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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7월호 | 전시리뷰 ]

하얀 돌들로 차려진 만찬
  • 편집부
  • 등록 2003-07-11 14:51:56
  • 수정 2018-02-19 09:5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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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훈 도예전 2001. 6. 4 ~ 6. 10 현대갤러리 무역센터점

하얀 돌들로 차려진 만찬

글/성미정 시인 (www.craftabout.com)

 생활도예를 기본 컨셉으로 열린 권오훈의 제5회 개인전은 하얀 돌들로 차려진 정결한 식탁을 연상시킨다. 작업실 부근의 자연에서 작가가 만나고 수집한 하얀 돌들이 주는 이미지는 흙이라는 소재를 통하여 때로는 단순화되어,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변형되어 우리에게 다가온다. 권오훈은 하얀 돌들로 차려진 만찬을 통해 우리에게 생활도예의 다양한 즐거움과 가능성을 만끽하게 해준다. 생활도예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식기나 다기류, 조명 등을 떠올리지만 권오훈은 다양화되는 소비자의 욕구와 현대의 생활감각에 어울리는 토털 인테리어 개념의 생활도예를 제안하고 있다. 프로덕션 라인과 연계해 대량생산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식기세트의 경우, 산업도자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일품공예에 머물러 대량 생산이 용이하지 않았던 그간의 생활도자 개념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시도가 돋보인다.

 전통적인 재유를 백색 자기에 입힘으로써 백색 자기의 차가운 느낌을 따스하고 친근한 우리 정서에 가깝게 만든다던가, 눈처럼 하얗고 강도가 있는 본차이나 특성을 그대로 살린 스톤 시리즈는 우리 생활도예의 영역을 확장시키고자 노력해온 작가의 이력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그림을 대신하여 장식할 수 있는 도판과 도자 오브제였다. 도판의 경우 한지의 느낌이 들도록 도판 자체에 미세한 구명을 촘촘히 넣은 후 검은색 도자 안료를 이용하여 굵게 선을 그었는데 먹이 번진 듯한 효과를 주어 한 폭의 동양화를 감상하는 기분이 들며 기존의 도판들과 차별화를 보여준다. 또한 돌이나 청동 같은 그간의 전통적인 조소 장식품을 대체하여 집안의 코너를 장식하기에 좋은 작고 아름다운 도자 오브제들은 역시 돌을 모티브로 잘라진 돌의 단면을 보여주기 위해 겉과 안을 다르게 처리한 것이 특이하다. 이러한 작가의 의도는 뮤지엄이나 갤러리처럼 커다란 공간에서만 만날 수 있던 도자 오브제들을 생활공간 속에 보다 가깝게 끌어들이는 데 의의가 있는 것 같다.

 각기 다른 소재를 한 작품에 이용하여 소성 시의 온도차로 변형된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라든지 큐브 형태의 문양을 이용한 작품 등 작가는 8년만의 개인전을 통하여 변모한,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실험적이고도 실용성을 염두에 둔 작가 정신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얀 돌들로 차려진 권오훈의 개인전을 통하여 우리는 생활 도예의 영역이 주방이나 식탁에만 머무르지 않고 작가의 상상력에 힘입어 실용성이 덧보태어진다면 끝없이 확장해 나가고 자랄 수 있다는 것을 즐겁게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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