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 백토, 환원번조 1360℃, 16×25×46㎝, 2015
지난 2010년 《월간도예》 2월호 아티스트로 만난 정길영 도예가. 그 뒤 2011년, 그는 중국 경덕진에 터를 잡고 작업을 이어왔다. 어느 한 곳에 머물기보다 자신의 작업을 위해 기꺼이 떠난 작가는 자유분방한 자신의 작품만큼이나 그렇게 자유로이 훌쩍 떠났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해온 그는 개인전과 동시에 다양한 활동들로 반경을 넓혀갔다. 건축가와 협업해 식문화 공간을 꾸미기도 하고, 청도에 자리 잡은 그의 갤러리 ‘ART 23.5’를 오픈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하고 있는 그가 중국에서 작업했던 작품들과 함께 개인전으로 찾아왔다. <내 삶의 여정>은 변함없이 발산하는 그의 에너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자, 중국에서의 작업으로 더욱 견고해진 그의 작업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였다.
작품으로 시작하는 나와의 대화
정길영의 작품은 늘 도예와 회화 사이를 가감 없이 가로지르는 것에 아이덴티티identity가 있다. 경덕진의 흙을 만난 그는 평면 표현에 있어 더욱 자유로워졌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여러 점의 도판 작업들은 도자와 캔버스 간의 비교를 무색하게 만든다. 이미 수백 년간 고착화된 예술의 틀을 깨버린다는 점에서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같이한다. 현대의 무정형, 무정의의 예술은 도예 안에서도 유효하다. 경계를 넘나들고 고착화된 개념을 깨부순다. 정길영의 작업은 사실 현대예술의 거품과도 같은 거창한 흐름에 비껴서 좀 더 개인적인 측면으로 흐른다.
“회화 작업인지 도예 작업인지에 대한 구분은 저에게 의미가 없습니다. 굳이 어떤 고매한 사상이나 담론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죠. 오히려 자신과의 대화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삶 속의 이야기 한 편을 꺼내 그려 놓으면, 이놈이 생명력을 갖고 이야기를 걸어오죠. 그렇게 나 자신과 작품 간의 이중주 속에 내 삶의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작가는 도예와 회화의 차이를 찾자면 ‘시간의 제약’이라고 말한다. 도예는 재료의 특성상 시간적인 제약이 따른다. 작가는 흙 반죽이 허락한 시간 안에 자신이 담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내야 한다. 제한된 시간 속에 흐르는 긴장감이 작업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서로 다른 물성의 재료들을 이용해 작업할 때는 또 다른 쾌감이 있다. 작업에 골몰하며 비로소 물성 간의 균형을 이끌어낼 때 느껴지는 설렘. 이는 작가가 지치지 않고 다음 작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드는 원동력이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3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