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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4월호 | 전시리뷰 ]

동형이화同形異畵 : 쓰임과 예술의 접점 찾기
  • 편집부
  • 등록 2018-02-08 14: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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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7~3.13 갤러리 세인

 

Bottle」, 10×10×20cm., 2015, ⓒ갤러리 세인

 

 

 

김종인은 <세라믹 클래스 2015-Bottles>에서 장식성이 강한 육각형 용기用器를 내놓았다.무언가를 꼽거나 액체를 담는다면 병甁, 뚜껑을 덮으면 합盒으로 사용자의 취미나 취향,필요에 따라 달리 쓰일 준비가 되어 있는 열린 기물이다. 작가는 이 용기들을 석고틀에슬립을 부어 만들었다. 이 방법은 손성형에비해 공정이 줄고 생산량이 많아 단가를 낮추는 데 이점이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손으로 만든 물건에 비해 섬세한 감각과 멋이 덜하고 무엇보다 도예가의 손과 몸이 만들어내는 유일함이 부족하다. 김종인은 이러한 아날로그 방식만이 창출해 낼 수 있는 미와 정서,삶의 효용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작가다. 그리고 공예와 예술과의 접점 나아가공예의 사회적 역할과 소통에 대해 누구보다오랫동안 깊게 고민하고 앞서 나서서 실천해온 이이기도 하다. 그러한 그가 이 방법으로그릇을 만들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공예의 가치와 특별함은 인간의 몸이 만든미적 사물이자 동시에 사회에서 기능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나온다. 결국 공예가의 그릇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용되고 사회적물건으로 존재할 때 가치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다소 공예와 예술만이 줄 수 있는 미와정서를 지키면서도 대중성을 확보하려는 공예가의 노력은 무척 중요하다. 따라서 최근김종인의 방법은 공예의 인본주의적 감각과대량생산의 이점 사이에서 접점을 찾기 위한모색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예술의 측면에서 본다면, 작가가 틀을 이용해 동일한 형태를 나열하는 행위는작가가 형태가 아닌 이미지 변화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형과 색, 이미지는 독립적이고 개별적 상징들이다. 이 각각이 조우하고 결합하여 예술이라는 형식을 만들고복잡한 상징세계와 의미들을 담아낸다. 이번전시에서 작가는 예술형식을 형성하는 수많은 변수들 중에 형태를 통제함으로써 표면위의 이미지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석고틀과 자기 슬립을 이용한 성형방법 역시최대한 손성형의 불규칙적이고 유기적인 자국들을 통제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육각형 기器의 표면은 평면이지만 동시에 입체다. 그릇 위에 이미지들은 면의 위치, 공간,빛의 유무와 방향, 관람자의 위치와 시선의높낮이에 따라 달리 읽힌다. 따라서 도예가가그릇에 이미지를 재현하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고려해야할 점이 많다. 그릇 표면 위이미지의 소임은 우선 기물의 기능을 보완하거나 장식裝飾을 위해서다. 그러나 작가가 기를 오브제라고 여긴다면, 기器의 이미지는 용도와 장식을 넘어서 작가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미적 세계를 구현하는 재현再現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그러나 목적이 무엇이던지간에 중요한 것은 표면에 작가가 무엇을 입히고 그리는 지에 따라 동형의 그릇은 유일한 존재들로 전환된다는 사실이다.
김종인의 이미지 행위는 첫째, 유약의 시유 둘째, 색 화장토를 이용한 핸드페인팅 셋째, 전사지 콜라주로 이행된다. 특히 전사지를 이용한 콜라주가 이채롭다. 신체를 연상케 하는 다양한 사물들의 조합 또는 꽃무늬전사지를 원, 십자가, 물결 등의 형이상학적도형의 형태로 재배치하는 그의 방법은 초현실주의의 오토마티즘Automatism과 데페이즈망과유사하다. 그러나 김종인의 화면은 콜라주된이미지가 백색바탕과 분리되고 소외되고 있다는 점에서 형식을 거부하는 타시즘이나 소외를 통해 보편타당함과 필연적이고 유기적인 연관관계를 허무는 아방가르드의 태도도감지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러한 이질적인 이미지들의 전개는 김종인이 오랫동안 천착해왔던 핸드페인팅의 전개방식에 근간하고 있다. 꽃이나 식물 등의 이미지를 화려한화장토를 이용해 붓 가는 데로 그리는 방식이나 사진이미지나 꽃무늬 전사지를 가위로오려 재조합하는 방식 모두 기의 형태와 용도, 사용자의 취향을 고려하면서 작가의 자유연상과 감각에 의지하여 완성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다만 전사지 콜라주는 기능과 무관하게 이미지를 분해하고 조합하는순수예술의 방법을 그것을 장식과 기능이라는 공예의 범주로 재위치 시키고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자와 구분된다.
결국 동형同形의 형태들 위에 유약, 핸드페인팅, 전사지 콜라주를 이용한 다양한 그림들로 재현된 김종인의 그릇들은 실용과 감성으로 일상에 스며든 예술로서의 공예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그 가치를 어떻게 더 많은 대중들과 함께 공유하고 소통할 지에 대한 실천의 물건이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오늘날 나날이 변모하는 현대도예의 형식과 방법을 기器라는 형식 안에서 어떻게 풀어내어야 할지에 대한 작가의 깊은 고민과 생각들이 동시에 헤아려지는 물건이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4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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