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철의 여덟 번째 개인전 2002. 3 13~19 서호갤러리
자연으로의 귀의
글/서남영
미학, 자유기고가 오만철 작품의 소재는 ‘자연’이다. 그는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인물, 나무, 꽃, 물고기, 산 등 친숙한 자연과 벗하고 있다. 그러한 소재는 때로는 평면작업에서 강한 색으로 어우러지고, 때로는 분청사기에 표현된다. 그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이러한 자연관은 “인간이 땅을 따르고, 땅은 하늘을 따르고, 하늘은 도(道)를 따르고, 도는 자연을 따른다(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然)”는 도덕경(道德經, 제25장)의 가르침을 잘 실천한 것이며, 최종적으로는 자연과의 합일을 추구한 것이다.
그는 동양화의 하얀 종이에 수묵으로 그림을 그리는 기본적인 방식을 도자기와 회화가 결합한 독특한 양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는 정확히 어느 한 부류의 예술에 국한되기보다는 회화와 도자기의 공통부분에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고집스런 은근함과 끈기로 어느 한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자유롭게 유희한다. 오만철의 3회 개인전 도록 서문에서 박용숙님은 이런 작가의 작품을 ‘도자화 양식’이라고 일컬은 바 있다. 곧 ‘도자화 양식’이란 단순히 도자기+회화가 아니라 도자기와 회화가 결합하는 독특한 한국적인 결합 양식의 작품이라고 규정했다. 이번 8회 개인전에서는 그 동안 꾸준히 해 온 분청사기와 도판(圖版)작업을 같이 전시한다.
도판 작업 역시 하나하나 구운 도자기 판에 그림을 그린 형식이다. 실제로 작품을 대하면 더 이해가 쉽다. 도자기 특유의 무게감과 매끈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표면의 투박한 질감은 위에서 말한 ‘도자화 양식’의 또 다른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평면적인 도판 작업이 새로운 느낌을 준다면 분청사기는 전통적이며 조형적이다. 분청사기의 흰 공간은 동양화에서 가장 중요한 ‘여백’을 상기시킨다.
그 위의 힘찬 붓의 움직임은 조금의 망설임이나, 주저함을 허락하지 않는 작가의 힘찬 기운을 드러낸다. 또한 도자기에 흐르는 유려한 선은 정적인 동양화의 정서와는 대조적인 율동성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오만철의 작품에서 도자기와 동양화의 우의를 논한다는 것은 그리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자연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작품의 성격처럼 어느 것이 ‘주’가되건 그것은 이미 또 다른 완전한 하나의 형식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백 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이 더 낫다”라고 전해 내려오는 평범한 진리처럼, 잔재주를 부리지 않고 진실한 예술의 혼을 담은 작품이기에 되도록 말을 아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