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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4월호 | 전시토픽 ]

Underground Lab, 지하에서 지상까지
  • 편집부
  • 등록 2018-01-30 00:45:31
  • 수정 2018-01-30 00:4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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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물관보존과학 40주년 기념특별전 <보존과학, 우리문화재를 지키다>
  • 2016.3.8~5.8 국립중앙박물관 1층 특별전시실

국립중앙박물관에 보존과학부가 생긴 지 올해로 40년이 된다. 사람으로 치면 세상만사에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不惑을 맞이한 셈이다. 제대로 된 도구 하나 없이 첫 걸음을 뗀지 40년. 이제는 비파괴 분석을 원칙으로 X선을 비롯해 적외선 등 다양한 빛을 이용한 연구, 3D프린터처럼 최신기술을 접목하는 등 보존과학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보존과학의 시작과 걸어온 날들, 그리고 앞으로 보존과학이 나아갈 미래의 모습을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보존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달항아리의 내벽을 보면 상하를 접합하여 만든 흔적이 있다.

 

지하로부터
박물관 1층 수장고 옆.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이곳에 일반인의 출입이 불가능한 지하실험실이 있다. 공기의 채도가 다른 곳에서 마스크를 쓰고 현미경에서 눈을 떼지 않는 사람들. 기원전으로부터 내려온 도기의 파편이나, 형태를 알아 볼 수 없게 부식된 사리기 등은 보존과학부 학예연구사들의 손끝에서 새 생명을 찾는다. 과거의 소생. 유물로부터 옛 선조들의 삶을 상상해 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일. 결국 인간의 삶을 복원하는 일에 보존과학이 있다.

이제 ‘보존과학’에 종사할 허락을 받으매
박물관 전시는 지하에 대한 보고다. 지하로부터 지상으로 전해지는 역사는 발굴을 통해 전시로 완성된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글과 상상으로만 전하던 역사는 유물들을 만났을 때야 비로소 눈앞에서 살아난다. 박물관은 마치 거대한 타임머신과도 같다. 과거의 삶을 모두 현재, 그리고 한 장소에 불러 모은다. 그리고 과거의 삶을 재건하는 일에 보존과학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보존과학자들은 각 유물의 특징과 발굴 전의 수장되어있던 환경, 발굴 후 유물의 상태 등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 정확한 진단을 내린다. 그 후 전시를 위한 유물의 수리와 복원에 들어간다. 메스와 대나무 칼을 들고 조심스럽게 유물의 녹을 긁어내는 모습은 마치 외과의사의 수술 장면처럼 신중하고 긴장이 감돈다. 보존과학자들에겐 ‘히포크라테스 선서’ 대신에 ‘보존철학’과 ‘보수규범’이 있다. 유일무이한 유물을 다루는 일인 만큼 보존과학자의 책임은 생명을 지켜내야 하는 의사만큼이나 막중하다.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실 창립자 중 한명인 故 이상수 선생의 강의노트 중 일부를 발췌해 ‘보존처리자의 처리계명’으로서 소개한다.
보존과학은 과학과 인문학이 융합된 학문이자 실무다. 역사적, 인문학적 배경지식은 물론이고 유물의 보존처리를 위해 다양한 과학지식은 필수다. ‘보존처리자의 처리계명’에서 한번 실수는 영원하다는 계명은 날카롭다. 이는 세상 유일무이한 단 한 점의 유물을 다루는 보존과학자들이 얼마나 무거운 책임감 아래서 일하고 있는지를 짐작케 한다. 그렇기에 더더욱 과학과 인문학 사이의 방대한 연구와 지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방면에 유연한 연구는 유물의 수복修復 및 보존처리의 완성도와 연결된다. 그래서일까. 마치 연구실처럼 꾸며진 전시는 보존처리 된 유물들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구성하는 다양한 재료들, 그리고 다양한 기법들을 함께 소개한다. 토기와 도자기의 경우 태토와 유약을 구성하는 재료는 물론, 발색제와 안료에 대한 연구까지 세세하게 이뤄진다. 그리고 도·토기가 만들어지는 기법 또한 중요한 연구대상이다. 시대별로 유행했던 다양한 기형과 제작기법, 그리고 옛 선조들의 취향이 담뿍 담긴 다양한 무늬까지 도자기를 둘러싼 모든 요소들이 연구대상이 된다.

