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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7월호 | 전시토픽 ]

한국전통공예의 법고창신法古創新
  • 편집부
  • 등록 2013-07-03 10:23:26
  • 수정 2013-07-03 10: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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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공예의 법고창신法古創新

Constancy & Change in Korean Traditional Craft 2013

2013.6.21~7.14 문화역서울 284 (구 서울역사)

|크리스티나 모로치 예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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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밀라노가구박람회 기간 중 트리엔날레 전시장에서는 <법고창신法古創新,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주관>을 주제로 한국의 천연재료로 만든 대표적인 전통공예작품 11점이 소개됐다. 매년 3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밀라노 전시 당시 한국공예전은 이탈리아 현지 언론은 물론 유럽 지역으로부터 대대적인 호평을 받았다. 출품작이 현장에서 판매되고 출품작가의 작품이 영구 대영박물관, V&A 뮤지엄에 판매, 소장되는 성과도 거뒀다. 이번 전시는 밀라노에 이어 한국에서 또다시 선보이는 후속 전시로 손혜원 예술감독(크로스포인트 대표)의 밀라노 현지 기획을 기본으로 해 전시 작품들을 문화역서울 284 공간에 맞게 설치, 밀라노 전시의 감동을 한국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꾸며졌다. 작가로는 도자공예에 김익영 권대섭을 비롯해 목공예에 장경춘 김상수, 섬유공예에 김인자 조효순 정영자 강금성 지공예에 김삭식 김연진 금속공예에 홍정실 칠공예에 손대현 오왕택 정해조, 궁중채화에 황수로가 참여했다.

<법고창신法古創新>전은 귀 기울여 듣고 싶어지는 많은 이야기가 담긴 심오한 전시로서 꼭 보고 들어볼 만한 기획전이다. 각각의 작품들은 인간의 손과 재능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먼 과거로부터 왔으며, 함께 미래를 향해 가야 할 이야기이다. 전자제품과 대중 음악만의 한국이 아니며 초현실적인 예술의 세계도 아닌 한국의 역사적 가치, 그리고 아름다움으로 칭송받으며 유행과 양식을 초월하는, 옛것이지만 더할 나위 없이 현대적인 전통공예의 나라 한국을 알리기 위한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작품의 이야기들은 전통적인 천연재료에서 출발한다. 독특함과 순수성으로 인해 고귀함을 지닌 한국의 전통 재료들은 성실한 전통의 수호자인 장인들이 그 정수를 취해 자기들만의 세계를 표현하면서 재료의 가치와 지혜로운 솜씨를 부각시킨다. 손혜원 큐레이터는 긴 역사를 지닌 한국의 전통 공예를 보존하고 홍보하기 위해 큰 열정으로 이번 작업에 임하면서 나무, 자기, 섬유, 금속, 종이, 옻칠 등의 재료로 만들어진 여섯 분양의 전통적인 공예품들을 선별했다. 모두 특정계급, 또는 서민들의 일상에 속하는 물건들이지만 각 작가별 관점으로 재해석돼 현대성을 갖게 됐고, 원래 용도와의 관계 또한 재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달항아리라고 불리는 둥근도자기 항아리는 한때는 무언가를 담는 용도였으나 지금은 장식품이다. 도자기 의자들은 완벽한 조형을 강조하는 기하학적 형태들로 재해석됐다. 전통장의 비례를 채용한 콘솔의 전면을 장식한 나무는, 100년이 넘는 세월 속에서 시간이 연마한 결을 지녔다. 천연 헝겊으로 만들어진 전통 한복은, 숙련된 무형문화재들의 솜씨로 하나하나 손으로 꿰매어 만들었으며 9겹의 서로 다른 한복의 선이 섬세하게 포개어져 장중함을 보여준다. 침상을 장식하는 이불들은 색색의 삼각형 족각보들이 만화경 속 풍경처럼 다채로운 모치브로 재탄생했다. 젊은 작가가 디자인한 등은 질 좋은 한지의 장점을 부각시키는데 중점을 두어 디자인되었는데 전통방식으로 만든 한지는 예상치 못한 부드러운 빛과 선을 만들어낸다. 향로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탁월한 솜씨의 장인에 의해 은을 상감해 현대적 형태를 창출하였다. 자개를 당초문양으로 오려서 보석과 같은 장식한 장 또한 무형문화재 장인의 작품이다. 나무로 만들어진 전통적인 작은 소반들은 한국인들이 일상 속에서 늘 사용하던 물건이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전통 소반 중 가장 현대적인 형태를 지닌 소반을 재현해 한국 특유의 다양한 나전기법을 선보였다. 천연 옻칠로 만든 커다란 건칠항아리는 장인의 솜씨와 감각을 잘 반영하는 형태들로 현재성을 획득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연의 꽃 모양과 색상을 그대로 재연해 왕의 잔치를 꾸미던 궁중채화 역시 옛 수공 예술의 영구함을 증언하며 현대적인 도자기와 어우러져 전통공예의 새로운 미래를 제안한다.

이 작품들은 함께 모여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며 전통과 혁신이 어우러지는 멜로디를 연주한다, 그들의 혼성 연주는 민족적 특징을 정제해 낸 전통이 자신의 기지 넘치는 매력을 잃지 않고서도 어떻게 현대성을 갖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새로운 조형작업들이 어떻게 전통공예 기술로부터 출발하는지 한국의 천연재료들이 어떻게 천 년을 내려온 전통공예를 통해 현대미술의 특징인 조형성을 획득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전시관이라는 배경 속에서 영원성을 갖게 된 11점의 작품들은 시간의 간격을 초월해, 자신의 정체성은 일ㅎ지 않은 채 오랜 세월 부단히 일구어온 전통이라는 비옥한 토양에 바탕을 둔 번영하는 미래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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