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24 - 11.22
여주 반달미술관
| 이홍원 한국도자재단
비엔날레 기획운영팀장
요즘의 문화를 융복합, 스마트, 디지털, 그리고 소셜네트워크 문화 정도로 집약 할 수 있다. 이 문화는 집단 지성들이 만들고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모든 분야가 연결되고 뒤섞이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탈중심, 초경계적 문화의 흐름은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서 예측 불가한 트렌드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는 더 이상 예술을 적당한 철학으로 포장해서 설명하거나, 스스로 만족하기 힘든 시대가 됐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미래예술소비고객인 2기 디지털시대의 10대 소비층들(E-Teens)은 이전의 소비층 보다 훨씬 예민하다. 이들은 단순히 상품의 질에만 만족하지 않는 고객이다. 이들은 단순히 부의 축적을 과시하기 보다는 앞선 경험을 중요시하는 극히 실리적인 세대들이며, 심미적 가치를 중요시 하는 소비자들이다. 즉 어디를 가보았고, 어떤 제품과 물건을 써 봤으며, 어떤 경험을 얼마만큼 해봤는지가 더 중요한 세대들이다.
이미 1980년에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에서 소개한 ‘프로슈머’는 스마트 시대에는 일상어가 됐고, 프로와 같은 전문 지식과 콘텐츠 생산력을 갖춘 ‘프로츄어Professional+Amateur’와 ‘크레슈머Creator+Consumer’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트랜드 분석가들은 얘기한다. 이들에게 단순히 작품을 보고 아는 만큼 느끼라고 강요하는 것은 이제 식상한 얘기가 돼버렸다. 그렇다고 예술이 가진 본질적 아우라를 포기하고 흥미로움만을 좇으라고 한다면 근본을 잃은 화려함을 선택하는 꼴이 될 것이다. 시대적 트렌드와 요구를 반영한 예술 공감을 위해서는 이전 보다 훨씬 적극적인 협업 필요로 한다. 즉, 작가와 기획자, 그리고 테크니션의 긴밀한 협업이 있어야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앞으로 예술은 이들을 상대로 작품을 논해야하는 시대가 됐다. 예술적 기반위에 상품성과 기능성을 충족시켜야하는 ‘공예’는 ‘순수예술’ 보다 훨씬 더 난감한 상황이 된 것이다. 앞으로의 세대는 문화를 소비하는 세대들이다. 단순히 커피숍에서 카페인을 소비하는 세대가 아니다. 그리고 그 세대는 일하면서 음악을 듣고, 책상 위에서 세계지도 저 편에 있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휴대폰으로 화상통화와 메일을 주고받으며, 말로 통화하기 보다는 문자통화가 더 편한 세대들이다. 우리는 그 세대들을 문화와 예술로 리드해야하는 입장이다.
CeraMIX로 제안하는 공예 명품관
이번 전시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융복합적 문화흐름 속에서 도자를 중심으로 모든 예술의 통섭의 과정과 가능성을 보여 주는 전시다. 예술적 감성과 철학, 심미적 디자인, 작품 간의 어울림, 그리고 그것을 담는 공간과 연출력을 통해서 각 분야의 예술 감성을 보여준다. 이 전시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어느 분야의 작품인지, 재질은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와 지식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감성과 상상력을 얼마나 자극하는지, 각자 앞에 놓인 작품의 매력이 얼마만큼 자신을 유혹하는지가 중요하다. 만약 그런 감정들을 느꼈다면, 그 관람자는 이 전시를 제대로 즐기고 있는 것이며, 작품과 충분히 교감하고 있는 것이다.
도자가 영상의 주제가 되었을 때, 도자가 유리와 금속, 그리고 섬유예술과 만났을 때, 최신트랜드를 반영한 패션작품과 도자 장신구가 어우러져서 만들어내는 공간의 느낌은 개별 작품이 주는 각각의 느낌과는 차이가 있으리라 본다. 잘 매치되는 느낌은 물론이고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어울림이 자연스러움으로 다가 올 때, 우리는 또 다른 무언가를 상상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각 개인 본래의 가치와 특성만을 갖고 경쟁하기 보다는 자기 분야 이외 영역의 가치를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그래서 결국 자신의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다면 주저 없이 그 길을 택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움직임은 이미 얼마 전부터 예술뿐만 아니라 산업에서 먼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에, 한국도자재단은 그 다음 단계와 비전을 제시하여 그것이 곧 판로에 직결 될 수 있는 구체적 예시를 보여줌으로써 미래 방향을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를테면 도자와 패션이 만나서 새로운 유행流行을 제시하고, 미디어, 조명, 건축, 도자와 화예디자인이 만나서 새로운 공간 디자인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각각의 장르와 장르들이 유기적으로 융합하면서 만들어 내는 우연적 결과물과 새로운 발견은 상상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다. ‘가능성’은 마치 천둥이 번개를 동반하듯 항상 문제점과 한계를 함께 갖지만 끝없는 도전의 끝은 역시 상상 이상의 결실을 우리에게 가져다준다. 그러나 그 끝을 보기 전까지는 단지 예견일 뿐,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그저 긍정적 기대가 부르는 도전과 부정적 포기가 부르는 현실 안주만이 있을 뿐이다. 이 전시는 ‘도전’과 ‘열정’을 토대로 기획된 전시이며,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과정일 뿐이다. 그러면, 각 공간에 담겨지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어떻게 연출되고 꾸며지는지 간략히 소개해 본다.
