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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5월호 | 전시토픽 ]

Brick 벽돌, 한국 근대를 열다
  • 편집부
  • 등록 2010-06-11 11:02:44
  • 수정 2010-07-05 16: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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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k 벽돌, 한국 근대를 열다

2010.4.24~8.15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벽돌 두장을 조심스럽게 올려놓기 시작했을 때 건축이 시작된다. 
_루드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 1886-1969

루드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문구는 건축을 대변하는 벽돌의 상징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한 장 한 장 쌓지 않고는 어떠한 형태도 만들어 낼 수 없는 건축의 최소 단위, 기계의 사용없이 한 손으로 집을 수 있기에 벽돌은 인간적인 건축재로 불린다. 인류가 도자기만큼 오래 그리고 흔히 사용해 온 것이 바로 점토 벽돌이다. 지역과 자연환경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흙을 말리고 벽돌로 구워내 집을 지어온 사실은 세계 각지 역사 문화유적지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벽돌건축물들로 증명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시대까지 가옥, 궁궐, 사찰 등 대부분은 목조건축으로 지어졌었다. 서양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개항이후부터 벽돌을 사용해 교육, 산업, 종교, 외교시설 및 궁정건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건축물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벽돌은 예전부터 탑, 무덤, 성벽 굴뚝 등에 활용되어 오기는 했지만 사람들이 살고 있는 건축물에 본격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한 것은 서구문물이 들어오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근대화가 서구화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서양문화의 도입이 한국근대에 미친 영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으며 이점에서 벽돌건축의 도입은 한국 근대건축을 발전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4월 24일부터 열린 는 벽돌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건축, 도자 그리고 예술의 영역에서 살펴보고자 기획된 전시로 벽돌의 재료적 속성을 바탕으로 한국근대기에 세워진 벽돌 건축의 역사적 의미와 사회적 역할을 되짚어보고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발전 가능성을 조망한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과 (사)도코모모 코리아가 공동주관하는 이번 전시는 인류가 만든 최초의 건축도자재인 벽돌을 《재료의 탄생》, 《한국 근대 벽돌건축》, 《재사용과 지속가능성》 그리고 《벽돌, 그 현대적 가능성》이라는 4개의 주제로 나누어 선보이고 있다.

《재료의 탄생》에서는 세계에서 현재 생산되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벽돌을 감상할 수 있다. 벽돌이 제작되는 과정에서 재료와 형태에 따라 형성되는 각기 다른 미감은 기존의 벽돌에 대한 틀을 깨어주는 기회가 된다. 또한 벽돌의 색감과 형태적 측면에서 다양한 미적인 요소를 담아낼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영상을 통한 벽돌제작과정 소개는 건축도자재로서의 벽돌의 질료적 특성을 살펴볼 수 있게 했고 편년을 통해 벽돌 건축에 대한 역사적 맥락을 총괄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한국 근대 벽돌건축》은 한국 근대 건축에서 벽돌건축의 전개와 양상을 살펴보는 파트로 총 11동의 한국 근대건축 문화재를 사진, 도면, 실물벽돌, 모형, 영상으로 소개했다. 산업·군사시설로는 조선 실학의 정신을 반영하는 수원 화성18세기과 이보다 앞서 벽돌을 사용한 흔적이 최근 발굴된 남한 산성17세기, 신식 무기 제조 공장이자 근대 최초의 벽돌 건축물 중 하나인 번사창1884이, 교육기관으로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학교인 배재학당1886, 멸실과 부산 지역 첫 근대 교육 시설인 일신여학교1905가, 외교업무시설로는 19세기말 수호통상조약 이후 건립된 외국 공관인 영국공사관1892이 소개되었다. 궁정건축은 대한제국1897~1910 시절 지은 회랑 건축으로 덕수궁 내 가장 오래된 근대 건축물 정관헌1900을 소개했다. 코스트E. J. G. Coste 신부가 설계한 한국 성당건축의 전형인 명동성당1898, 최초의 천주교 신학교 건물인 용산신학교1892의 부속 성당으로 지어진 원효로 성당1902, 로마네스크 양식의 전동성당1914 등의 종교 시설도 함께 소개되었다.
《재사용과 지속가능성》에서는 일제강점기에 건립된 근대 벽돌 건축물 중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오늘날 새로운 건축 용도로 거듭 태어난 동아대박물관(구 경남도청사), 인천아트플랫폼(구 일본우선주식회사), 서대문역사박물관(구 서대문형무소), 배재학당역사박물관(구 배재학당 동관), 서울시립미술관남서울분관(구 벨기에영사관)을 소개했다. 리노베이션 건축물을 통해 벽돌의 지속가능성을 타진하고 끝으로 그 활용방안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채 최근 보수 완료된 중명전을 통해 근대 문화유산 보존의 중요성과 활용 가능성을 되짚어 보고자 했다.

마지막 파트인 《벽돌, 그 현대적 가능성》은 작가 9명의 작품을 살펴봄으로 벽돌에 대한 현대적 가능성을 찾고자 했다. 벽돌 모티브의 단순 차용에서부터 회화적 재현과 재구성, 실재가 아닌 개념으로서의 벽돌이 만드는 가상공간에 이르기까지 벽돌에 대한 다양한 표현을 살펴볼 수 있다. 김유주(도예)의 캐스팅 작업을 통한 정교함과 감각적 구성이 어우러지는 작품, ‘벽돌을 그리는 화가 ’김강용(회화)의 작품, 김태우(건축)와 고성희(유리공예)의 건축과 유리공예와의 협업, 노미리(설치)의 투명 PVC 벽돌을 쌓아 올린 작업, 서혜영(설치)의 개념의 선으로 대체된 벽돌, 오퍼스건축(건축)의 벽돌조형물과 영상작업의 결합, 유정현(설치)의 재활용 옷감으로 감싼 벽돌 작품, 전재홍(사진)의 벽돌건축 사진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벽돌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사진 68점, 도면 54점, 모형 5점, 실물벽돌 72점, 영상물 8점 등 총 207점이 전시되었다. 물론 실제 건물을 옮겨와 전시할 수 없기에 판넬, 모형, 도면 등으로 선보인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벽돌’이라는 모티브로 한국근대 건축물을 소개하고 앞으로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모색해보고자 했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의의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문화재를 연구하는 비영리 단체 (사)도코모모 코리아와의 공동주관은 건축에 대한 전문성을 위한 탁월한 협력은 미술관의 새로운 시도였다고 볼 수 있다. 임미선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관장은 “근대건축에 대한 관심이 많은 이때에 좋은 전시를 선보이게 되어 기쁘다”며 “예술과 산업이 만나서 사회, 교육적으로 실질적인 반영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관람 후에는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세라믹 창작 센터Ceramic creative Center와 연동한 레지던시 작가 워크숍 <벽돌을 이용한 공공 퍼니처2010. 3. 28 ~ 5. 31>에 들러보길 권한다. 미국 도예가 알렉시스 그레그Alexis Gregg와 테너 콜맨Tanner Colmann이 국내 벽돌생산업체 삼한C1(대표 한삼화)에서 협찬한 점토 벽돌을 이용해 환경오브제를 제작하는 과정을 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또다른 공공 퍼니처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장윤희 기자   yoonheej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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