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연 도예전
TEAPOTㆍTEAPOT
2010.1.28~2.6 수원 갤러리가빈
이번 전시의 주된 주제는 <주전자>다. 하얀 백지 위에 그리다만 그림 같기도 한 ‘글씨와 그림 붙이기’를 한다. 흰색은 물질이나 실체로서 모든 색깔이 날아가 버린 세계의 상징과도 같다. 그러나 흰색은 죽은 것이 아닌 가능성으로 차있는 침묵이다. 어쩌면 작가는 흰색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처음에는 무채색의 모노톤에서 점차 구체적인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하여 화려한 색조와 문양을 첨가하기도 한다. 표면작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글씨, 즉 언어는 단어와 단어로 결합되어 하나의 문장이 되고, 그 낯선 언어들은 새로운 의미가 되어 상호 소통된다. 작품의 글씨들은 서로 뜻이 통하지 않고 조작ㆍ변형되어 있으며, 때론 분절되고 파편화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작품에 나열된 언어들을 독해할 필요도 없고, 그 의미에 고민할 필요도 없다. 다만 삶의 혼돈과 내면의 갈등을 상징적 이미지의 개념으로 새롭게 재해석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의미를 찾을 수 없이 불규칙하게 나열된 한글, 알파벳, 패턴들은 박스라는 형태와 결합되어 극적인 효과가 철저히 배제된 채 어떤 객관적인 사실을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이렇듯 빈 공간의 글씨와 그림들의 내용은 알 수 없지만 크고 작은 여러 조각의 전사지를 퍼즐처럼 또는 꼴라주하듯 한구석도 빠짐없이 붙이거나, 또는 부분적으로 오밀조밀하게 메워 넣었다. 그것은 일종의 자기고백과도 같은 편안한 이야기이며 현실경험과 동일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