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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4월호 | 전시리뷰 ]

[전시리뷰] 영혼의 흙, 김명주
  • 편집부
  • 등록 2022-05-02 10:29:14
  • 수정 2022-05-02 11:4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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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흙
김명주


<영혼의 흙Terre de l´Âme> 2022.3.5.~4.9.
스위스 졸로튀른 갤러리 쿤스트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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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잠긴 머리 Ⅲ」 36×26×26cm | Clay, Glaze | 2021


「생각에 잠긴 머리Ⅰ」 39×30×29cm | Clay, Glaze | 2021

용해되는 형태, 사라져가는 얼굴, 뜨거운 비가 되어 내리는 유약의 빛깔, 이성적인 것에 맞선 김명주 작가의 도예 세계는 존재의 신비, 미지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손바닥과 손가락을 이용해서 매우 섬세하게 흙으로 소조하는 작가는 인간의 영혼과 고통, 손으로는 만질 수 없는 것을 빚어낸다. 진실에 대한 간절한 열망으로, 우연과 통제의 균형 속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점토와 유약을 사용하며 이를 실행해 나간다. 영혼이라는 것, 우리 모두가 느낄 수 있는 것이지만 실은 아무도 무엇인지는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간파하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보여주기. 이는 회화와 조각이 자주 시도하는 것이나 본질적으로는 시인과 음악가의 영역에 해당하는 것으로써 식별할 수 있는 것과 인지할 수 있는 것에서부터 자유로운 예술과 관계되는 것이다. 김명주 작가는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는 방식을 통해서 형태가 없는 것에 매우 실체적인, 특히 바로크적 형태를 부여하고, 내부의 움직임, 우리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불안을 읽어내는 모험을 감행한다. 영혼과 생기와 동물은 아시아 문화를 근간으로 한다. 영혼은 초월과 신비의 세계에 속해 있다. 도예가 김명주는 상상할 수도, 붙잡을 수도 없는 신비로운 실체를 그리거나 조각하는 대신 다만 그 존재를 드러내 보인다. 육체와 지속되는 관계 속에서 우리가 그의 존재를 보고, 느낄 수 있도록 그것에 살을 입히는 것이다. 흙에서는 흐릿한 인간의 형상들이 나타나고, 강렬한 백색 위에 유색의 유약이 흘러내려 만들어진 흔적들은 피, 눈물 등 체액들을 아련히 떠올리게 한다. 적어도 우리는 그것들을 상상해 볼 수 있다. 괴로움과 고통의 바퀴에 짓이겨진 듯한 유기적 형상들은 인간의 모습으로 남아 있고, 그 형상들 안에는 부재가 존재한다. 비정형의 작은 덩어리에서 눈이 녹고, 그 속에 시선이 머물러 있는 동안에도 머문다. 그리고 변신을 준비한다. 곡선과 굴곡은 등과 어깨를 연상시킨다. 알 수 없는 현실들, 그 속에 작은 머리 여러 개가 유약에 들러붙어 흘러내리기도 한다. 방황과 고독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작은 인물들 또한 등장한다. 고문 받는 몸을 보여준 루이즈 부르주아의 세계처럼, 김명주 작가 역시 자신의 작품을 심리적 이유로 설명하려 하지 않고, 스스로도 그러한 표현 방식과는 거리를 둔다. 작가가 만들어내는 고뇌, 불안, 슬픔, 버림과 고독의 이미지들은 커다란 진실의 형상들이다. 존재의 훼손, 그 안으로 천천히 녹아들 준비가 된, 타자에게 버려진 머리는 인간애의 깊이를 보여주기에 사랑은 아직 완전히 떠난 것이 아니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2년 4월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 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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