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리뷰 | EXHIBITION REVIEWS]
진실하고 완전한 자유
류남희
「작作 85-2」 55×22×35cm | 1985
「공空 2104」 36×15×27cm | 2021
교육자이자 작가로서의 40년을 정리하는 <류남희 도예전>이 KCDF갤러리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전시는 작가 개인뿐 아니라 한국현대도예사의 한 축을 살필 수 있는 기회로 의미가 깊다.
류남희는 시각적 촉각을 야기하는 작품 표면의 실험과 기본 입체도형의 형태를 왜곡하여 시각적 리듬을 부여하는 등 작품을 통해 다양한 변주를 이루었다. 지난 40년간 작품의 많은 형태 변화 속에서도 그의 작품은 미술로서의 현대도자예술이 지니는 본질을 잃지 않는다.
선과 면의 합合
류남희 작가의 1980년대 작업 가운데 흙의 물성을 실험하는 작품이 눈에 띈다. 도자라는 매체의 특성상 시기의 차이가 있지만 한국현대미술 초기의 거친 표면, 확산시기의 물성 탐구에 대한 실험적 태도가 류남희의 작품 내에서도 보인다. 「作85-2」1985와 「편병」1985에서 보이는 거친 표면과 「土-殘痕 ⅠⅡⅢ」1982, 「土- 痕」1982, 그리고 「作85-2」1985에서 드러나는 자국은 날카로운 것으로 예리하게 파내거나 눌러 찍은 흔적으로 도자작업에 판화 제작법을 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당시 류남희의 작품은 기물의 형태를 닮았으나 찍어 남긴 자국과 날카로운 흔적을 통해 작가만의 실험적 태도를 내포하고 있다. 당대 미술의 주된 기류는 한국적인 것에 대한 반성과 캔버스 표면 위의 회화적 텍스추어에 대한 고심에서 나아가 미술과 삶의 관계에 대한 고찰에 있었다. 당시 류남희의 작품 역시 이와 일련의 관련성을 보인다. 그는 흙으로 빚은 입체 위에 눈으로 만져지는 감각적 표면을 재현하는데, 이는 캔버스 위에 물성과 질감을 드러내는 마티에르와 닿아있다. 동시에 우리의 역사적 삶과 매우 밀접한 전통적으로 도자가 지닌 선의 유려함을 현대적으로 표현하려는 데 미적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그의 작품은 본질로 환원되는 듯 보인다. 그는 기본 입체도형의 형태를 변형하면서 동시에 표면의 시각적 감각에 대한 실험을 이어가는데, 「선線」과 「곡曲」 연작은 흙의 유연한 물성과 휘어지고 접히면서 왜곡된 형태, 면과 면의 접합이 야기하는 새로운 선線의 변주를 담고 있다. 1980년대 초반 시각적 촉각을 유도하던 그의 작품은 왜곡된 입체를 통해 시각적인 운동성, 리듬을 만들면서 관람자의 동적인 감상을 부른다. 작가의 ‘선線’에 대한 탐구는 다른 측면에서 현대미술과 만난다.
「선線Ⅰ」1988에 나타난 짙은 직사각형의 테두리는 캔버스의 그리드를 연상시킨다. 작품 중앙에 흙의 성질을 드러내며 거친 입자를 보이는 절단 부분은 초기 그의 작품이 담고 있던 흙의 물성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루시오 폰타나Lucio Fontana의 찢긴 캔버스를 연상시킨다. 폰타나는 캔버스를 날카로운 칼로 찢어 평면에 환영이 아닌 실제 3차원 공간을 불어넣었다. 이때 폰타나는 회화가 구현될 수 있는 선험적 조건, 즉 그려진 환영이 아닌 그릴 수 있는 바탕, 캔버스 자체에 관심을 집중시킨다. 류남희는 이를 도자라는 역사적 성질이 강한 매체를 통해 드러낸다. 동시에 그는 역설적으로 한국현대도예의 바탕, 즉 그것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듯 보인다.
<</SPAN>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2년 6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