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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8월호 | 전시토픽 ]

시간이 빚어낸 풍경 조각들
  • 이보영 우란문화재단 프로젝트 매니저, 전시기획자 기자
  • 등록 2024-08-30 14:2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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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 6. 26. ~9. 26. 우란문화재단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이한 우란문화재단은 문화예술 본연의 가치를 존중하며 쌓아 온 지난 궤적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프로젝트를 한 해간 선보이고 있다. 공예가 지닌 가치와 함의를 오늘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우란전시’의 2024년 두 번째 전시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가 9월 26일까지 열린다. 전 시는 현실과 이상 세계를 연결하여 당시의 풍경과 시대상을 반영 하는 ‘산수화’ 정신을 탐구하고, 빠르게 변하는 삶의 풍경에 예리 하게 반응하는 작가들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었던 과거의 산수와 지금의 풍경에 집중해 보고자 한다. 산수 속 공예적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 바다와 산과 같은 거대한 자연물과 주변 풍경에 조응하는 다양한 매체의 작품을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사색해 볼 수 있다. 전시는 한국 근대 산수화의 대표 화가인 소정 변관식, 청전 이상범을 포함해, 1920년대부터 1990년대 생까지 근현대와 동시대를 아우르는 총 12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폭넓은 세대를 거쳐 변화해 온 풍경을 사유하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황종례(b. 1927~)는 분청사기와 색유의 현대화를 선도한 한국 1세대 여성 도예가이다. 도예가 집안의 가업을 이어받아 전통 도예 기법 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연구하던 작가는 조선 시대 도공이 만든 사발 속 귀얄技法 기법에서 회화적 감각을 발견하였고, 분청사기에 귀얄문으로 산수적 표현을 더한 독창적인 작품관을 구축해 왔다. 청전 이상범을 비롯한 근대 한국화 작가의 그리기 기법을 사사하며 필력을 연마한 작가는 빠르게 습기를 흡수하는 기면器面에서도 자연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풍경을 그려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황종례의 「귀얄문 접시」(2002)와 우란문화재단의 정신이 담긴 워커힐미술관의 소장품 중 청전 이상범의 「하경산수」(1955)를 나란히 전시하였다. 한지와 도자 위, 이 두 작가가 그린 붓의 움직임에서 소박하면서 안온한 그 시대의 풍경과 심상이 함께 그려진다. 또한, 전시장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좌대 위에 놓인 황종례의 대표작인 색유 기와 귀얄문 기 시리즈를 통해 변화 무쌍한 자연의 풍부한 빛깔을 감상해볼 수 있다. 


정재효(b. 1963~)는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전통 분청과 접목해 역동적인 자연을 표현하고 있다. 그는 주로 두 가지 기법을 활용해 풍경의 요소 를 공감각적으로 해석한다. 조각칼로 문양을 새긴 자리에 흙을 메워 구워내는 상감象嵌, 표면에 도드라진 무늬를 표현하는 수화手畫 기법이 대표적이다. 도예와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자연을 구성하는 점·선·면의 간결함을 찾아 조형화하는 데 능숙하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신작은 자연 속 다양한 모습의 돌에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정재효는 자연의 소탈한 면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길가에, 시냇가에, 들판 에, 산에 아무렇게나 툭 던져져 있는 돌의 모습이 가장 돌다운 모습”이라고 말한다. 돌 위에 앉으면 바람 소리,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며 복잡한 생각이 멈춘다는 작가의 경험을 전시장 곳곳에 설치한 작품 위에 앉아보고 만져보며 간접적으로 느껴보길 바란다. 


권세진(b. 1988~)의 신작 「관폭 I」(2024)은 폭포를 빠른 동작으로 글을 쓰는 초서草書의 방식을 회화적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작가의 즉흥 적인 필치와 감정이 교차한다. 바로 옆에 설치한 고요한 바다 윤슬의 움직임을 섬세한 조각 그림의 집합으로 구현한 「묵상」(2024)과 함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다양한 물의 모습을 선보인다.

‘나무 아래 돌 위’라는 뜻의 ‘수하석상’은 나그네의 삶을 은유한다. 이혁(b. 1988~)이 그리는 산수화의 공간 「수하석상관월도 2」(2022)는 이방인의 상황에서 만날 수 없는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는 공간이자 안식처이다. 캔버스에 물감을 바르고 다시 뜯어내고, 그 위에 다시 그림을 그리는 행위의 반복으로 남겨진 흔적을 통해 무의식에서 발현된 산세의 풍경이 만들어진다. 무질서한 어둠 속 세계에 서 밝은 달을 통해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를 회복하려는 작가의 심상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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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4년 8월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과월호 PDF를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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