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를 컨셉으로 디자인한 음료 분배기
작가라면 누구나 작품을 제작하기 전 구상의 시간을 갖게 되는데 그때마다 내 머릿속을 휘젓고 다니는 것은 온통 옛 것에 대한 회상뿐이었다. 음료 분배기를 구상하는 동안 토출구가 작은 형태의 여러 용기 중 유독 장군缶만이 내 머릿속에 머물며 나에게 매력을 발산했다.
일반적으로 장군이라 하면 대뜸 ‘똥 장군’을 연상하는데 농경사회였던 우리에게 장군은 익숙한 농기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번기에 오줌과 같은 거름을 운반하려면 넘치지 않는 용기가 필요했을 테지만 사실 장군은 고대로부터 부장품으로 사용할 정도로 중요한 물품이었다. 그 이유는 사후에도 마실 수 있는 물과 술을 저장한다는 개념에서 비롯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부장품으로만 사용된 건 아니다. 무역을 위한 먼 바닷길을 떠날 때 배에서 사용할 물을 저장하거나, 일반 생활 속에서도 물, 술, 간장과 같은 식 음료를 저장하는 등 우리 일상에서 중요히 쓰이던 물건이다.
‘장군’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듯 장군은 듬직한 울림과 뭔가를 잔뜩 껴안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버거웠던 역경 속 인생살이가 전해지는 느낌들로 나를 끌어당겼다. 장군의 외형적 특징인 작고 좁은 구연부口緣部에서 힌트를 얻어 작고 좁은 주둥이 대신 수전을 달아 토출 기능을 줬다. 홈 파티와 각종 모임에서 음료의 저장과 내용물을 편리하게 분배 할 수 있도록 단일 구성과 공간 절약형 상하 2단 구성의 디자인을 고안했다.
도자 음료 분배기를 구상하면서 소비자에게 안전한 생활용기로서의 세라믹 소재와 세라믹 용기의 기능적인 특징을 부각할 수 있도록 매력적인 상품 디자인이 필요했다. ‘장군’으로부터 ‘물을 담는다’는 기능을 선택했다면 디자인은 장식과 조형성 및 독창성을 갖춘‘체스’를 선택했다. 체스는 이미 여러 작가들에 의해 세라믹, 유리, 금속, 나무 등 다양한 재질을 이용하여 작품으로 표현되고 있기에 대중들의 미감을 거스르지 않는다. 또한 체스에 등장하는 각각의 기물들이 상징하는 요소와 표현하고자 하는 다양한 재질을 통해 무한한 창작이 이루어질 수 있다. 다양한 체스의 형태적 이미지를 응용해 소비자의 호기심을 고려한 디스펜서 시리즈 제작으로 컬렉션의 효과를 꾀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편리하고 세라믹 용기의 새로운 형태와 기능, 흥미로운 디자인으로 세라믹 음료 분배기 사용의 저변 확대와 연구개발에 힘을 보태고 싶은 바이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8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