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한국 가구전
〈밀라노 한국공예의 법고창신 2018〉
4.16~4.22 이탈리아 트리엔날레 디자인뮤지엄
전주희 한국공예의 법고창신 2018 예술감독
5미터의 댓살 200개로 시작하여 800개의 댓살로 마무리된 원형벤치는 대나무의 유연하고 강직한 물성과 댓살들이 엮이면서 지탱하고 확장되는 기법적 특성을 활용했다. 그리고 전시 기간에 이탈리아 의류브랜드인 미쏘니의 1세대 디자이너인 로지타 미쏘니가 이 작품을 소장하게 됐다.
한국 근현대 시작과 동시에 유입된 전통의 의미는 백여 년이 지난 지금에는 다의적이고 다층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비록 근대국가들이 발명한 ‘전통’이라는 용어가 조선의 개항과 더불어 외부에서 유래됐을지라도 형식적 표기 아래 묶이는 내용은 우리 역사의 안에 있기 때문이다. 예술은 그것의 시초부터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읽혀왔고, 공예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특히 1960~70년대 정치적 목적으로 재편된 전통은 지난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다양한 전통의 의미와 가치는 소거됐으며, 대중의 동질감을 확인시키기 위한 시각적 표상으로 쉽게 치환됐다. 그 결과 20세기에 형성된 전통의 많은 부분이 삶의 형식 속에서 주체가 세우는 철학과 가치이기보다는 주체와 동떨어져 차별화시키고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자 기표가 되어버린 것이다. 지금여기 21세기 한국에서 전통을 바라보는 여러 관점이 존재한다. 우선 두 가지로 정리해보면 첫번째는 전통을 하나의 객관적 요소를 갖춘 원형으로 보고 정통성을 지키며 계승하는 전승의 부분과, 두 번째는 전통을 사용하는 주체의 주관적 가치판단을 바탕으로 그 연속성을 필수조건으로 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후자의 경우에는 동시대적 창의성이 그 준거가 되어 전대에 잊힌 것이 후대에 재조명되므로 본 전시의 장치로 받아들였다.
또한 근대에 발명된 전통은 ‘과거의 특정 역사를 의도적으로 불러낸 결과1’임이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본 전시는 지난 세기의 유산으로 인하여 공예 안에서 전통으로 인식되는 시각적 표상과 그로 인해 생성되는 유사성을 전통으로 이해하며 전통과 표상의 관습화된 고리를 분리시키려는 의도로 기획했다. 이를 위해 고전미학 중에서 현대에도 그 의미가 유효한 테제를 찾아야 했다. 여러 자료를 연구하던 중에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라는 의미가 강하게 다가왔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문장의 역사적 맥락은 다음과 같다. 기원전 4년 백제 온조왕재위 B.C.18~A.D.27이 새로 지은 궁궐을 보고 한 말로 고려시대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1145에 기록되어 있으며, 조선 개국 후 정도전이 지은 법전인 『조선경국전』1394에서 궁궐 건축의 미학적 기준으로 삼았었다. 이후에도 조선 유교문화의 생
1 임형택 外 『전통, 근대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권력』 인물과 사상사, 2010, p.159활윤리와 부합하여 가까운 과거까지 지속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이번 주제가 오늘날에도 유효한가를 밝혀 생활문화가치와 미학적으로 전통을 이어가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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