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한국문화정품관과 이싱중·한도자문화교류센터1)의 주관으로 한국 다기의 중국 진출을 모색하는 전시가 열렸다.신현철·박종훈·김갑순·김억주·이복규 도예가를 비롯해 41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2015 한국생활다기명품전>은 단순히 다기를 ‘전시’하는 기존 전시와는 사뭇 다르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서해진 이싱중·한도자문화교류센터 대표는 2007년부터 중국에 주재하며 중국의 차시장과 차문화 변화를 현장에서 체감해 왔다. 그는 2015년 한국과 중국의 FTA 체결을 앞두고‘차茶’와 관련된 시장도 새로운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배경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 다기의 현재를 점검하고 중국 진출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들이 공유됐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열리는 작가와의 만남, 세미나, 좌담회를 통해 ‘중국 차 산업과 박람회’, ‘한국 생활다기 현황’, ‘중국의 차 도구의 발전과 현황’ 등 실질적인 정보를 교류했다.
수요의 확장과 다기의 변화
전시는 기존의 차를 판매하는 매장을 활용해 구성됐다. 판매되는 차와 전시품을 같은 공간에 배치한 이유는 작가들 스스로 차에 어울리는 다기의 ‘쓰임’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서해진 대표는 “실제로 차를 ‘즐기는’ 수요층이 증가했다. 1인 가정이 많아졌고, 바쁜 현대인의 생활 패턴에 맞춰 기존의 세트 형식의 다구가 아닌 새로운 수요를 만족시킬만한 다기가 제작되어야 한다.”며 차의 종류와 생활환경 변화에 따라 다기도 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기 제작 시 특징을 드러내는 ‘스토리텔링’에 관한 강연을 준비한 이복규 도예가는 한국작가들의 중국 진출 전에 반드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차의 종류별로 예절과 문화가 다른 곳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한국작가들이 국내에서 제작했던 것을 그대로 들고 가기 때문에 중국 시장 수요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령 실 수요자인 중국인의 손크기를 고려한 손잡이 모양이나 크기, 차의 용량, 성질 등에 따라서 도토나 유약의 두께와 무게가 달라지기 때문에철저한 시장조사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 취약하고 제작 시 ‘한국적인 디자인’에 대한 작가 나름의 가치 정립이 확실치 않아 다기에서 특징을 찾기가 어렵고, 이것이 한국 작가들의 중국 진출에 한계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적인 경쟁력
차의 종주국이라 이르는 중국은 인구의 절반이 넘는 8억명의 수요가 있는 곳이다. 우리보다 차문화가 발달한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우선 중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의 강점을 특화시켜야 한다고 강연을 맡은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국내에서 제작하는 청자, 백자 자기류는 이미 중국에도 많아 중복된다. 특히 하얗고 말끔한 도자기는중국에서는 대부분 ‘공장제’라는 인식때문에 희소하지 않다. 따라서 대부분 가스나 전기가마를 이용하고 장작가마를 운용하기 어려운 환경인 중국에서 우리나라의 장작가마 ‘요변’을 예술적으로 표현해 유약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것이 경쟁력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또 하나는 핸드페인팅이다. 중국에서 핸드페인팅은 “전사지와 구분되지 못하는 것을 왜 굳이 하느냐”는 인식으로 오랫동안 제작이 중단된 상황이다. 그러므로 백자라도 핸드페인팅이 된 것은 중국 시장에서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정책적으로 차를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가진 나라다. 한국적인 차와 다구를 정리해서 미리 준비한다면 한중FTA가 부흥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장기적 계획으로 성과를 기대해야 한다는 서해진 대표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세계인들이 우리의 차구를 쓰고 차를 마실 수 있다. 실 예로 보이차와 우롱차의 생산대국은 원래 중국이지만 모든 이론과 디자인을 정리해 보이차를 유행시킨 것은 홍콩과 대만상인이다. 홍차도 영국의 브랜드화에 밀려 주도권을 넘겨주게 됐는데 이처럼 차는 보편성이 있으므로 국경에 상관없이 누가 주도하느냐가 중요하다. 우리 도자기가 세계 차시장을 선도해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 것’ 안에 갇히지 말고 ‘차문화’라는 넓은 의미로 포용력을 넓혀 타깃을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3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