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 예찬 순수조형의 아름다움
조선백자 제기의 미와 현대미술과 만남
6.7.~7.16. 현대화랑
조선백자의 순결한 아름다움은 날이 갈수록 빛을 더해 가고 있다. 백자달항아리는 그 넉넉하고 푸근한 멋으로 오늘날 한국미의 아이콘으로 되어 있다. 백자 문방구의 연적과 필통은 아기자기하면서도 선비의 정신이 배어 있어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한 조선백자의 다양한 조형 예술 중 현대미술의 시각에서 특히 주목받을 만한 또 하나의 세계가 백자 제기祭器이다.
제기는 태생적으로 엄정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공경하며 받드는 마음으로 영혼과 만나는 의식에 놓이는 것이기에 최상의 또 다른 미학을 갖고 있는 것이다. 특히 조선시대 제기는 검소함을 미덕으로 삼은 선비사상을 반영하여 일체의 장식을 배제하고 오로지 백색과 기하학적 직선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 절제된 형태미란 거의 순수조형에 가깝다.
조선 백자제기는 기본적으로 굽다리 받침 위에 사각 접시가 반듯하게 얹혀 있는 순백자가 기본형태이다. 굽다리는 원형, 또는 사각(드물게는 육각)을 이루고 접시 또한 원형, 또한 정사각형(드물게는 직사각형)이다. 이 단순한 형태에 아주 간단한 조형적 터치를 가하여 제기로서 완성미를 갖추고 있는 것이 조선 백자제기의 멋이고 매력이다. 그렇다고 해서 백자 제기에 어떤 조형적 배려가 없는 것이 아니다. 원형 굽다리에 작은 구멍을 내기도 하고 사각접시 귀끝을 가볍게 공굴리면서 부드럽게 마무리하기도 한다. 또 굽다리에 작은 풍혈風穴을 내기도 하고, 사각접시의 모서리를 살짝 올리기도 한다. 그리고 접시 한 가운데에 청화로 동그라미 속에 ‘제祭’ 자를 써넣기도 한다. 그 모두가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한 조 조형적 장치인 것이다.
제기 중에는 사방에 톱니무늬를 덧붙인 거치문鋸齒文 사발이 있는데 이로 인해 제기의 엄정함과 존엄성이 강조된다. 또 팔각, 또는 십각으로 면을 분할한 사발형태의 제기는 예리한 선 맛을 드러내며 유연한 곡선미로 아름다운 형태미를 보여주는 가운데 긴장미가 살아 있다. 이처럼 절제미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백자 제기들은 현대미술의 시각에서 볼 때 거의 순수조형에 가까운 것이다. 백색의 추구가 그러하고 직선의 강조와 엄격한 면분할, 그리고 정연한 안정감의 추구, 그로 인하여 평온한 가운데 은은히 일어나는 조형적 긴장미는 현대 추상화가들이 지향한 예술 세계를 방불케 한다. 실로 순수조형의 아름다움이라고 할 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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