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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1월호 | 전시리뷰 ]

윤정훈 개인전
  • 편집부
  • 등록 2018-02-04 22: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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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흙과 불로 빚어낸 심오한 추상
  • 12.19~12.23 공주문화원

꺼먹이추상형병, Relation-8」 2014

 

우리 땅에서 출토된 토기형태와 표면 질감을 얻기 위한 마연磨硏 과 정을 거쳐 노천소성과 라쿠소성으로 구현된 윤정훈의 무유도기 작업은 그간 몇 번의 전시를 통해 흥미로운 변화를 거치며 진일보해왔다. 이번 전시를 통해 발표되는 무유소성의 마연 작품들은 그간의 작품 발표를 통해 축적된 기법과 추상성이 한층 심화된 도조 작품들로 크게 ‘추상 각병’ 연작과 ‘육면체 큐브Cube’ 연작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추상 각병 연작을 살펴보면 생김새에 있어서는 계단을 거꾸로 메달아 놓은 것과 같은 기묘한 형태를 취하고 있으면서도 피카소 큐비즘 시절의 사람 얼굴이 연상되기도 한다. 이는 작가가 유년시절에 경험한 자연에 대한 깊은 인상들이 의식·무의식적으로 내재되고 심화되었다가 어떤 작업동기에 의해 표현된 형태들이라고 볼 수 있다. 도예를 근간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윤정훈의 작품명은 도조작품 영역에서도 아직도자명명법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추상 각병’ 연작을 ‘보이지 않는 길’ 이나 ‘알수 없는 길’ 연작쯤으로 부르고 싶다. 그것은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가 말한 푼크툼Punctum, 관객이 작가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작품을 받아들이는것처럼 거꾸로 매달려 있는 듯한 계단의 느낌에서 복잡한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어디쯤 가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맹목적으로어딘가를 가고 있는 듯한 그런 ‘길’의 모습이 읽혀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육면체 큐브’연작은 크기가 다른 다양한 형태의 직육면체덩어리들이다. 이 연작의 특징은 덩어리 안에 직선과 곡선이 함께 공존한다는 것이다. 육면체를 구성하는 면과 경계는 직선이면서 둥근 곡선이고 둥근 곡선이면서 직선이다. 또한 상하좌우 비대칭의 형태로 구성된 큐브 연작은 삐뚤어진 둥근덩어리 모양으로 수렴되고있다. 이 두 연작의 공통된특징은 긴장감이라고 할 수있다. 추상 각병 연작에서보여지는 가분수 형태의 작품들은 안정감과는 거리가멀다. 아슬아슬하게 겨우  균형잡고 서 있는 듯한 작품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은 작품 감상에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큐브 연작과 마찬가지로 상하좌우 비율이 다른 육면체들의 중심이 어느한쪽으로 몰리면서 생긴 불안전성은 긴장감을 유도하기에 충분하다. 어떤 작품이든 안정감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긴장감이다. 일례로, 이우환의 미니멀한 조응 시리즈의 백미는 점들간의 관계에서 오는 긴장감으로서, 그 긴장감을 빼놓고는 이우환의 조응 시리즈를 이야기 하는 것은 무의미 할 뿐이다.
평소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추상 작품에 매료되어 있던 윤정훈의 작품에 대한 고민은‘깊은 산중에 고요와 마주한 내 자신을 만나고 싶다’ 라는 말에서 자신의 내면을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작가에게 내재된 무의식을 의식의 영역으로 끌어 올려 작품의 모티브로 활용하고자 하는 열망과도 맥이 닿아 있다. 오랜 시간의 고민에 대한 화답 인 것일까? 윤정훈은 이번 전시에서 구상과 추상의 모호성을 탈피하여 확연하게 윤정훈 특유의 추상으로의 이행을 시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간의 작품이 구상 형태와 표면공간의 추상적 표현이 함께 공존했다면 이번작품들은 형태적 요소까지도 완벽하게 추상적으로 표현하여 완전한 추상체를 이루어 냈 다는 것이다. 또한 소성에 의한 색면추상의 작품성 또한 더욱 심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뛰어난 예술품은 색과 형태(평면 또는 입체)의 완벽한 조화로 탄생된다. 문명 발생 이후 심미안審美眼을 가진 예술가들은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색을 얻기 위해 어떠한 노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흙·광물·식물·동물과 같은 자연으로부터 얻어진 색소는 용재溶劑와 혼합 되어 물감으로 만들어진다. 화가들은 자연으로부터 얻은 물감으로 위대한 작품을 남길 수 있었다. 도예 또한 자연으로부터 채취한 다양한 광물질로 유약을 만들고 연소물질을 사용하여 흙과 불의 조화에 의해 다양한 색을 얻어낸다. 그러나 흙과 불의 조화로 좋은 색을 얻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그런 이유로, 유약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흙과 불에 예술혼을 불어 넣어 얻어낸 윤정훈 작품의 색은 놀라움을 안겨준다. 이것이 바로 윤정훈 무유도기의 핵심이다. 또한 그의 색은 자연을 닮아 있다. 그것은 먼셀Munsell이 만든 인위적 표색계表色系에서는 도저히 찾아 볼 수 없는 윤정훈만의 오묘하고 그윽한 색이다. 이렇듯 끝모를 광활한 우주의 태고적 신비를 담고 있는 것과 같이 심오한 윤정훈 작품의 순수한 예술성은 윤정훈이 획득한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1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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