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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4월호 | 전시토픽 ]

열두 달의 여자, 그리고 도자
  • 편집부
  • 등록 2018-01-30 00:3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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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흙의 시나위 27주년 정기전<月month>
  • 2016.3.9~3.14 KCDF 갤러리 2, 3관

 

봄의 문턱에서 세 편 이상의 ‘여성’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개봉했다. 모두 엄마로서 아이와 가족을 위해, 그리고 여성 자신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등장인물들은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을 해내느라 바쁘다. 이런 화두에 응하기라도 하는 듯 도예계에서도 흥미로운 전시가 이어졌다. <月month>전은 엄마로서, 딸로서, 청춘으로서, 그리고 도예가로서의 나 자신을 이야기한다. 여성 도예가들로 구성된 모임 ‘흙의 시나위’의 27주년 정기전이었던 이번 전시는 13인의 여성 도예가가 한자리에 모여 올해 3월부터 다시 돌아오는 3월까지에 대한 사색을 풀어내는 자리였다.

 

열두 달의 여자
여자에게는 여자만이 인지하는 시간 단위가 있다. 월경과 임신이라는 신체적 특징은 여자만이 가지는 시간 단위를 만들어낸다. 다달이 겪는 월경은 한 달 남짓한 시간의 묶음이 되고,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은 열 달이라는 한 묶음의 시간을 갖는다. 전시를 위해 모인 열세 명의 여성 도예가들도 각자의 ‘시간묶음’이 존재한다. 작가들은 열두 달의 시간 속에서 각각 한 달을 맡아 자신만의 경험과 감성을 표현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들은 도록 대신에 달력을 만들었다. 이는 그녀들이 자신의 작품과 시간 사이의 교집합을 얼마나 깊이 고민했는지가 드러나는 장치이기도 하다. 각각의 월月은 여성 작가들을 통해 새로운 의미로 태어난다.

봄 - 3월, 5월
3월은 소생하는 계절이다. 나무는 가지마다 꽃망울을 틔우고, 그 소리에 개구리가 잠에서 깬다驚蟄. 봄의 허리를 지나는春分 3월은 탄생의 이미지가 강하다. 작가 김현경의 3월은 이런 탄생의 이미지를 끌어와 새로운 ‘만남’으로 해석한다. 작가가 태어난 1979년의 3월과 작가의 딸이 태어난 2014년의 3월이 오버랩 된다. 사랑하는 어머니와의 만남, 또 사랑하는 딸과의 만남은 대를 이어 3월에 이루어졌다. 작가는 이 만남을 문을 두드리는 이미지로 표현한다. 엄마의 딸로서, 또 딸의 엄마로서 첫발을 내딛는 작가의 노크소리가 저 너머에서 들린다.
5월은 모든 꽃과 식물들이 절정을 이룬 시기다. 작가 김문경은 이런 5월을 ‘시작’으로 읽는다. 여러 가지 식물의 형태를 변형해 우리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가는 작품을 통해 식물의 탄생과 절정을 담아낸다. 마치 꽃이 만개한 것처럼 활짝 피어난 형상의 야채와 과일들이 봄의 기운을 전한다.

 

여름 - 7월
요즘에 들어 봄과 여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곤 하지만, 지나고 보면 여름은 일 년 중에 가장 치열하다. 아스팔트가 녹는 도로 위엔 열기를 내뿜는 차들이 가득하고, 아무리 살을 드러내는 옷을 입더라도 내리쬐는 태양 아래선 더위를 한 겹, 두 겹 껴입는다. 이 치열한 여름은 청춘을 닮았다.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삶의 무거운 고민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작가 안세연은 7월을 청춘에 비유한다. 한 해의 중간, 어중간하고 모호한 지점에 있는 7월은 어른과 아이의 경계에 서있는 청춘과 닮았다. 작가의 작업도 이 모호한 경계 위에 있다. 먼 훗날 바라볼 이 작업은 작가의 인생에 있어서 중간의 상태로 볼 수 있다. 방황하고, 너무 많은 생각들로 고민하던 시기의 작품은 작가가 좋아한 노래의 글귀들로 뒤덮여있다. 청춘의 노래들로 감싼 작품들은 치열한 청춘들에게, 그리고 작가 자신에게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라며 위로를 건넨다. 그리곤 다시 못 올 그 ‘중간’을 그리워한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4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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