과 창작의 원천을 제공하는 도자 양식인 ‘분청’의 현재를 살펴보고, 현대적 의의에 대해 사색하고 논의하는 장으로 마련되었다.



‘한국 고유의 미’에 대해 이야기할 때, 늘 빠지지 않고 소환되는 한국 도예의 한 갈래가 바로 ‘분청’이다. 고려말 청자의 쇠퇴기에 등장하여 조선 세종연 간재위 1418-1450에 절정을 이룬 분청사기粉靑沙器는 조선 관요에서 백자가 활발하게 생산되기 이전까지 약 2세기에 걸쳐 전 계층에서 두루 향유되었다. 고려청자高麗靑磁가 가진 비색의 신비로운 아름다움과 조선백자朝鮮白磁의 절제된 고아함과는 격을 달리하는 비정형의 자연스러움과 서민적 정서, 특유의 해학미가 드러나는 조선의 분청사기는 가장 한국적인 도자기라 일컬어지기도 한다.

분청粉靑이라는 용어는 분청사기가 유행한 당대에는 존재하지 않은 말이었다. 한국 미술사학의 선구자인 우현又玄 고유섭(高裕燮 1905-1944)선생이 ‘회청색 사기에 백토를 발라 분장했다’는 의미에서 명명한 ‘분장회청사기粉粧灰靑沙器’의 줄임말이 바로 분청이다. 우리가 분청사기라고 부르는 도자기의 유형에는 상감象嵌, 인화印花, 박지剝地, 조화彫花, 철화鐵畵, 귀얄, 덤벙(담금) 등 ‘분장’ 의 공정을 활용하여 장식한 도자기를 포함한다.1)  분청은 청자나 백자에 비해 태토나 유약 사용이 자유로우며 번조 온도에도 덜 예민할뿐더러 분장기법은 현대적인 감각과 전통적인 요소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이점을 가진다.2) 이러한 형식의 유연함과 재료 사용의 개방성은 작가의 예술적 상상력과 실험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가 되며 이는 분청 특유의 자유로운 표현 어법으로 오늘날 더욱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조선 분청의 양식과 미감을 바탕으로, 각자의 예술적 해석과 사유를 더해 새로운 분청의 세계를 창조해 나가는 27명 작가의 작품 100여 점이 소개된다.

작가들이 빚어내는 오늘날의 ‘분청’은 어떤 모습일까? 과거 분청의 내용과 형식은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할까? 작가들은 어떤 방식으로 분청이라는 오래된 세계를 탐색하고 음미하는 것일까? 누구나 해봄직한 질문들에 대한 하나의 탐색으로서 이번 전시는 현대 분청을 감각하고 사유하며, ‘동 시대 분청’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열린 질문을 공유하고자 한다.

전시의 도입부는 신상호의 「아프리카 시리즈–헤드」(2010) 와 정용욱의 「흔적」(2025)이 연다. 경기도자미술관 1층 로비에는 60년간 흙 작업을 지속해 온 원로 작가 신상호와 20대 신진 작가 정용욱의 작품이 나란히 전시된다. 50년이 넘는 나이 차이의 두 작가의 작품은 분청을 주된 형식으로 삼으며, 공통적으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사유를 담아낸다. 

정면을 응시하는 사람머리 형상의 「아프리카 시리즈–헤드」는 ‘인간성 회복’을 주제로 아프리카 원시 조각의 형태와 분청의 형식을 결합한 작품이다. 「흔적」은 일정한 방향을 향해 행진하는 인간 형상이 정교한 패턴을 형성하는 인화문이 시문된 기器 작품으로 인간의 영원한 질문인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순환을 통해 나아가는 인류의 발자취를 상징화했다.

이처럼 《오늘, 분청》은 ‘분청’이라는 전통 도자 양식을 매개로 과거와 현재, 형식과 실험이 교차하는 지점을 조망하는 동시에, 늘 새로움을 구하는 동시대 작가들의 세대를 잇는 여정에 동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1부 

<분청의 속내>는 현대 분청이 내포하고 있는 다양한 서사와 담론에 주목한다.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사이, 전통 도자의 전환기 속에서 등장한 분청은 형식의 엄격함보다는 자유로운 표현과 해학, 직관적 감수성을 통해 당대 다양한 계층의 삶과 내면을 담아냈다. 오늘날 분청은 이러한 미학적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동시대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김대훈, 김상만, 신상호, 연호경, 윤호준, 이금영, 이수민, 정용욱, 필 로저스Phil Rogers의 작품을 통해 개인의 기억, 정체성, 사회적 감정, 혹은 시대적 긴장을 담아내는 ‘형식 너머의 언어’로 기능하는 현대 분청 양상을 살펴본다.



2부

<분청의 표정>은 현대 분청이 담아내는 조형 표현의 확장 가능성과 물성 탐구의 양상을 중심으로 현대 분청의 궤적을 고찰한다. 고려 말에서 조선 초에 이르기 까지, 전통 분청은 다양한 기법을 통해 실용성과 미감을 동시에 구현해 왔다. 오늘날 작가들은 이러한 전통 양식을 계승하면서도, 재료의 혼합과 기법의 해체, 구성 방식의 실험을 통해 분청의 표현 범위를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작가들은 형과 색, 질감과 구조 등 조형 요소에 대한 탐구를 통해 분청의 감각적 층위를 새롭게 제시한다. 각기 다른 조형 언어를 통해 구현된 김정우, 박성욱, 윤주철, 최성재, 김찬미, 변승훈, 이용무, 허상욱의 작업은 분청이 더이상 과거의 유산에 머무르지 않고, 살아 있는 예술 형식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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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남원, 「분청사기」, 『분청사기』, 이화창립 133주년 기념 소장품 특별전 전시도록,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2019, p. 9. 

2) 윤용이, 『우리 옛 도자기의 아름다움』, 돌베개, 2007, p. 243.



사진. 경기도자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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