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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5월호 | 전시토픽 ]

2009세계도자비엔날레 - Ceramic Space & Life
  • 편집부
  • 등록 2009-07-11 13:2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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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4.25~5.24 여주 세계생활도자관
| 이홍원 도자진흥재단 큐레이터

<Ceramic Space &Life>전은 『2009세계도자비엔날레』의 대표 기획전이며, 여주 세계생활도자관을 새롭게 단장하기 위하여 총력을 기울인 전시다. 기존의 여주 생활도자관에서 열린 전시들은 ‘생활도자’컨셉에 초점을 맞춰 전시를 기획해왔다. 즉, 생활도자의 다양한 디자인을 보여 주거나 생활공간과 도자를 접목한 전시들을 보여주었으나, 요즘의 관람객 수준의 급격한 눈높이 변화에 맞춰 좀 더 작품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온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정해진 공간에 틀에 박힌 내용을 담은 전시는 관람객의 시선을 오래 붙잡기 힘들다. 이에 오브제 전시 형식으로 연출하면서 공간 활용과 접목을 함께 시도한 전시를 기획했다.
<Ceramic Space & Life> 에서 제시되는 공간은 그 자체가 작품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작품이 어디에, 어떻게 놓여지든, 어떻게 비춰지든 그 자체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그러한 존재와 의미가 하나의 공간 안에서 새로운 개념의 예술을 낳는다. 이와 맥을 같이하여 모든 공간과 작품들은 오브제로써의 의미를 갖는다는 내용과 ‘여주세계생활도자관’의 안과 밖의 모든 공간을 하나의 대규모 전시로 구성한다는 형식이 기존의 전시들과 차별성을 갖는다. 또한 이번 전시는 ‘도자’예술과 ‘자연’의 요소가 접목되고 순수 예술 및 건축예술이 결합하여 도자 작품에 숨어 있는 미감을 발견할 수 있도록 구성된다.
전시관 1층 오른쪽 제2전시실에 들어서면 여섯 개의 큐브공간과 세 개의 벽면 공간에 작품을 전시하는 《Ceramic on the Wall》전을 만나게 된다. 현대의 일부 도예가들은 오브제의 형태를 빌어 일반적인 벽의 공간을 예술 공간으로 승화시키려는 시도를 보인다. 이 전시에 참여하는 현대도예가 11명은 다양한 조형적 시도와 새로운 기법들로 ‘공간’에 대한 담론들을 풀어낸다. 개별 작품으로 놓고 보면 일반적인 도자기나 공예품으로 인식되는 작품들이 조합과 구성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의 설치작품이나 공간 조형작품이 된다. 하나의 모듈이 하나의 작품을 만들고 각각의 작품들은 하나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더 이상 전통도자나 현대도자 또는 조형도자나 생활도자와 같은 장르의 구분도 불필요한 구분이 된다. 하나의 공간은 하나의 작품으로 존재할 뿐이다.
이탈리아의 실비아 조타 작가의 400여피스로 만들어진 「여성의 시간」이라는 작품이 9m벽면에 설치되고, 시간성의 의미를 내포한 조민호 작가의 「흔적의 벽」이라는 도판작품이 선보인다. 현재 LA에 거주하고 있는 이해정의 「화합과 희망」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경험한 문화의 ‘충돌’또는 ‘적응’그리고 ‘융합’을 내용으로 한 설치 작품이 전시되며, 김대훈의 삶과 죽음, 그리고 생성과 소멸의 의미를 담은 작품들이 소개된다. 멸종한 168종의 동물을 각각의 도판에 그려 일부를 설치하고 칠판에 저승사자를 그려넣은 작품을 양쪽에 배치하여 주제를 강조한다. 작가 최홍선은 작가 주변의 사람들을 안경에 그려 넣거나 상감하여 벽면에 설치하고 각가의 사람의 형태를 종이인형의 형태로 만든 후 뒷면에 자석을 설치하여 철판으로 된 벽에 구성, 관람객들이 구성해 볼 수 있도록 참여형 작품을 보여주기도 한다.
