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TOPICS
각각의, 언젠가의, 어디론가의 여행
<영원한 여행자, 옹甕>
글. 김한별 한국도자재단 큐레이터 사진 제공. 한국도자재단
9.22~2021.4.30 한국도자재단 이천세계도자센터
경기 이천 경충대로 2697번길 263
T. 031.631.6501 H. www.kocef.org
이번 전시는 이천세계도자센터의 2020년 하반기 특별기획전으로, 19세기 말부터 21세기까지 근현대사회에서 유랑자로서 살아온 옹기장의 흔적과 삶, 그들의 이야기를 조망하는 전시다. 종교탄압, 일제강점기, 전쟁, 분단, 경제개발과 급속한 성장 등 산란스런 시대적 상황 속에서 끊임없는 해체와 형성을 거듭하 며 살아온 옹기장의 흔적과 그 방랑의 이야기들을 ‘여행자’의 키 워드를 중심으로 감상할 수 있다.
현대 도자예술에 있어서 옹기에 대한 해석은 많은 기회 의 박탈을 불러왔다고 할 수 있다. 도자, 특히 옹기는 전통적 의미에 있어서, 사용을 목적으로 하는 공예의 성격이 강했다. 이런 면모로서 옹기는 현대미술의 새로운 콘텍스트를 부여하는 오브제적 범주에서 벗어난 구시대적 유물로서 치부되어왔다. 하지만 현대의 옹기는 그 재현 과정에서 기존의 스테레오타입과 익숙한 콘텍스트를 제거하여 사물로서의 본질을 찾고, 그 사물이 다른 기표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하며 현대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동시대 현대미술로서의 옹기는 쓰임이 있든 그렇지 않던, 목적적 대상이던 아니던 간에 누가 어떤 태도와 의도로 만들었는지가 사용자/관람자에게 크게 다가가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의 전환은 중심과 주변이 구별이 없어지고 수평적 사유가 확대된 시대에 들어선 오늘날의 자유로움이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옹기 또한 사회적 맥락 안에서 해방과 변화, 유목과 정주의 변화를 오가는 자유로운 개입과 관계를 가진다.
이 부분에서 도자, 옹기가 가지는 독창성은 기존의 콘텍스트를 전복시켜 의미를 부여하는 순수예술과는 다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옹기가 가지는 이러한 독창성은 작가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사물의 고유한 성격에 작가는 자신이 가진 이념과 상상으로 사회적 소통을 시도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작가가 시도하고 있는 의미 있는 수사학적 접근에 덧붙여, 장인과 작가로 이어지는 ‘사람’에 대한 연구를 함께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근현대를 살아온 옹기장과 현대 옹기 작가, 그리고 옹기의 새로운 모습을 담아낼 미디어, 설치작업과의 협업을 통해 현대미술로서의 옹기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는 이천세계도자센터의 2020년 하반기 특별기획전으로, 19세기 말부터 21세기까지 근현대사회에서 유랑자로서 살아온 옹기장의 흔적과 삶, 그들의 이야기를 조망하는 전시다. 종교탄압, 일제강점기, 전쟁, 분단, 경제개발과 급속한 성장 등 산란스런 시대적 상황 속에서 끊임없는 해체와 형성을 거듭하 며 살아온 옹기장의 흔적과 그 방랑의 이야기들을 ‘여행자’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감상할 수 있다.
2부에서 4부까지는 50년대 이후부터 현대까지 옹기의 변화를 중심으로 ‘전통과 현대의 경계는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변화를 시도하는 ‘변화의 옹기’를 소개한다. 특히, 2~4부에서 볼 수 있는 무형문화재와 현대작가의 컬래버레이션 작업, 옹기를 설치예술로 풀어낸 작업, 그리고 현대 옹기작가들의 작품들은 옹기를 예술적 한 부분으로서 새롭게 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가 생각했던 ‘옹기’의 모습과는 다른 ‘옹기’를 상상할 수 있다. 1부에서는 쭈굴이 옹기와 김수환 추기경의 글귀를 통해 어려운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며 세상의 어려움을 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담았다. 2부에서는 김일만 무형문화재와 이탈 미디어작가가 옹기장의 삶을 바탕으로 한 협업작품에 표현하는 ‘자기 찾기’의 과정을, 3부는 혼란스런 시기의 우리에게 전하는 김승영 작가의 메시지 등 여러 옹기장의 이야기를 엮었다.
‘옹기’라는 주제가 여러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눈에 확 띄는 주제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옹기는 우리의 삶 곁에서 눈에 띄지 않아도 잔잔하게 제 역할을 다해오며 세상 일에 일조했다. 사람의 삶 또한 이와 같다. 지금 당장 세상의 눈에 띄지 않더라도 자신의 위치에서 삶을 묵묵히 이어가는 옹기장과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이 세상이 잘 흘러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우리는 잘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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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0년 1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