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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7월호 | 전시리뷰 ]

RECOLLECTION-RECRETION
  • 편집부
  • 등록 2003-07-11 14:53:42
  • 수정 2018-02-19 09:5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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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준규 2회 개인전 2002. 6. 21 ~ 6. 26 미국 로스앤젤레스, INMO갤러리

RECOLLECTION - RECRETION

글/우관호 홍익대학교 도예과 교수

 현대사회는 인위적으로 생성된 개념과 의미들로 가득 차 있으며 예술에서도 예외는 없다. 작가 개개인의 지향점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산재해 있고, 그들은 저마다의 논리를 과장된 몸짓으로 표현한다. 어떤 이들은 이 모든 것을 불신하고 부정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단순히 자신만의 세계에 몰입하는 것에 만족하는 경우도 있다. 송준규는 후자에 속한다. 그의 작품은 자신이 살아온 흔적들, 특히 여행을 통해 얻은 인상을 드러내는 매체로서의 기능만을 가지고 있다. ‘회상’이라는 제목에서 나타나듯, 여행의 시간들을 추억하며 그 때의 느낌을 되새기는 것에 만족할 뿐, 누구의 이해나 공감을 바라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어떤 이야기를 담아내겠다는 의도도 없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은 비교적 공감하기 쉬운 소재들로 이루어졌다.

 서양 문명을 상징하는 건축물과 신화적 성격의 동물들이다. 건축물들은 세워졌을 때부터 주변에서 일어났던 많은 사건들과 살아왔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람들은 그 나라의 사회, 역사, 문화를 함축하고 있는 매개물로 기억한다. 작가는 위대한 건축물의 의미와 역사성에 대해 알고 있지만 그것을 작품화할 때는 재해석의 과정을 거친 변용의 어법을 근저에 깔고 있다. 그래서 결과물은 더 이상 어떤 거대함도 위엄도 없으며 흙으로 만들어진 오브제로 존재한다. 동물 또한 마찬가지이다. 마치 페가수스(Pegasus)를 연상하게 하는 동물은 건물과 결합하여 신화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듯 하다. 그러나 그것은 형태의 차용일 뿐, 특별한 의미나 전설성은 없다. 다만 작가만의 상상력속에 존재하는 동물이고 작품을 이루는 부가적인 소재일 따름이다. 뚜렷한 의도나 목적없이 여행의 기억들을 단지 느낌만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는 작가의 말에 반해 퍼블릭 도메인화되어 버린 소재들이 등장하는 것은 매우 이율배반적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작품을 대하고 난 후의 어떤 영향이나 효과도 기대하지 않는듯이 보인다. 보는 이들의 카타르시스를 고려하지 않으며 나아가 ‘심오하다’는 류의 수사를 끌어내어 자가당착에 빠지려고도 하지 않는다. 글의 첫머리에서 말한 것처럼 그의 작품은 오직 자신이 가진 느낌의 충실한 표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따라서 보는 사람을 배려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고 당당하다. 특히 보여지는 실체보다 그 안에 담겨 있는 의미를 중시하고, 숨겨놓은 무언가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작품으로 간주되는 지금의 상황에서, 자신의 느낌을 가감없이 표현함으로써 소위 예술적 오해의 소지를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같은 관찰적 소견에 반해 송준규는 어쩔 수 없는 제작자의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색채와 형태, 질감에 대한 집착이 은연중에 나타나고 있다. 색채의 사용은 절제된 듯 하나 작품 하나하나에 기억, 해석, 구성의 과정이 나타나 있다.

 단색조이긴 하나 겹쳐 칠하고 부분적으로 벗겨 낸 테라시질라타의 색들은 마티에르와 연결되어 건축물들의 연륜을 그대로 드러낸다. 자세히 살펴보면 건축물의 구성에서도 그런 의도가 엿보인다. 육면체와 원주 등의 요소로 이루어진 형태는 손가락 한 마디 크기만한 벽돌을 반복적으로 쌓아올려 완성되며 기억 속의 건물을 실재로 소생시키고 있다. 건물과 융착되어 있는 페가수스의 날개들은 고건축물들의 고즈넉함에 생동감을 부여하는 동시에 유기적 관계를 상징하고 있다. 고건축물과 신화. 송준규의 작품은 별다른 의도없이 출발하는 듯 하지만 종국에 가서는 보는 이들의 ‘회상’에 직접적으로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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