작가 김시영은 ‘흑유자기’로 유명한 작가다. 가평의 흙으로 작품을 빚고 그 흙을 녹여서 유약으로 활용, 특이한 그만의 질감과 색을 만들어 낸다. 이번에 출품한 작품은 「서가설산」이라는 작품으로 작은 각각의 모듈을 따로 벽에 붙여 산의 모양을 만들어 내고 흰 바탕의 벽과 어우러져  눈 쌓인 산의 형태를 만들어 낸다. 작가 이은혜는 30,000여 피스에 달하는 말린 원뿔모양의 모듈을 집적하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낸다. 작품의 내용은 ‘들녘 풀밭의 바람결’을 표현하고 있으며, 파스텔톤의 색의 조화 또한 시선을 멈춰 놓는다. 동색의 미묘한 차이와 모듈의 방향성을 활용한 이 작품은 현대 회화적이면서 도자 공예의 한계에 도전하는 작품이다.
작가 곽경아는 바닷물결의 모습을 200개의 컵에 새겨 넣어 오브제 미술의 전형을 보여 준다. 작가의 예민한 감수성은 미묘한 바닷물의 ‘색’에서 확인되는데 200여개의 컵에 그려진 바닷물의 색이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작가 박성백은 각각의 모듈을 감싸고 있는 거푸집 소재의 녹는 온도를 달리하여 흙이 불에 구워진 흔적들을 표현하여 벽면에 설치하고 벽면의 일정공간을 비워 두어 관람자가 그 공간을 채우면서 비로써 그의 작품은 완전한 작품이 된다. 이 전시의 최연소 작가 박윤정은 4500개의 고리를 연결하여 2개의 커튼모양을 만들고 둥근 고리는 ‘염색체’또는 ‘입자’를 상징하여 ‘수직적 확산’과 ‘수평적 확산’의 의미를 전달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여섯 개의 큐브공간과 작품이 어우러져 하나의 완전한 작품을 이루는데, 그 컨셉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가가 바로 김순식 이다. 바닥의 전돌, 벽면의 도판, 철과 도자의 조화를 이룬  400kg의 벽면 설치 작품, 그리고 탁자와 작은 인형들, 이 작품들은 모두 인생살이의 모습을 함축한 「십우도十牛圖 」라는 주제를 표현하며 이 작품들은 주어진 공간을 흥미롭게 꾸미고 있다.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에는 웅장한 ‘파빌리온’ 형태의 조형물에 도자작품들이 장식되는데, 외부의 대형조형물이 거친 느낌의 시멘트로 이루어진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 작품은 격자구조의 목조형물로 이뤄져 딱딱한 느낌의 계단 공간을 보다 부드럽고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아름다운 우리도자 공모전’수상자들이 출품작과 함께 내놓은 ‘잔’ 형태의 소품들과 얇은 두께의 반투명한 작품들의 ‘박태도자’가 목조형물과 어우러져 감상의 재미를 더해준다. 

2층에 올라서서 좌측 3실부터 우측 4실까지 《Ceramic Objet》라는 주제로 8개의 공간에 전시가 이루어진다. 각 공간마다 건축적 개념을 부여하고 사람, 물, 불, 흙, 금속, 빛, 나무  등의 자연 요소를 연출 컨셉을 설정하여 설계했다. 환한 보름달을 보면 마음이 넉넉해진다.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전시실은 ‘달月’을 모티브로 달빛이 집안에 가득한 분위기를 연상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안에 아름다운 전통도자기들을 배치하여 ‘한옥’의 문창살 종이를 파고들어오는 빛을 머금은 공간과의 조화를 이루도록 연출했다. 작년에 고희전을 치룬 작가 박부원이 출품한 86cm의 달항아리는 이 공간을 꽉 채워주는 느낌이다.
