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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1월호 | 전시리뷰 ]

경덕진, 과거로부터 온 현재
  • 편집부
  • 등록 2018-01-02 13:50:08
  • 수정 2018-01-02 14: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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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덕진景德鎭; 백자에 탐닉하다>
  • 2017.9.9~2018.2.18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이승희 「기억Memory」 백자 위에 유약, 물레성형, 가변크기, 2017

 

전통적인 백자의 주산지로 유명한 강서성 경덕진景德鎭은 명청시대 어기창이 설치되면서 관요로 이름을 높였고, 현재까지도 19세기의 도자제작기법이 여전히 통용되고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현대의 산업적인 측면에서 경덕진은 과거의 명성을 잃고 순위에서 밀려나는 처지가 되어왔다. 전통적인 명성의 그림자 속에서 현대 경덕진은 도자 산업의 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며, 지난 10여 년간은 문자 그대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었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 또한 “우연히 혹은 운명적으로” 현대 경덕진에 나타난 전통과 산업적 변화를 그대로 경험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의 이번 기획전 <경덕진景德鎭; 백자에 탐닉하다>는 경덕진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작품의 다양한 경우의 수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다. 참여작가들의 작품은 그 자신의 개인적 배경은 물론, 경덕진의 환경과 만나면서 그 역사성, 물질성, 산업화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초청 큐레이터 이재원미시건주립대학교 교수, 도예가의 말처럼 “경덕진의 도자 작업과 역동적인 변화는 방문자작가들의 눈길을 붙잡았고” 작가가 의도했든 혹은 의도하지 않았든
“이로부터 복합적인 결과Hybrid consequence가 도출됐다.”

 

자연 또는 장르의 경계에서
중앙홀에 들어서면 이승희의 붉고 검은 대나무 숲이 관객을 맞이한다. 군집을 이룬 대나무는 ‘도자’라는 매체로 번역된 데다가 붉고 검은 안료가 덧대어져 더욱 낯설다. 붉은 대나무에 대한 중국 소동파의 고사를 듣고 이를 도자기로 구현한 이승희는 동양에서 대나무가 갖는 다양한 의미에 대해 고찰한다. 붉은 대나무 그림을 두고 “세상에 붉은 대나무가 어디있소?”라는 물음에 “그럼 세상엔 검은 대나무는 있소?”라고 되물었던 소동파의 모습에서 이승희는 익숙한 풍경이 낯설어지는 순간, 작품이 아우라를 획득하는 현장을 포착한다.

 

1전시홀에 놓인 장밍Zhang Ming의 「구름 속 풍경Landscape in Cloud」은 다양한 크기의 백자 유닛을 사용해 산수를 펼쳐놓았다. 주입성형으로 제작된 매끄러운 라인의 흰 백자가 만들어내는 빛과 그림자의 구도는 동양화의 농담을 연상시키는 듯 변칙적이고 불균등하게 이어진다. 장밍이 그려낸 풍경은 마치 2차원의 조경을 3차원으로 옮겨다 놓은 듯, 구름 사이사이 드러나는 산과 자연을 그리고 있다. 자연, 문명, 시간과 과정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그는 작품을 통해 “진실은, 우리가 언제나 자연을 모방할 뿐 절대 능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The truth is we are always imitating the nature and never surpass.”라고 말한다.
진젠화Jin Zhenhua의 백자는 식물의 패턴과 언어를 빌려 그 성장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함으로써 삶의 덧없는 아름다움을 그리고 있다. 「고요한 변화Quite Change」는 식물의 한 순간을 포착한 것처럼 꽃잎 같은 주변부가 오므려진 듯 또는 벌어지려는 듯 중간자적인 형태로 정지한 모습이다. 이 조용하고 느릿한 변화는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모습으로 “반복되지 않으며, 모양이 다른 각 조각이 유니크한 삶의 형태를 구현한다There are no repetitions, each piece is different in shapes which makes them unique life forms.” 각 작품은 다양한 사람들의 사고와 각기 다른 방향성을 반영하며, 끊임없는 변화의 과정에서 우리는 얼마나 허구적이며 유한한지 확인시킨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11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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