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12~11.21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G20 정상회의 첫날인 지난 11월 11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주요 20개국 정상들을 환영하는 리셉션 만찬이 열렸다. 박물관 내에는 전시실이 훼손되지 않도록 세 곳의 만찬장이 마련되었고 각국의 정상들은 이곳에서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우리 문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국제회의장소로 사용된 데에 G20 준비위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나라 문화를 알릴 수 있는 다양한 장소에 대해 의견을 받았다. 박물관은 각국 정상들에게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우리 문화를 잘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박물관을 최종장소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번 국제행사를 위해 특별기획전이 마련되었다. 혜허慧虛필 <수월관음도>를 비롯해 총 108점의 유물을 공개하는 <고려불화대전>이 《700년 만의 해후》를 주제로 국내 소장된 고려불화 외에 평소 관람이 힘들었던 일본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고려불화를 한 자리에서 선보였다.
고려불화는 고려인의 높은 미적 수준은 물론 고려불교의 정신성과 고려인들의 숨결까지 함축하고 있어 고려시대의 문화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원색을 주조로 한 색채의 화려함과 흐르는 듯 유려하면서 힘있는 선묘 등 당시 동아시아에서 독보적인 미의 세계를 창조했다.
총 108점의 유물 중 일본 소재 고려불화 27점, 미국유럽 소재 고려불화 15점, 국내 소재 고려불화 19점 등 고려불화 61점과 함께 동시대의 중국 남송~원대의 불화, 일본 가마쿠라 시대 불화, 조선 전기불화 5점, 고려시대 불상과 공예품 22점도 함께 선보여 동아시아 불교미술 가운데 고려불화의 뛰어난 예술성을 폭넓은 시야에서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센소지淺草寺 소장 『수월관음도』를 비롯해 네즈미술관根津美術館 소장 『지장보살도』, 오타카지 소장 『관경16관변상도』등의 유물은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것들이다. 특히 ‘물방울 관음’이라는 별칭을 얻은 『수월관음도』는 일본 현지에서도 공개하지 않아 일본 학자들조차 보기 어려운 것으로 유명하다. 주요 유물 출품기관은 국내 삼성미술관 리움, 일본 동경국립박물관, 나라국립박물관, 규슈국립박물관,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보스턴미술관, 프랑스 기메박물관, 독일 베를린동아시아박물관과 퀼른동아시아박물관, 러시아 에르미타주박물관 등 총 44개에 달한다. 이와 같은 많은 국내외 소장처와 협의하는 과정에서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일본에 소장되어 있는 고려불화는 한국에 빌려주면 다시 받을 수 없을 거라는 우려 때문에 소장자들을 찾아가 설득하고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정이었다. 심지어 작품운송을 코 앞에 둔 시점까지 주저하고 출품의사를 철회하는 소장기관도 있어 어려움을 겪었다. 출품을 허락한 기관은 ‘불화도 자기 고향에 한번은 가보고 싶을 것’이라는 이유로 어렵게나마 국외 대여를 허락하는 경우도 많았다. 고려시대에 제작된 후 여러 곳으로 흩어져 소장된 고려불화들이 이번 특별전을 통해 한 곳에서 전시되는 것은 관람객들에게는 특별한 기회이다. ‘700년 만의 해후’라는 주제처럼 이번 전시는 고려불화의 특별 고향 나들이인 셈이다.
전시는 제1부 ‘깨달음의 존재 부처’, 제2부 중생의 구제자 보살, 제3부 수행자의 모습 나한, 제4부 이웃나라의 불보살, 에필로그 ‘전통의 계승’으로 구분되었다. 1부에서는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아미타삼존도」를, 2부에서는 일본 센소지 소장 「수월관음도」를, 3부에서는 고려 1235~6년에 그려진 「오백나한도」연작을 선보였다. 「오백나한도」는 총 14점으로 알려져 있는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7점과 일본, 미국 등에서 대여한 3점을 합해 총 10점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4부에서는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아미타삼존도」와의 친연성을 통해 그 존재가 잘 알려진 러시아 에르미타주박물관 소장 서하 3점이 함께 전시되었다.
고려불화는 원나라 침공으로 강화도로 옮겨간 고려 조정이 몽골과 강화를 맺고 개경으로 환도한 1270년부터 약 120년간에 걸쳐 제작됐다. 이 짧은 시기에 제작된 그림은 전 세계 160여 점밖에 남아있지 않다. 오랜 세월이 지나 선명하지 않지만 당시 불심을 담은 각 불화에서 뿜어져나오는 기운은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장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