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도자기 <명사의 애장품> 전
Collection of celebrities
2010.3.5~3.15 서울 이도갤러리
각 분야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24명 명사들의 도자소장품을 선보인 <내가 사랑하는 도자기 - 명사의 애장품>전이 3월 5일부터 15일까지 서울 가회동 이도갤러리에서 열렸다. 이번 출품작들은 명사들이 직접 제작한 작품과 도예가들에게 구입해 그간 소중히 간직해 온 작품들로 구성됐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노정란 화가의 가족들이 직접 제작한 작품들이다. 꽃을 꽂아놓고 식탁 위를 장식했던 화병, 남편이 주먹으로 주물러 완성한 부엌싱크대 도자장식, 딸아이가 만든 어설프지만 귀여운 비누받침 등은 추억과 삶의 단편이 묻어나 있었다. 정양모 전 국립박물관장의 출품작은 1970년경 황규동 도예가가 운영하는 충북 괴산요에서 백자필통위에 철가루로 직접 그림을 그려 완성된 작품이다.
도예가들에게 구입하거나 선물받아 소장해온 작품으로는 구본창 사진작가가 출품한 원경환 홍익대학교 도자유리과 교수의 「찻잔」과 일본작가 나오토 이시이의 「사발」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도자가 대중화되기 이전인 1980년 중반 원경환 교수에게 선물받은 이 작품은 단순한 기하학적인 형태를 기본으로 한 생활도자기로, 베이지 색감의 몸체와 짙은 브라운 빛은 커피 물이 들어 그동안 사용해 온 흔적이 역력했다. 일본작가 나오토 이시이石井 直人의 「사발」은 마치 한국의 항아리를 연상시키는 질감과 원시적이고 투박한 외관에서 흙을 빚은 작가의 손맛이 그대로 느껴졌다. 황숙정 사진작가의 애장품 「커피팟셋트」는 97년 여름, 그가 뉴욕행 비행기에서 읽은 이탈리안 건축가 알도 로씨Aldo Rossi의 작품이 소개된 잡지가 인연이 됐다. 곧바로 뉴저지 포트리로 향한 그는 유럽그릇을 도매, 수입하는 동창친구를 통해 독일그릇 회사로렌탈의 제품인 이 작품을 구입했다. 노영희 푸드스타일리스트는 이헌정 작가의 노란색 합과 팝아트의 꽃무늬를 연상시키는 「분청합」을 선보였다. 식탁위에 센터피스 같은 역할도 하고, 간식으로도 견과류를 담아 사용하기도 하는 이 합은 2~3년 전부터 그의 취미가 됐다. 호기심 어린 시선과 손길로 뚜껑을 열었을 때 볼 수 있는 합의 내면, 유약 빛깔, 그 안에 담겨진 그 무엇이 늘 그를 즐겁게 한다. 이효재 한복 디자이너는 평상시 가족처럼 지내는 도천 천한봉 도예가의 「다완」과 소설가 이외수가 직접 만든 「필통」을 그의 아내로부터 선물받아 간직했던 것을 출품했다. 노준의 토탈미술관장의 출품작은 「티팟」이다. 이 작품은 1989년 동숭동 토탈미술관에서 열린 미국의 세어 제이드Thayer Zaeder작가에게 구입했다. 「티팟」의 기하학적인 줄무늬 패턴, 작은 인체모양인 듯 움직이는 조형작품이 재미있어 간직해온 작품이다. 오브제 주전자는 직접 사용하기보다, 발랄한 느낌과 투박한 조형적 즐거움을 주는 장식품으로 사용했다.
이밖에도 이번 전시에 소개된 다양한 명사들의 소장품들은 그들이 일상에서 도자작품들을 어떻게 쓰고 활용했는지를 말해주는 듯 따뜻한 손때가 묻어났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은 오늘날 우리 도자 생활문화에 대해 삶과 밀접한 문화로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0년 4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