10개의 공간 구성
전시 도입 부분의 계단 게이트 공간은 기존 격자 목구조물 위에 화예 디자인이 컨셉츄얼하게 어울리면서 새로운 파빌리온 공간을 만들어 준다. 이 공간은 ‘화예디자인학회’의 팀워크를 통해 새롭게 디자인되며, 웰컴 공간으로써의 의미를 갖으며, 진화된 디자인 감성에 의한 화예 디자인공간이 마련된다.
첫 시작을 알리는 Lobby 공간에서는 듀얼영상을 통한 파사드 입체영상이 이 전시의 미래지향적 감성의 전체 분위기를 환기시켜 준다. 도자를 주제로 한 입체 영상은 일상적 인간의 삶과 역사를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의 흐름을 통해 미래 도자예술의 가능성을 표현한 작품이 상영되어 관람객으로부터 상상력을 유도하는 공간이다.
8개 공간 중의 첫 번째 Wood Craft Gallery 공간은 목공예, 가구, 그리고 도자가 어울리는 공간이다. 테이블, 문갑, 쇼파, 책장, 벤치, 목조각이 도자와 조화되어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게 된다. 단순한 가구가 아닌, 목공예품이 채워주는 전시 공간은 이전에 갖지 못한 편안함과 예술작품이 주는 경이로움을 선사해 줄 것이다. 그 위에 어울리는 ‘도자’는 한층 고급한 가치를 확인시켜 준다.
따뜻한 분위기의 공간을 지나 Jewelry & Object Gallery는 다양한 공예장신구와 오브제작품이 한작품 한작품 영롱하게 빛을 바랄 수 있도록 연출되는 공간이다. 작지만 강하게 빛나는 작품들은 관람자의 시선을 붙잡기에 충분할 것이며, 쥬얼리 작품과 함께 어울리는 조명 작품과 유리 오브제 작품의 조화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어두운 공간으로부터 다시 개방공간으로 이어지는 Boutique Gallery는 패션잡화 공간이다. 도자, 유리, 금속 등 다양한 공예 장르로 표현된 가방, 핸드백, 허리띠, 드레스 장식 등이 명품관 느낌의 분위기를 연출하게 된다. 같은 대상물이라도 어느 배경과 분위기에 놓이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상이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공간이다. 때로는 오브제처럼 놓이기도 하고 때로는 철저하게 계획된 연출력에 의지하기도 하면서, ‘상품’과 ‘작품’의 경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Media Gallery에는 관람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영상작품들과 미디어작품들이 전시되면서 관람객들에게 흥미로운 테크놀로지 작품의 세계를 보여준다. 작품 감상의 심각함보다 작품과 소통하면서 느끼는 재미를 경험할 수 있다. ‘스마트세대’들이 가장 행복해할 곳으로, 미디어의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도자의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기존의 휴식공간과 통로공간이었던 Trend Gallery에서는 Fashion과 도자 장신구가 Objet형태로 전시된다. 국내 가장 왕성한 국제적 활동과 한류패션을 주도하고 있는 그룹인 ‘Seoul’s 10 Soul´의 신예디자이너의 신선한 감각의 패션작품과 도자장신구의 어울림이 시도된다. 여기에 순수 섬유예술이 어우러지면서 각 작품들이 서로를 연출해 준다. 일반 판매 중심의 격을 뛰어 넘는 공간으로 연출되는 이 전시는 향후 한국도자재단과 서울산업통상진흥원의 후원에 힘입어 도자와 패션의 또 다른 콜라보레이션의 가능성과 향후 발전방향에 대한 방법론을 타진 해보는 공간이기도 하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1.10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