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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5월호 | 전시리뷰 ]

제5회 이양재 도예개인전 2002. 3. 20 ∼ 3. 31
  • 편집부
  • 등록 2003-03-18 17:06:32
  • 수정 2018-02-14 09:5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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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이양재 도예개인전 2002. 3. 20 ∼ 3. 31 토아트갤러리

희고 절제된 기물 위에 그려진 자연의 흔적

글 / 성미정 시인

 그 동안 다섯 차례의 개인전을 통하여 다양한 오브제 작업과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며 예술가로서 세계관의 변모를 보여온 이양재의 개인전이 열렸다. 이번 제5회 개인전에서 이양재는 희고 절제된 형태의 기물 위에 자유로운 드로잉을 더해 보는 이로 하여금 다소 서정적이며 회화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도예가 이양재는 대학 시절 그 당시의 다른 도예가 지망생들처럼 물레가 주는 자연스러움과 즉흥성에 의한 작업을 선호했다. 그러나 대학원을 거치며 캐스팅 기법에 의한 미니멀하고 현대적인 표현이 가능한 산업도자의 매력에 눈뜨게 되었다.

 그의 그러한 변화는 현재까지 이어져 작품 성형방법에 있어서는 주로 석고틀 기법을 이용하며, 수공예로서의 도자가 가진 고유의 예술성이 현대산업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변형되고 적응해가며 도예가와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준다. 고려에 청자, 조선에 백자가 있었다면 이 시대에 적합한 도자기란 무엇인가라는 도예가로서의 이양재의 오랜 고민은 다품종 소량 생산의 산업도자에서 그 실마리를 찾은 듯하다. 캐스팅 기법과 아이보리 톤의 깔끔한 유약을 사용하여 제작되는 산업도자는 투박하고 작가의 손맛이 살아있는 수공예로서의 도자예술과 일견 상반된 듯한 인상을 주지만 그는 여기에 자신만의 개성적인 감각과 창조성을 더한 오브제와 조형적인 작품들을 통해 도자예술의 시대성을 잘 살리고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 이양재가 선보인 작품들은 물고기 문양이 들어간 타원형의 기물, 인체를 의미하는 원형의 기물, 그리고 접시와 화병의 용도로 쓰일 수 있는 사각형의 기물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타원형의 기물에 들어가 있는 철화물고기 문양은 남한강을 끼고 있는 그의 여주 작업실의 영향이 작가의 의식 속으로 틈입한 결과라고 한다. 고온소성 시 윗 부분이 처진 것을 이용하여 자연스럽게 접시로 쓸 수 있게 만든 사각의 접시류는 재미를 더해주고, 평면의 판 접시들은 새로운 형식의 그릇을 만들기 위한 작가 나름대로의 시도로 다가온다. 직사각형의 기둥을 연상케 하는 기물 위에 낙서하듯 청화로 그려진 푸른 선들은 남한강의 물결을 연상케 하기도 하고 물고기가 입을 벌리듯 입구가 빼꼼하게 벌어진 타원형의 기물은 기물 표면 위에 그려진 물고기 문양과 더할 나위 없이 조화롭게 보인다.

 희고 단순한 형태의 기물들이 훌륭한 캔버스 역할을 하며 이 모든 풍경을 담아내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다. 그간 다소 차가우며 일견 지나치게 현대적으로 보이던 작가의 작품 세계속으로 스며든 자연의 흔적은 기물이 가진 단순성과 대비를 이루며 전체적으로 여유로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현대에 있어서 기계적이고 단순화된 기법이 가져다주는 효율성이라는게 예술성과 유리되어 먼 곳에 있지 않음을 이양재의 이번 전시회는 역설적으로 드러내 보이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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