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로는 화로, 훈로라고도 불리며 ‘향을 피우는 그릇’으로 자리에 앉혀 두는 치향置香, 손에 쥐고 다니는 병향柄香, 몸을 깨끗이 하는 상로象爐 등 형태와 모양도 다양하다. 만드는 재료에 따라 크게 토제·도제·금속제·석제·목제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고대 문화 역사 속 향로는 바빌론, 페르시아, 이집트, 인도 등 세계 각지에서 제사의 역사와 궤를 같이했고, 우리나라도 백제금동대향로에서 알 수 있듯이 향로에 큰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고대인에게 향을 피우는 행위는 하늘의 신神과 소통하기 위함이었다.
구약성경 곳곳에서 향로에 관한 문헌 기록을 확인할 수 있으며, 고대 중동인은 향이 하늘에 닿아야만 기도의 효험이 있다고 믿어 향을 ‘신의 음식’이라 후대에 전하기도 했다. 중앙아시아, 인도, 중국 등지에서는 여러 신에게 향훈을 바치기 위해 제사의 절차로 향을 피웠다. 또한 향을 피우는 것은 주위의 잡스러운 냄새를 제거해 엄숙한 성역을 이룩한다는 함의도 있다. 이렇듯 유장한 향로의 역사는 고대 중국에서 박산향로, 꽃봉오리 향로 등 새로운 미술 요소로 재편성됐다.
신경희 작가의 향로 작품은 꽃봉오리 향로 형식을 응용한 것이다. 승반 위에 기둥, 기둥 위에 꽃봉오리 하나가 얹혀 소망이 이루어진 것이자 인간의 마음이 빚어낸 우주이다. 그가 관심을 보인 꽃은 바로 수련睡蓮이다. 수련은 이미 그의 보듬이 작업들에서 볼 수 있듯 경이로운 솜씨로 표현했다. 어쩌면 이런 작업들에서 도전 의식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험하기도 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