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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0월호 | 전시토픽 ]

기器와 색色-도자기의 색色을 말하다
  • 편집부
  • 등록 2012-01-03 11:23:23
  • 수정 2013-03-04 14:4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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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器와 색色-도자기의 색色을 말하다

Clay and Color : Colors in Korean Ceramics Rediscovered

 

2011.9.2~2012.7.31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다양한 도자기의 색을 중심으로 한국 도자기의 역사성과 예술성을 조망한 <기와 색-도자기의 색을 말하다>전이 오는 2012년 7월 31일까지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에서 열린다. 전통 도자기를 적색, 회색, 흑색, 녹색, 백색, 청색, 갈색 등 총 일곱 가지로 구분해 선보인 이번 전시는 색이 갖는 역사성과 특정한 색채를 선호하게 된 시대정신과 사상 그리고 미학을 살펴보고자 기획됐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적색을 띠는 초기 철기시대의 홍도와 원삼국 시대의 토기가 눈에 들어온다. 붉은색과 붉은 갈색 위주의 그릇을 주로 사용해온 것은 당시 시베리아를 비롯한 유라시아 민족들이 보편적으로 지녔던 자연관이었던 샤머니즘과 깊은 연관이 있다. 붉은색이 선신善神을 받아들이고 악신惡神을 물리친다는 믿음으로 붉은 태토의 그릇을 선호하게 돼 이 시기에 유행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회색 도자기를 살펴보면 제기형태의 굽과 화려한 장식, 무늬가 특징적이다. 한국 도자사에서 회색이 주도적으로 출현한 시기는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마한 등 고대국가들이 독자적인 영역과 문화를 형성해가는 기원 후 3세기경에 들어서면서부터다. 이 시기는 가마의 기술이 발달해 1,000℃가 넘는 온도에서도 단단한 도기의 생산이 가능해졌고, 그 결과 고온에서 구워진 도기는 회색을 띠게 됐다. 청동기 시대에 주로 등장한 검은색의 그릇은 흑연 등의 광물질을 바르고 문질러 구운 검은 간 토기가 대표적이다. 이 전통은 검은 도기로 이어지며 통일신라시대에 이르러 유약을 입힌 흑유도기로 발전했다. 흑유는 잿물 유약에 산화철 성분을 첨가해 만든 것으로, 칠해진 유약의 양과 농도에 따라 짙은 흑색 또는 흑갈색을 띤다. 검은 유약의 도기는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까지 이어지며, 이는 검은 옹기의 등장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녹색 공간에는 독특한 형태의 「청자음각상감연화무늬참외모양병」, 의자로 사용했던 「청자투각돈」, 문양이 아름다운 「청자상감구름학무늬매병」 등 화려한 비색의 고려청자가 펼쳐져 있다. 전시된 도자기를 살펴보면 고려시대의 초기와 중기, 말기에 따라 조금씩 변하는 청자의 색감을 알 수가 있다. 처음에는 완벽한 청자의 색감에서 시작해 맑은 회녹색을 가진 상감청자의 형태로, 백자가 부상하는 조선 초기에 이르러서는 백자 태토에 청자 유약을 입힌 백태청자로 그 명맥을 이어갔다. 백색인 도자기는 고려 초기부터 청자와 함께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14세기에 이르러서는 중국 원나라의 백자 생산의 영향으로 청자의 표면을 백토물로 하얗게 분장한 분청사기로 발전했다. 이후 고령토라는 자토의 발견으로 1.300℃가 넘는 고온에서도 견디는 백자의 제작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성리학적 이념의 확산과 함께 순백의 그릇은 조선왕실과 문인사대부의 사랑을 받아 널리 유행했던 도자기다. 청색 공간에는 백자의 표면에 코발트 안료로 장식된 청화백자를 선보이고 있다. 조선시대 청화백자는 페르시아산 청화안료인 회회청回回靑을 수입해 제작된 중국 청화백자의 영향을 받았다. 값이 비싼 청화안료는 초기에는 단순한 형태의 문양과 옅은 색감이 특징이었다. 15세기 후반 이후에 이르러 조선에서도 청화안료의 생산이 가능하게 되면서 왕실과 사대부의 애장품이었던 청화백자는 조선후기 민간에게까지 퍼져 다양한 일상용품으로 제작됐다. 다음 전시 공간에는 산화철과 산화동으로 무늬를 그려넣은 갈색 도자기가 전시돼 있다. 고려청자에서부터 시작된 이 장식기법은 조선시대 후기까지 다양하게 사용됐다. 15~16세기에는 철화안료를 사용해 문양을 그려 넣은 분청사기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며 국가 경제가 어려워지는 17세기에는 청화백자의 대체품으로 철화백자가 성행하게 된다. 조선 후기에는 적갈색 안료를 사용해 백자 전체를 칠하거나 청화와 혼합해 부분적으로 문양을 그린 동화백자도 제작됐다. 끝으로 전시장의 마지막 공간에 고故 황종구 조정현 유혜자 강석영 등의 현대도예 작가의 대표 작품이 전시돼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한국 도자기 역사의 결과물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참여 작가들은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지속돼 온 한국 전통 도자기의 색을 토대로 현대의 문화가 갖는 다양한 가능성을 색의 실험을 표현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박기희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연구원은 “색채의 변화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있는 다양한 도자기 작품들을 통해, 관객들은 과거 시대의 사회적, 문화적 배경과 함께 전통적 색의 미학이 현대적으로 계승되고 새롭게 창조된 모습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성희 기자   masaderu@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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