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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월호 | 전시토픽 ]

[큐레이터의 전시 읽기] 조각충동
  • 편집부
  • 등록 2022-09-08 09:23:58
  • 수정 2022-09-08 09: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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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의 전시 읽기 | CURATOR’S EXHIBITION CHOICE]

조각의 안과 밖에서, 겉과 속에서
조각충동

글. 허미석 독립큐레이터
사진.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미술관 제공


<조각충동>전
2022.6.9.~8.15.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미술관
서울 노원구 동일로 1238
T.02.2124.5248 H.sema.seoul.go.kr
youtube.com/seoulmuseumofart




<조각충동> 전시전경


강재원 S_crop 2022

조각의 매력은 물질을 깎거나 새겨서 섬세하면서 웅장한 결과물을 창조한 경이에서 오기도 한다. 혹은 정적인 조각이 표현이나 구도상 ‘실감’나게 동적인 점이 주목받기도 한다. 또한, 대상의 특징을 재료의 물성을 통해 감각하는 경험도 중요할 것이다. 조각은 보는 자의 신체와 공간을 포함한 관계성을 감각하게 하며, 그 교차 지점을 통해 의미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렇게 조각이 불러일으키는 감각을 통해, 또는 조각을 감각하는 조건들을 통해, 조각의 정의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조각충동>전은 조각이 무엇인지에 대한 전시이다. 무엇이든 조각이 될 수 있는 동시에, 이 때문에 결국 조각이란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된 시점에서 이를 설명하는 ‘충동’을 풀어낸 것이다. 조각의 조건이 입체성과 물질성인지, 그렇다면 그런 조건이 없어질 때 조각은 존재하는지 또는 조각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 그 조건의 개념과 구현을 다양한 측면에서 실험한 17인의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비물질 세계가 활발히 논의되는 현재, ‘물리적 세계’에 대한 재인식은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비물질 세계에 대비하고 적응해야하는 상황이 오히려 ‘물질성’을 갖고 있으며 신체의 움직임과 노동을 내포하는 조각에 대한 관심이 새로이 생기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동시대 조각은 지속적으로 그 범위, 개념, 그리고 재료가 확장되었는데, 물질 세계 안에서 조각에 대한 탐구가 끝나기도 전에 가상세계 속 그 존재에 대한 고민이 커진 상황이 되었다. 강재원의 「S_crop」(2022)은 조각의 비물질성과 물질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방식에 대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전시장 1층을 뚫고 2층으로 올라가는 이 작품은 공기가 주입되는 반사 재질의 인플레이터블inflatable공기나 가스로 부풀리는 조각으로, 디지털 프로그램을 이용해 이전의 한 작업을 확대하고 전시장과 동일한 수치의 가상 전시장에 배치한 뒤, 1층과 2층에 해당하는 부분만 남긴 것이다. 디지털 프로그램 속과는 다르게 실제로 느껴지는 압도적인 크기와 존재감은 비물질성이 가져오는 감각과 현실의 감각 속의 차이 대한 관찰이다. 데이터로 생산하고 존재하는 조각은 화면에서 다양한 시점과 크기로 조정될 수 있어 자유로움 주는 한편, 규모와 재질의 효과에 대한 감각을 무뎌지게 하는데, ‘조각’에 대한 인지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만약 가상현실이 더 발전하여 일상에서 가상의 입체를 직접적으로 만질 수 있다면, 이는 그 조각의 경험에 더해진 것인가? 아니면 조각의 경험, 더 나아가 존재 방식과 완전히 별도의 것인가?
한편, 조각 작품의 데이터만이 존재한다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을 데이터로 재현한 것은 결국 실체에 대한 열망과 결핍을 채워주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볼 수 있다. 데이터를 입체적 형태로 구현하는 기술이 개입하는 환경에서 조각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데이터가 조각의 일일부, 또는 과정일 뿐인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 하나의 과제가 되었다. 최하늘의 「강철이(強鐵)(깡철)」(2022)와 「백좌용비석」(2022)은 이런 측면에서 장르로서 조각의 정의에 대한 관찰을 한다. 「강철이」 작품은 조각이 무엇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여 조각이 되지 못한 채 연극적인 연출이 된 작업들의 상황을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로 표현한다. 마주보는 「백좌용비석」은 QR코드가 입혀진 비석 모양의 조형물로, 이 QR코드를 통해 용의 형상을 볼 수 있다. 이는 가상세계로 들어간 ‘용’을 상징하는 비석을 용을 재현한 조각으로 볼 수 있을 것인지, 반대로 가상의 데이터는 조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질문한다. 이는 데이터와 그 데이터에 ‘매체’가 대응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데이터로서의 조각은 언제든지 현실에 ‘재현’ 가능한 존재인가? 조각이 구현 과정만으로도 완성되는 정의라면, 물질로서 조각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지 생각하게 될 것이다.

(··· 중략)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26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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