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원_유리조형> 1, 2 전시실 전경
좌 「벽에 기댄 남자」 2016 우 「상상속의 파티 Ⅲ」 2016
지난 6월 7일부터 7월 24일까지 서울시립 남서울생활미술관에서 박성원의 개인전이 열렸다. 타 장르와 비교해 국내 현대 유리조형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만큼 이번 대규모 개인전은 유리조형 역사에 기념비적이라 할만하다. 전시가 열린 남서울생활미술관은 구 벨기에영사관 건물로 창문이 많고 장소성이 강해 전시의 성격에 따라 장단점이 공존하는 곳이다. 이번 유리조형 전시에서만큼은 창문을 통과해 산란하는 빛이 유리조형 감상에 매력을 더해주고 있었다. 박성원의 작가 인생 15년을 망라하는 전시는 아름다움의 표현이라는 단순함을 넘어 유리에 자신을 투영投映 하고자 했던 그를 보여준다.
장인Artisan
유리Glass
작가 자신의 등신대인 남성상이 추상적인 설치작품을 바라본다. 블로잉과 캐스팅, 그리고 목공예가 결합된 자화상은 다양한 기법을 완벽에 가깝게 연마할 정로도 집착적인 그의 작업 철학을 느끼게 한다. 유리 이전에 금속공예를 전공한 그는 금속과, 나무, 유리를 넘나들며 손으로 해낼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에 완벽을 기한다. 2013년부터 시작된 인물상 작업은 처음에는 유리 얼굴을 받쳐주는 좌대의 역할로 나무 몸통을 사용했다. 지금에 이르러 나무는 깎아내야Carving 하는 고체적인 물성으로, 유리는 녹여서 붓고Casting 덧붙이는Blowing 액체적인 물성으로 대조되어 한 작품 안에서 동등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나무에서 사람의 형상을 빼내고, 유리를 녹여 사람의 얼굴을 더하는 작업. 작가는 이를 삶의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본질만을 추구하고자 정진하는 자신의 모습과 닮아있다고 말한다.
그 ‘남자’가 바라보고 있는 「상상속의 파티 Ⅲ」은 블로잉 기법으로 만든 각양각색의 색유리 파이프를 구의 형태로 구성한 것이다. 가장 기초적인 기법이지만 그만큼 작가의 숙련도를 보여주는 파이프 블로잉은 오롯이 작가의 숨결로 만들어진다. 흙과 사람의 손이 직접 닿지 않고서는 만들어지지 않는 도자와는 달리 유리는 규소질을 고온으로 녹여 작업하기에 직접 손이 닿는 작업은 당연 불가하다. 때문에 유리는 사람의 숨을 담는다. 유리는 모든 작업환경과 온도에 예민해 작업하는 모든 순간이 우연에 맡겨진다. 수많은 우연 중에 작가의 숨은 작품의 형태와 완성도를 지배한다. 형형색색의 파이프들은 마치 모세혈관이 얽혀있는 심장처럼 전시장 한가운데서 생명의 기운을 뿜어낸다. 깨지고 베이고 데이는 지난한 상처의 순간, 여러 개의 파이프를 만들고 설치하는 지리한 반복. 그럼에도 작가의 날숨을 태반으로 탄생하는 유리조형은 작가가 살아있음을 증거하는 기록이 된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8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