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빚는 도예가 10인
10 POTTERS SHAPING the image of the moon
2012.4.6~5.31 영암도기발물관
|김규화 학예연구사
_?xml_: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월출산과 달
월출산은 백제와 통일신라시대에는 월나산月奈岳, 고려시대에는 월생산月生山이라 불렸으며 월출산은 고려시대 이후 월생산과 함께 가장 많이 불려진 이름으로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월출산은 거친 바위산과 달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풍광으로 인해 많은 시와 노래로 불려왔으며 특히, 구림에서 바라보는 천황봉 너머의 월출은 가히 장관이라 할만하다. 신령스러운 바위산의 모양은 ‘영암’이라는 지명이 되고 달의 차오름과 이지러지는 월출산의 광경은 그대로 고유명사가 되어 ‘월출산’이 됐다.
달과 우리의 삶
현대인들은 논리와 과학의 잣대로 달의 크기나 지구와의 거리, 초승달에서 보름달로의 변화를 분석해 달의 신비를 벗겨내는 한편, 우주선을 보내 물리적인 거리감을 좁혀가는 작업을 지속해왔지만, 달은 여전히 신비롭고 세속적인 것을 초월한 대상으로서의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달’은 일반적으로 우리민족에게 사랑하는 사람의 안위와 안녕, 혹은 개인의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달은 단순히 어둠을 밝히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감정과 긴 인생의 여정을 함께하는 동반자와 같은 존재였다. 특히 달은 바다를 생生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삶을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줬다. 달의 인력으로 인한 밀물과 썰물 등 해수면의 높이가 달라지는 자연현상을 읽어 배를 띄우거나 갯벌에서 낙지나 조개 등을 잡아 생활을 영위하는 것처럼 달의 기운과 흐름을 읽어 생활에 반영하는 것은 옛사람들의 지혜이기도 하다. 먼 옛날 백제의 왕인박사도 상대포에서 일본으로 떠나는 뱃길에서 월출산의 ‘달’이 긴 여정의 일정을 예고하는 길잡이 역할을 했을 것이다. 또한 달은 날마다 모습을 바꿔 옛 사람들로 하여금 날짜를 헤아리게 했으며, 달의 차오르고 이지러지는 모습을 통해 삶에 대한 사유의 세계로 인도했을 것이다. ‘달’과 함께하는 삶속에서 달의 흐름을 쫓아 생을 영위하고 달을 기준으로 삶을 이어나가며 달을 바라보고 이야기하고 소망을 기원함으로써 우리의 삶은 달을 따라 흐르고 동행했던 것이다.
달의 미美
달빛의 은은함은 태양의 뜨거움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햇빛이 비추는 사물이 음과 양의 극단적인 대비로 왜곡된 형상을 보여주는 것과 달리 달빛의 은은함은 사물을 부드럽게 조명하여 조용하고 부드러운 은유의 빛으로 드러나게 한다. 뿐만 아니라 달의 둥근 형상은 넘치거나 부족하지 않는 넓은 감성으로 예술장르의 다채로운 영역에서 등장하고 있다. 또한 달의 감성은 둥글거나 이지러지기도 하며 또는 울퉁불퉁한 질감으로 표현되는 등 항상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이번 <달을 빚는 도예가 10인>전은 그 형태만으로도 깊은 감동과 여운이 전해지는 달항아리 조형을 통해 달의 감성과 도예가의 시각을 보여주고자 한다. 또한 오랜 작업을 통해 나올 수 있는 물레성형의 궁극적인 종착점이라고 할 수 있는 달항아리를 통해 일상과 함께하는 ‘달의 미학’을 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