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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2013 상반기 기획전
진례다반사
Jillye
2013.3.16~8.25 클레아아크김해미술관
|김성희 선임기자
건축도자 전문 미술관인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3월 16일부터 8월 25일까지 2013년 상반기 기획전 <진례다반사Jillye>를 선보이고 있다. ‘건축과 사회’를 주제로 한 이번 기획전은 미술관이 위치한 경상남도 김해시 진례면의 일상들을 작가들의 다양한 시선을 통해 작품으로 풀어낸 전시다. 전시에는 건축부문의 신아키텍츠, 와이즈건축, 임태병+몰드프로젝트 팀들을 비롯해 조경부문 김아연, 건축연구자 건전지, 도예부문 김재규, 설치미술부문 고영택 등 총 7팀 11명이 참여했다.
작가들은 각기 다른 시각과 주제를 가지고 진례에 접근했다. 미술관과 이웃한 마을의 이곳저곳을 탐방하며 진례의 지역적 특징과 함께 건축과 사람들이 서로 연결된 다양한 요소들에 주목하고, 동네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건축은 무엇이며, 사회 속에서의 그 역할에 대해 이야기했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됐다. 진례의 장소적 성질을 보여주는 《진례로부터》와 참여 작가들이 진례를 직접 답사하고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채집한 기록들을 전시한 《일상-현장과 기록》, 진례를 자연과 역사 그리고 동네건축의 측면에서 살펴보는 《다반사-자연, 역사 그리고 건축》이다.
진례로부터
전시장 내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진례로부터》란 주제의 1부 전시가 관람객들을 맞는다. 임태병+몰드프로젝트의 「진례다반상多般床」은 진례면의 전통 재래시장의 공간 점유방식에 착안한 작품이다. 다양한 형태와 크기, 색을 지닌 플라스틱 박스와 허니컴(벌집 모양의 구조체)보드를 이용해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쌓은 다음 앉아서 쉬거나 가구처럼 이용할 수 있다. 임태병은 현재 SAAI건축의 공동대표로 건국대학교 산업디자인과에 출강하고 있는 건축가이며 몰드프로젝트는 2006년 젊은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모여 만든 스튜디오의 명칭이다. 임태병과 몰드프로젝트는 그간 상업시설을 비롯한 홍대 인근의 소소한 리뉴얼 등을 함께 작업해 왔던 관계로 이번 전시에서 서로 간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작품을 제작, 선보였다. 음향 설치 미술가인 고영택은 「낯설은 풍경」을 주제로 한 작품을 완성했다. 진례의 풍경, 사람 등의 이미지와 함께 마을의 정겨운 소리가 담긴 음향 작품을 두 곳의 벽면에 나뉘어 설치했다. 오른편에는 진례면 시례리, 신안리, 용정리의 지도이미지와 결합한 사운드 작업을, 왼편에는 소리에 반응하는 움직이는 거울 조각 모자이크 작업을 선보였다. 건축가 3인의 소모임 건전지建展地는 1:1 실물 전개모형인 「자전거점」이라는 작품을 제작했다. 「자전거점」은 송정리 면사무소 앞 삼거리에서 우체국으로 뻗은 골목길 사이에 있는 반세기 가까이 그 자리를 지켜온 자전거 상점이다. 안재철, 송종목, 나춘선으로 이뤄진 건전지建展地는 근대문화유산보존과 도시건축 재생에 뜻을 가진 건축가들의 모임으로 2010년 만들어졌다. 그간 부산 지역의 하야리아 부대 재생을 위한 건축물 분석 및 기록화 연구 등을 수행했고 서울 영동대교(2011), 경북 칠곡군의 왜관 철교(2012), 구)부산측후소(2012) 등 근대문화유산의 공간 및 재료, 구조특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일상-현장과 기록
2부 전시 《일상-현장과 기록》에서는 작가들이 진례를 답사하고 마을사람들을 만나 나눈 이야기들을 기록으로 남겨 그 결과물들을 작품으로 제작한 전시다. 작년 11월부터 약 3개월에 걸쳐 현장에서 작가와 주민들 사이에 긴밀하게 이루어진 소통들은 사진, 인터뷰, 지도 등으로 환원되어 나타났다. 건축사무소인 신아키텍츠 소속의 신호섭과 신경미는 수집된 자료들을 통해 「진례 사람들, 건축을 말하다」란 제목의 작품을 완성했다. 이들은 진례면, 시례리 일대를 답사하고 주민을 직접 채문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제목 그대로 진례사람들에게 집, 마을, 공공시설에 대한 생각, 미술관과의 관계, 그리고 소소한 일상에서의 건축의 의미를 물어보았으며 이를 정리해 소식지로 발행했다. 그 내용 중 일부를 발췌, 건축의 요소인 담, 문, 창문, 벽 등의 형태로 구성한 7개의 이미지작업을 전시했다. 