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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2월호 | 전시리뷰 ]

만성적인 감시인의 현란한 초상
  • 편집부
  • 등록 2018-01-02 15:45:49
  • 수정 2018-01-02 18: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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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성호
  • 2017.10.30-11.9 예술공간수애뇨339

전시 전경

 

“현대인들의 삶은 신용카드를 위시한 각종 플라스틱 카드로 인해 한결 편리해졌다. 그러나 이와 같은 카드는 역설적이게도 소지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자신 안에 고스란히 기록함으로써 자유로운 삶을 위협하는 무기로 변모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쫓아낸 현금을 대신하여 지갑 속을 홀로 차지한 채 언제 어디서나 비밀스럽게 우리를 염탐하는 플라스틱 카드들을 나 또한 수년 전부터 만성적이나 염탐해 오고 있다.”
- 작업노트 중 발췌

 

불과 기백년 전, 모든 것을 손으로 만들어야만 했던 시절. 쓸모를 담고 태어난 많은 ‘물건’들은 넓은 범주에서 동시에 공예적 성격을 내포했다. 현대의 우리는 디자인과 공예의 어떤 경계에서 공장에서 발주된 수많은 ‘물건’들을 일상적으로 만난다. 이 놀라운 재료의 범람은 근대에 규정된 공예의 경계를 흐트러뜨렸고 새로운 공예의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탐색하게 한다. 굳이 ‘업사이클링’이라는 범주로 묶어내지 않더라도, 조성호는 이번 개인전 에서 흔히 ‘재료’로 구분되는 현대 공예의 범주를 종횡무진하며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금속공예 및 장신구 작가인 조성호는 탄탄한 금속재 바탕 위에 나무와 다채로운 플라스틱 등을 조합해가며 작업해온 공예가이다. 재료에 대한 전문적인 염탐꾼이라고 스스로 칭하는 그는 재료를 선택할 때 조형적 매력이 탁월할 뿐만 아니라 가장 효과적으로 주제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 전에서 사용된 주재료인 플라스틱 카드는 이러한 재료적 특성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흔치 않은 신선함을 간직한 소재이기도 하다.

조성호는 폐기될 운명에 처했던 카드들을 ‘지금까지 기록된 무수한 비밀을 고스란히 간직한, 낯선 이의 얼굴’로 되살려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걸린 일련의 액자는 얼굴 형태의 브로치를 평면에 배치한 것으로, 마치 수많은 얼굴들이 일률적으로 관람객을 바라보는 듯하다. 관객들은 하나하나의 얼굴과 마주함으로써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 디테일을 살펴보게 되며, 그 중에서는 평소 무심코 사용해온 익숙한 얼굴들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특정 색, 패턴, 문양을 보면서 당연하다는 듯이 연상되는 어떤 기업이나 사회의 얼굴은 곧 우리 자신의 초상이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1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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