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미는 도자로 조각sculpture 작업을 하는 작가이다. 질 좋기로 유명한 하얀 순백색 경덕진의 흙을 손으로 치대고 빚어 사람의 형상을 만들고, 동물을 만들고, 또 그릇을 만든다. 인간과 자연, 생명과 물질, 자연의 순리, 일상과 삶, 상처와 치유,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하여 고민하는 이영미의 도자조각은 종종 동물과 사람, 물질 그리고 자연이 혼합되어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머리는 동물이고 몸은 사람인 작은 인형이나, 식물과 돌 안에 파묻힌 동물들과 사람, 혹은 사람과 동물이 서로를 의지하며 어떤 형태로든 연결되어 있는 모습은 작가의 작업에서 자주 만나는 주제이다. 매우 일상적이고 평범하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않는 형태들. 이영미는 이런 형상을 도자로 빚어내면서 삶과 일상이 주는 상처를 치유한다. 그리고 작업을 통하여 자신이 살아온 길과 앞으로 나아 갈 길에 대하여 반추한다. 이번에 도로시 살롱에서 제안하는 <請安칭안Qingan, 안부를 묻다>는 작가가 오랜 중국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한국 생활을 시작하며 선보이는 첫 전시이다. 특히 도자가 중심이 되는 중국 경덕진이라는 물리적 환경이 작업과 일상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며 스스로의 작업이 ‘꽤 중국적’이라고 평가하는 이영미는 이번 전시를 통해 중국-경덕진 시기를 마무리하며 마침표를 찍고, 새롭게 한국-서울 시기로 도약하는 출발선으로 딛고자한다.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작가가 학업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한 시기의 「경境에 대한 세 가지 이해」시리즈, 인간의 삶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하여 고민하던 시기의 「1972. 1. 14.」, 그리고 귀국 직전에 경덕진에서 작업한 작은 새로움이 느껴지는 「하夏 Xia 여름」으로 구성되었다.
대표작품 「1972. 1. 14.」은 작가가 자신의 삶과 인간의 삶에 대하여 반추하며 형상화 한 작품이다. 여성의 자궁에서 인간이 만들어져 태어나고, 그렇게 태어난 남자와 여자가 만난다. 남자와 여자는 사랑하며 행복함에 꽃이 피기도 하고(꽃잎), 또 무덤덤해지기도 하며(바위),반짝이기도 하고(자수정), 날카롭게 서로를 찌르기도 한다(선인장). 그러다가 하나가 되는 남자와 여자. 결혼 후 남자와 여자는 서로 밀고 당기고 때로는 이해관계를 계산하며 그렇게 일상을 살아간다. 그러다 스스로가 놓은 덫에 걸리기도 하고. 그러한 일상을 바라보며 작가는 남자와 여자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며 여성의 삶을 빚어낸다. 날아가는 여성, 물고기를 낚은, 행복을 낚은 여성들. 그래서 성취감을 느끼는 여성. 자유를 누리고 싶은 여성들. 그러나 원하는 만큼의 자유를 얻지 못한 아쉬움으로 울고 있는 우리의 전 세대. 그렇게 하나씩 나이 들어가는 인생, 그리고 새로운 탄생. 「1972. 1. 14.」에서 이영미는 이렇게 순환하는 인생을 하나의 수식으로, 연산으로 표현해 낸다.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해 자신이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상처가 있었다면 보듬고 치유하고 회복하였다. 이 작업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를 이해받고, 자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영미는 차갑고 매끄러운 속성의 백자와 청자에서 따뜻함과 투박함을 이끌어내며 자신과 주변, 인간과 자연에 대한 관심을 빚는 작가다. 그녀의 작업은 탄탄한 학문적 토대와 경험을 기반으로 사유와 표현의 깊이가 남다른 것이 특징이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3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