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토픽
천년을 넘어 만난 일상과 예술
시대교감
글. 송혜민 문화재청 학예연구사
10.23~2021.2.14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전남 목표시 남농로 136
T. 061.270.2000 H. www.seamuse.go.kr
특별전 <시대교감-천년을 넘어 만난 일상과 예술>은 우리 문화 유산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자 마련된 전시로 시각, 영상, 산업 디자인 분야의 작가들이 참여하 였다. 작가들은 바다에서 발굴된 ‘고려청자’를 주제로 오늘의 시 각에서 새롭게 해석한 작품을 선보였다.
참여 작가들은 고려 시대 장인이 그러했듯 창작을 위한 노력과 고민, 그리고 새로운 시도를 통한 작품을 탄생시켰다.
문화재청에서 새롭게 시도하는 융합형 전시
관람객은 박물관 유리 진열장 안쪽에 안전하게 보존된 ‘과거의 흔적’인 유물을 바라보게 된다. 진열장의 유리 벽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유물은 보존되어야 할 중요한 역사 적 자료로 강력하게 인식된다. 우리 문화유산이 대중과 멀게 느껴지는 이유가 유리 진열장 때문인 것 같다는 생 각이 들었다. 과거와 현재가 유리벽이라는 선을 긋고 과 거의 유물을 언제까지 바라보기만 해야 할까?
우리 문화유산이 과거의 것이라는 경계와 틀을 깨고 현 재와 어떻게 융합하고 확장할지 고민하였다. 그리하여 시각, 제품, 영상, 공예 등 다양한 디자인 분야의 현대 작 가가 참여한 <시대교감-천년을 넘어 만난 일상과 예술> 전시를 기획하였다.
이번 전시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처음 시도되기 에 기획 단계부터 개막까지 여러 난관을 거쳤다. 가장 먼 저는 ‘왜’ 하는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전시팀 내부에서 기 획안을 설명하고 예산 사용을 위해 법무감사팀에게 설 득하는 일이 가장 먼저 수행되었다. 왜 해야 하는지에 대 한 핵심 키워드는 감상을 넘어선 ‘공감’이었다. 유물을 주 제로 한 작품은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작가의 다양한 시 각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관람객은 다양한 작품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배우고 공감을 확장 시킬 수 있다.
두 번째는 ‘어떻게’ 할지에 대한 부분이다. 전시 준비 기 간, 장소, 작가 선정의 분야, 유물과 작품의 공간 구조, 등 이다. 2019년 가을에 기획안이 발의하고 1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전시를 준비해야 했기에 모든것이 빠르고 정 확하게 이루어져야 했다. 가장 먼저 저작권 관련한 부분 이다. 국가에서 진행하는 전시 제작물(포스터, 영상, 공간, 전시 테이블 등)의 저작권을 국가가 소유하는 경우 가 대다수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 작품은 유물의 보조물 이 아닌 ‘창작물’로 제작되는 것이기에 작품의 IP Intellectual property, 지적재산 을 확립하고 진행했다. 너무 당연한 것이지 만 이해관계자들의 이해의 범위가 달랐기에 명확한 기준 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었다. 사전 컨설팅감사제도를 통 해 감사를 진행하였고, 결과를 통해 작품의 저작권과 소 유권을 작가에게 있도록 하였다. 창작자의 권리 보호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후 여러 자문회의를 거쳐 작품분 야와 작가를 선정하였다. 선정된 작가는 6월부터 해양 출수 유물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진행하였다.
해양출수유물을 주제로 한 현대 디자인 작품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시대미감>에서는 바 다에서 발굴한 고려청자 28점과 수중 발굴 과정이 담긴 영상을 전시한다. 1부의 유물은 2부, 3부의 작품의 영감 을 준 주제 유물이다.
<2부-시대조우>에서는 과거의 유물과 현재의 만남을 주제로 변지훈(영상 미디어), 권민호(드로잉) 작가의 작 품이 전시됐다.
변지훈의 작품 「향로Censer」는 관람객과 상호작용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로 1부에 전시된 ‘청자기린모양 향로 뚜껑’을 주제로 작품을 구현했다. 전시 공간 내 중앙 센서는 관람객을 실시간으로 스캔한다. 스캔된 데이터는 800만개의 입자로 변환되어 향로에서 뿜어나오는 향처 럼 흩날린다. 이 작품은 관람객의 참여와 움직임으로 완 성되며 매 순간 변화하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권민호의 작품 「보물·장치」는 드로잉과 포토 콜라주 그리 고 영상으로 구성되었다. 벽면 영상속의 배는 국립해양 문화재연구소의 수중발굴선인 ‘누리안호’의 드로잉과 발 굴된 유물들이다. 바닥에 높여진 12개의 테이블에는 작 가가 선별한 유물과 발굴 장비 이미지가 콜라주 형식으 로 구현되어있다.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과정 을 새로운 조형으로 표현했으며, 관람객이 유물을 바라 보는 색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3부-시대영감>에서는 시각 산업 디자인, 조형 설치 분 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네 팀이 참여했다. 이들은 고 려청자에서 영감을 받아 각자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 을 선보인다.
문장현의 「~에 담긴 이야기」는 11점의 그래픽 작품이다. 작가는 형태가 각기 다른 난파선 발굴 청자 4점, 도기 4 점과 수중 발굴 기록 자료를 기반으로 유물 형태, 표면을 강조하고 켜켜이 쌓인 시간의 단층을 사진과 그래픽의 조합으로 구현했다.
송봉규, 윤라희, 백경원 세 명의 작가는 고려청자의 다양 한 형태, 수중환경, 발굴 현상을 주제로 작품을 제작하였 다. 송봉규의 「Object from Celadon」은 플라스틱의 재 료로 청자의 형태를 미니멀하게 간략화시켜 새로운 형상 을 창조하였다. 윤라희의 「Time Block」은 아크릴을 재 료로 물의 투명함과 부유하는 특성, 청자의 색을 주제로 작품을 제작했다. 백경원의 「Merged Object」는 발굴 당 시 따개비가 붙은 유물에서 영감을 받아 각기 다른 기형 의 도자를 연결해 작품을 구현하였다. 이 세 명의 작가는 다른 시각으로 수중문화재를 바라보고 각각 다른 재료와 방법으로 만든 작품을 테이블에 자유롭게 배치했다. 이 는 서로 다른 과거 유물들이 현재에 와서 우연하게 발견 된 발굴 현장의 느낌을 자아내도록 의도한 연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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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1년 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