보존과학保存科學
보존과학은 수리·복원 전 비파괴검사를 원칙으로 한다. 유물에 어떠한 손상도 주지 않으면서 유물의 성분과 현재 상태를 자세하게 진단하는 일에는 다양한 ‘빛’이 활용된다. 기본적으로 X선을 이용한 검사가 있다. 이제는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인 CT컴퓨터단층촬영도 유물의 컨디션을 체크하는데 유용하게 쓰인다. 「매화 새 용무늬 연적」의 경우 보존처리 과정에서 물을 담는 내기內器와 그것을 둘러싸서 장식하는 외기外器로 이뤄져있음이 밝혀졌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빽빽하게 둘러싼 투각장식에 내기의 모습을 제대로 관찰하기 힘들지만 CT촬영을 통해 그 내부의 모습을 확실하게 알아낼 수 있었다. 빛을 이용한 조사방식은 유물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으면서 유물의 상태와 수리복원에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적외선을 이용해 과거에 유물을 수리했던 흔적을 찾아낼 수도 있고, X선을 통해 유물 내부의 형태와 사용원리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도 있다.
보존과학부는 빛을 활용한 연구 이외에도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 3D프린터를 활용한 복원작업도 소개했다. 「용 구름무늬 매병 도편」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964년 시행한 사당리 도요지 발굴에서 발견된 청자 도편이었던 것을 리움미술관에 있는 매병과 비교하여 복원한 것이다. 완형이 아니었던 유물을 이처럼 완벽하게 복원하는 데는 특별한 기술이 사용됐다. 남아있는 도자기 편을 3D스캐너로 촬영한 후, 리움미술관에 있는 매병사진과 정밀 비교하여 나머지 부분을 추정해 3D모델링 작업을 거친다. 원래의 도자 편과 3D모델링한 부분을 잘 조합한 뒤 3D프린터로 조립할 부분의 복제품을 만든다. 이를 접합해 완형으로 복원한 「용구름무늬 매병 도편」은 어느 부분이 접합된 부분인지 멀리서 구분이 힘들만큼 빛깔이 완벽하게 일치한다. 물론 유물의 수리·복원 사실을 표시하기 위해 가까이서 보면 복제된 부분을 알 수 있게끔 했다.
「용 구름무늬 주자」의 복원도 특별하다. 역시 3D프린터를 활용해 결손된 투각 장식부분을 복원할 수 있었다. 반 정도 떨어져나가 유실된 부분은 반대편의 전체적으로 연속되는 용무늬의 형상을 보고 복원할 수 있었다. 역시 원형스캔 후 결실부를 모델링하고, 이를 3D프린터로 출력해 접합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3D스캔과 3D프린터를 활용한 복원은 육안보다 더 정확하게 형태를 파악해 복원할 수 있고, 문화재의 디지털 데이터를 기록물로 남겨 후에 반복적인 성형물 재생산 및 재가공을 가능케 한다는 이점이 있다.
Underground Lab, 지하에서 지상까지 흙 속에 묻혀있던 아무짝에나 쓸모없던 파편들이 모여든다. 얼핏 보면 흙이 엉긴 판자같기도 하다. 이 파편들을 지층으로부터 파내고, 모아서 실험실로 가져간다. 하얀 가운을 입은 연구자들이 달려들어 엉겨 붙고 굳어버린 시간을 조심스럽게 털어낸다. 엉긴 시간들을 털어내고 파편들을 그러모으자 하나의 퍼즐이 된다. ‘한 번 실수는 영원하므로’ 실수 없이 맞추기 위해 빛을 쪼이고, 보이지 않은 광선을 쏜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었으며, 몇 세기를 지층 속에 파묻혀있던 파편들이 모여 도자기가 된다. 복원과학자들은 복원에는 왕도가 없으니 그저 순리대로 행하라는 故 이상수 선생의 말씀처럼 끊임없이 ‘순리’에 따라 겸손히 복원할 따름이다. 사람의 손끝에서 세월을 벗겨내고, 묵은 때를 지우고 나면 인류 역사의 실제가 된다. 연화상생蓮花上生, 120개의 플라스틱 상자에 보관된 채, 그저 660개의 파편으로만 존재하던 토기가 높이 150cm, 지름 65cm의 거대한 고려시대 항아리로 바뀌는 일. 죽음에서 삶으로, 지하에서 지상으로. 그 오름길에 보존과학이 있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4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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