‘물水’의 공간은 대형 수조위에 물을 담고 물 위에 작품을 띄워 놓았다. 물에 반사된 작품들은 마치 물이 작품을 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한 쪽 벽에는 ‘물’을 테마로 한 영상이 흐르면서 분위기를 더해준다. 작가 안정윤의 연꽃 모양의 작품은 물위에서 달빛을 머금은 듯 호젓하게 자리 잡고 있다. ‘금金’공간은 곱게 연마된 철판이 3면의 벽을 이룬다. ‘철’은 뜨거운 불속에 담금질 단련을 통해 얻어지는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도자기와 공통점을 갖는다. 금속의 느낌을 주는 작품과 질감의 대비를 이루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중국 경덕진의 작가 유단화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을 변형하는 작품들을 작품화하는데, 이번에는 플러그의 모양과 뱀의 모습을 접목한 168cm의 벽면 설치 작품과 20개의 ‘압정’작품을  선보인다. 어디까지가 금속이고 도자기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작품이어서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 것으로 보인다. 설치하면서도 애를 먹은 작품이기도 하다. ‘불火’의 공간은 불의 흔적을 상징하는 ‘숯’을 전면 활용하여 전체 곡선 공간을 형성하고 숯의 질료적 느낌 또는 색과 대비되는 작품들로 구성된다. 한쪽 벽면을 거울로 마감하여 공간적 깊이 감을 더해준다. 이 공간에 전시되는 이기자의 작품과 이은미의 작품은 숯의 질감과 색감에 있어서 대조와 대비를 이룬다. ‘흙土’의 공간은 초벌, 도기, 자기 도편들과 백자, 분청, 청자 도편들을이 층층이 쌓인 곡선의 벽을 세우고 그 앞에 현대조형 작품을 배치하여 시간의 흐름과 무한한 흙의 가변성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아낸다. 재단 소장품으로 구성된 이 공간은 흙에 대한 도전 정신을 담은 작품들이 소개 된다. ‘빛日’의 공간은 어두운 전시장에 조명이 위아래에 설치된다. 좌대에 놓인 작품들은 마치 허공에 부유하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 시선을 집중시키며, 공간감을 확보한 작품들은 조명과 조응하면서 일반적인 공간에서 발견할 수 없는 미감을 경험하게 해준다. 작가 천해영의 도시풍경의 작품은 이 공간에서 그 빛을 더하는 작품인데 철 구조물을 배경으로 도시 속 빌딩의 모습을 조명 효과에 실어 표현한다. 새벽에서 황혼까지의 표정을 묘사하고 있는 수작이다. 또한 김지아나의 작품 또한 주목할 만한데, 얇은 도자조각 후면에서 시시각각 바뀌는 LED조명효과를 통해 달 표면의 표정을 묘사한다. ‘나무木’공간은 곡선과 직선의 조화를 통해 단순한 사각의 전시공간을 새롭게 꾸며준다. 전통적 기법 위에 현대적 미감의 접목을 시도한 작품들과 나무 표면의 질감과 조응하는 작품들을 수선蒐選하여 연출에 접목했다. 작가 문지영의 인스톨레이션작품과 이태호, 강유단, 김창호의 작품들을 눈여겨 볼만 하다. 나무의 느낌과 잘 어울리면서 각 작품들의 느낌들이 더욱 빛을 바라고 있다.

‘여주세계생활도자관’의 외벽에는 전시관의 형태와 조응하면서 단순하게 뻗은 곡선형태의 대형조형물이 설치되는데, 이 조형물은 작품임과 동시에 《세라믹게이트Ceramic Gate》라는 하나의 전시가 된다. 건축과 도자의 직접적인 결합을 보여주면서 기존의 건물과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되었으며, 그 속에서 도자가 핵심적인 조형요소로 제시된다. 랜드마크 조형물이기도 한 《세라믹게이트》전은 10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약 5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높이 2.4m(좌측) ~3.4m(우측), 길이25m의 벽면에 도자기 작품들을 삽입하여 부조 형태로 구성했다.
전체적인 느낌은 발굴현장을 연상하도록 연출했으며, 마치 도자기가 오랜 세월 땅 속에 묻혀 있는 듯한 분위기를 구현하여 흙의 역사성과 퇴적의 의미를 묘사했다. 전체 조형물의 형태는 전시관 건물의 곡선형태와 조응하면서 비정형의 단아한 곡선을 강조하여 디자인 했으며 조형물 바닥에 LED조명을 설치하여 어두운 밤에도 시원한 곡선의 느낌을 유지하도록 설계했다. <Ceramic Space & Life> 참여 작가들의 작품으로 이뤄진 이 조형물은 여주 세계생활도자관의 새로운 ‘포토존’을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여덟개의 전시실은 전통과 현대, 조형과 생활도자작품들을 각 공간 속에 전시함으로써 도자작품의 근원적 성질과 예술적 가치를 부각시킨다. 동시에 작품들은 각기 놓여진 공간과 소통하면서 새로운 의미가 된다. 즉, 도자는 더 이상 장식적 기능의 영역에서 머물지 않고 ‘공간예술’과 ‘도자예술’의 조화를 이루면서 도자작품들이 오브제로써 조명된다. 또한 이 전시에 참여한 65명의 국·내 외 작가 작품 130여 점들은 과거의 자취와 흔적을 통해 미래 도자가 나아갈 한 갈래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사진과 표가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5월호를 참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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