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유리의 발상지를 여행하다
유리, 삼천 년의 이야기: 지중해·서아시아의 고대 유리
History in Glass: 3000 Years of Glassware from the Mediterranean and West Asia
2012.11.27~2013.2.17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유리, 삼천 년의 이야기-지중해․서아시아의 고대 유리>를 주제로 한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이 지난해 11월부터 오는 2월 17일까지 열리고 있다. 유리를 테마로 한 이번 전시에는 고대 유리의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를 비롯해 이집트, 로마 제국 등 지중해 연안과 서아시아 지역의 유리 제품 및 기술·제작 역사 등이 소개되고 있다.
전시에 선보인 유물 375점은 모두 일본 히라야마 이쿠오平山郁夫 실크로드 미술관 소장품이다. 야마나시 현山梨縣 호쿠토 시北杜市에 위치한 실크로드 미술관은 현재 실크로드 지역의 조각과 공예 작품 등 약 9,000여 점의 컬렉션을 갖추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간다라 불교 조각과 고대 유리 공예 유물이 손꼽힌다. 이번 전시의 유물은 실크로드 미술관의 유리 공예 컬렉션 가운데 메소포타미아와 동지중해의 초기 유리 작품으로 시기적으로는 기원전 15세기에서 기원후 15세기 사이에 제작됐다.
유리 제작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1세기 전의 유리 유물을 1부에서, 대롱불기기법으로 만들어진 1세기 무렵의 유리를 2부에서 다룬다. 3부에서는 앞 시기의 전통을 벗어나 새로운 기법이 등장하는 양상에 초점을 맞췄다. 1부 ‘유리 제작의 시작’에서는 기원전 1500년부터 기원전 100년 사이의 유리 장신구, 향유香油 등을 담기 위한 소형 유리 병, 모자이크 구슬과 장식판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코어 성형 기법, 주조 기법, 모자이크 기법에 의해 유리가 제작됐다. 당시 이러한 유리는 제작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어 상류층만 소유할 수 있는 고가의 사치품이었다. 2부 ‘대롱불기 기법의 발명’에서는 속이 빈 대롱 끝에 유리를 부풀려 용기를 만들 수 있게 된, 제작 기술상의 일대 혁신을 가져온 발명에 초점을 맞췄다. 기원전 1세기 무렵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시작된 대롱불기 기법은 빠른 속도로 지중해 연안 지역까지 확산, 이 기법으로 불과 몇 분 만에 그릇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대량 생산의 길이 열리게 됐다. 또한 가격이 하락하면서 유리 용기가 상류층의 전유물이 아닌 서민들의 생활용품으로 상용화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새로운 기법에 적합한 다양한 기형의 병과 장식 기법의 양상이 유형별로 전시됐다. 3부 ‘장식 유리의 만개’에서는 서로마 제국이 쇠망한 이후인 기원후 5세기부터 15세기에 이르기까지 사산조 페르시아와 이슬람 제국의 전개의 시기에, 이전 시기의 기술을 완숙한 경지로 끌어올린 다양한 유리 제품을 살펴볼 수 있다. 커트 장식 그릇, 무색투명한 유리 잔, 그리고 12세기부터 등장한 에나멜 채색을 한 유리 용기가 이 시기 대표적이다. 호화로운 이슬람 장식 유리는 동시대의 유럽에서도 크게 유행했고, 특히 베네치아 유리 공예에 큰 영향을 끼치면서 근․현대 실용 유리의 기초가 됐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유리는 오늘날의 우리 생활에 밀착되어 있어 그 쓰임새나 역사에 대해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유리라는 소재는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 해 왔고, 그 성격과 용도 또한 다양한 변화를 겪어 왔다. 그동안 국내에서 지중해․서아시아 지역의 고대 유리만을 소개하는 기회가 없었기에, 이번 전시는 유리의 탄생과 확산의 과정을 재음미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김성희 기자 masader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