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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1월호 | 전시리뷰 ]

펀치 드렁크 러브 :게리 고마린 & 강준영
  • 편집부
  • 등록 2021-01-29 11:04:27
  • 수정 2021-01-29 15: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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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TOPICS              

아줄레주 갤러리 2020년 하반기 기획전
펀치 드렁크 러브 :게리 고마린 & 강준영
글. 정수경·김민영
아줄레주 갤러리 큐레이터 사진. 편집부

2020.11.28~2021.01.31
아줄레주 갤러리
서울 종로구 삼청로9길 19
T. 02.725.6810 H. www.azulejo.gallery   Insta.azulejo_gallery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아줄레주 갤러리는 검은 대문과 붉은 벽 돌로 이루어진 주택의 구조로 다른 화이트 큐브 전시장에서 느껴볼 수 없는 따스함을 가지고 있다.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하나의 문을 너머, 갤러리의 작품으로 향하는 시퀀스 Sequence 의 전환은 낯선 공간으로 여행하는 듯 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도심 한복판의 유토피아 같은 전시공간에서 미국의 게리 코마린과 한국의 강준영의 조형언어를 주목하는 전시 <펀치 드렁크 러브>가 열렸다.

게리 코마린과 강준영의 필연적 만남
<펀치 드렁크 러브>전은 2002년 개봉한 폴 토마스 앤 더슨 감독의 동명의 영화와 전시기획의 과정이 닮아있 다. ‘펀치-드렁크 Punch-drunk ’는 의학용어로서 장기적으로 머리에 강한 자극을 반복적으로 받아 뇌 기능이 저하된 복서들이 겪는 정신 불안 등의 질환을 뜻한다. 일상생활 에서는 ‘혼란스러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등의 의미로 통용된다. 영화에서 편집증 환자로 등장하는 남자주인공 배리의 내면에서 겪는 강박과 갈등은 거친 이상의 소음들로 표현되지만, 우연히 만난 여자주인공 레나와 함께 있는 순간엔 그 모든 소음이 ‘음악’으로 치환된다. 주인공의 심경을 끄집어내 그를 둘러싸고 있는 시공간으로 역전시키는 음악과 미장센이 훌륭한 작품이다. 영화에서 말하는 ‘펀치 드렁크 러브 Punch-drunk Love ’는 괴팍한 상황에서 우연히 첫눈에 반한 두 남녀가 양극에서 서로를 향해 달려가 한 지점에서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을 뜻한다. 2인전 <PUNCH DRUNK LOVE>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게리 코마린 Gary Komarin 1 은 미국 후기 추상표현주의의 대가 로서 특유의 대담한 터치와 색감으로 전세계 큐레이터 와 컬렉터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세계적 아티스 트이다. 시대를 초월하는 미술의 순수한 가치를 전달하 는 그의 페인팅은 지난 2019년 아줄레주 갤러리에서 기획한 게리 코마린 한국 최초 개인전을 통해 소개된 적 있다. 본 전시에서 게리 코마린과 함께 소개되는 강준영은 그간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감정과 이야기 등을 도자기나 캔버스, 영상 등 다양한 매채로 담아냈다. 그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집’이다. 강준영은 집과 가족 구성원에 대한 개념이 파편화된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집이라는 보편적 공간과 그 이면의 것들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

두 예술가의 만남은 언뜻 보기에는 교차점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우연히 만난듯 한 두 예술가가 한 지점에 달려오는 과정은 전시에 명료하게 드러난다. 1951년 미국에서 태어난 게리 코마린과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난 강 영 사이에는 약 30년, 즉 한 세대의 시간적 격차가 있다. 미국과 한국이라는 거리에 비례하는 문화와 인종, 역사의 차이점 또한 가지고 있다. 본 전시 이전엔 서로 접촉할 수 있는 지점이 없던 작가들이지만 둘 사이에는 펀치 드렁크 punch-drunk 와 같은 강력한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본 전시는 두 작가 사이의 시간적 격차와 미국과 한국의 물리적 거리에 비례하여 존재하는 심리적·문화적 거리를 넘어선 두 작가의 공통된 조형언어와 그로 인한 조우 그 자체를 ‘커다란 충격처럼 쇼킹한 사랑 Punch Drunk Lov e’로 표현한다.

건축가의 두 아들
미국의 게리 코마린과 한국의 강준영은 ‘집’과 ‘유년시절의 기억’을 단초로 삼아 작업하는 예술가다. 이 작업의 재료들은 두 아티스트의 작품 속 형식적인 공통점을 도출시킨다. 두 작가의 아버지는 모두 건축가였다. 스케치업이나 라이노, 캐드 등의 컴퓨터 설계프로그램이 없던 시절의 건축가들은 드로잉과 트레싱지, 펜, 제도 도구 등을 이용해 작업실에서 공간을 설계했다. 두 예술가는 2D화면 위에 선과 면으로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아버지들의 행위를 보 고 자랐다. 그 유년시절의 기억들은 아티스트가 된 두 작가에게 어떻게 발현됐을까. 게리 코마린의 추상에서 보 이는 두터운 회반죽과 강준영의 ‘OX시리즈’에서 느껴지는 물감의 마띠에르는 마치 도장단계의 건물 외벽과도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코마린의 회반죽을 이용한 추상 작품 <A Wilder Blue>은 재개발을 앞두고 그래피티예술가들의 무대로 대체된 오래된 건축의 벽을 갤러리로 옮겨온 듯하다. 강준영의 신작 <How to be a hero> 역시 오일스틱이나 물감을 손가락에 묻히고 직접 그리는 방법과 물감의 포장지, 철망 등의 타매체를 물감 터치 사이사이에 삽입해 만들어낸 회화 표면의 물성이 거친 콘크리트 벽을 연상시킨다. 또한, 마천루와 같이 쌓여진 게리 코마린의 ‘Cake Series’와 강준영의 <집 짓기를 위한 우리의 여러가지 드로잉 방법>에서 발견할 수 있는 도면을 차용한 듯 한 건축적 기호들 역시 그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공간을 만들어냈던 아버지들의 건축을 향한 행위는 두 작가에게 예술을 발아시키는 토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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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1년 1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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