맞은편에는 하얀 구름과 백색의 수많은 집들이 낮은 담장 아래로 펼쳐져 있는 「진례-바라보기 보여지기」라는 작품이 전시돼 있다. 이번 전시의 유일한 도예작품인 「진례-바라보기 보여지기」는 도예가 김재규가 제작한 것으로 높은 곳에서 바라본 진례의 풍경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바라보는 주체와 객체의 다양한 시점이 존재하는 공간 속에서 감상자 저마다 품고 있는 마을에 대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임태병+몰드프로젝트의 두 번째 작품인 「진례풍속도」는 진례의 매력을 찾아 떠난 이방인의 탐험 루트를 담은 지도 작업이다. 관람객들은 지도에 표시된 흔적을 따라 마을을 둘러볼 수 있다.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이자 스튜디오 테라의 대표인 김아연은 「수목도감도」를 선보였다. 진례를 구성하는 34개 리里에 분포된 노거수老巨樹에 대한 마을 어르신들의 인터뷰를 엮어 한 마을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다반사-자연, 역사 그리고 건축
3부 《다반사-자연, 역사 그리고 건축》, 다반사는 매일 차茶를 마시고 밥飯을 먹는 일처럼 흔히 일어나는 일, 즉 예삿일을 뜻한다. 전시 3부에서는 매일 이러한 행위들이 일어나는 공간을 자연과 역사, 그리고 건축을 통해 풀어놓았다. 진례면의 특징 중 하나는 34개나 되는 각 마을마다 대표하는 오래된 나무가 한그루씩 있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늙고 오래된 나무는 슬프게도 하나 둘 사라지거나 예전의 역할로부터 분리돼 가고 있다. 2부에서 「수목도감도」를 선보인 김아연은 3부에서는 정자목 당산목 등 마을의 역사를 간직한 채 그 자리에 있는 나무들의 이미지작업을 통해 「우리마을숲」을 구성했다. 건축가 소모임 건전지建展地는 두 번째 작품으로 「시속 4킬로미터 (4km/h)」를 완성했다. 사람이 걷는 속도를 나타내는 「4km/h」는 길을 둘러싼 역사적․문화적 자산에 대한 4개의 레이어Layer 작업이다. 관람객들에게는 시대를 대변하는 길의 의미와 가치를 일깨워준다. 신아키텍츠의 신호섭과 신경미는 1부에서 선보인 작품과는 또 다른 「내가 말하는 건축」을 펼쳐보였다. 관객 참여프로그램인 「내가 말하는 건축」은 관람객 각자가 생각하는 건축을 종이디스크에 적어 벽면에 거는 방식으로 작품의 의미보다는 건축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장이라 할 수 있다. 2011년 대한민국 젊은 건축가 상 수상, 2012년 서울시 건축가 최우수상을 수상한 와이즈 건축의 공동대표 장영철과 전숙희는 「진례와 금호동에서 모여 살기」란 작품을 선보였다. 허공에 떠있는 건물 모형들 사이의 공간을 길을 걸어가듯이 따라가면 눈높이의 건물들은 마을 골목을 연상시킨다. 재건축이 활발한 서울의 달동네 금호동의 풍경과 진례의 마을 모습을 대비시켜 촌락과 도시, 개발과 보존이라는 명제를 되새기게 한다. 임태병+몰드프로젝트의 세 번째 작품 「진․홍․동․경」은 진례와 홍대의 동네 풍경을 뜻한다. 이들은 동네의 건축을 이야기하기 위해 자신들이 거주하는 홍대라는 지역을 선택했다. 홍대가 지닌 특수성을 배제하고 개인의 일상과 결합된 우리 동네의 풍경을 17개의 건축모형 작업과 지도로 풀어냈다.
마을과 동네건축에 대해 각기 다른 시각으로 풀어낸 이번 전시 작품들은 모두 ‘진례’라는 하나의 키워드 안에서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이는 다시 ‘건축과 사회’라는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지며 전시의 끝에 관람자들에게 ‘여러분이 살고 있는 곳은 어떠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일반인에게는 각 개인이 거주하는 동네와 일상에서의 건축에 대한 생각을, 전공자들에게는 건물과 지역사회의 관계를 어떠한 측면으로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각자의 철학을 묻는다. <진례다반사>전을 기획한 권미옥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진례라는 마을을 통해 건축과 사회라는 큰 명제를 살펴보는데 의의가 있기도 하지만 미술관과 진례가 직․간접적으로 소통하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또한 미술관 내에서 진례를 관람한 이들이 다시 현장으로 나가 작가들이 답사했던 곳을 직접 둘러보도록 유도한다. 지역과 미술관 그리고 미술관과 관람객과의 소통은 다시 관람객과 진례라는 지역의 소통으로 끊임없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성희 기자 masader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