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한향림 갤러리에서 <커플공방전>이라는 톡톡한 주제로 전시가 열려 관심을 모았다. 이번 전시는 2005년 도예가 세 커플이 참여했던 한향림 갤러리 특별 기획전 <테이블 데코전-사계절 만찬>에 이은 두번째 전시이다. 전시제목을 보자마자 작년 텔레비젼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 ‘메리대구 공방전’이 먼저 떠올라 웃음을 지었는데 ‘공방전攻防戰 offensive and defensive battle’이 아닌 ‘공방工房’이었음을 생각하며 다시한번 웃음을 지었다. 전시를 보기 전부터 제목만으로도 흥미를 자아낸 전시였다. ‘작가로써의 작업’과 ‘부부로써의 생활’을 같은 공간에서 함께 하며 삶을 공유하는 이들의 작품에는 따뜻함이 묻어난다.
작업에 쏟는 시간과 물리적 에너지를 함께 나눔으로써 서로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고 때로는 누구보다 예리하고 정확한 비평가가 되어주기도 한다.
한향림 갤러리 2층 전시장으로 올라가 바로 보이는 오른편에는 국민대학교 도예과 커플 민승기 연보라의 테이블 셋팅과 화병, 컵 등이 깨끗하고 정갈하게 연출되어있다. 연한 파스텔톤 베이지와 그린 색감에 심플한 라인으로 디자인 된 작품들은 어떤 음식을 담아도 깔끔하고 맛깔스러울 것만 같다. 전시장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 좌측에 연출된 테이블 셋팅은 국민대 공예미술학과 커플 장호승 전지영의 솜씨다. 연한 분홍빛의 테이블보 위에 이제 막 겨울을 지난 나무에서 싹 틔운 듯한 연한 초록잎이 식기 이곳저곳에 내려앉아있다. 곧 찾아올 봄처럼 산뜻한 식탁이다. 하얀 분청과 밝고 어두운 유약이 어우러져 모던하면서 따뜻한 느낌을 더하는 식기는 초록빛 새싹을 품는 넓은 대지와 같다. 전시장 오른편 창문이 있는 공간에는 단국대학교 도예과 커플 김종훈 문지영의 작품이 놓였다. 오백 원짜리 동전만한 미니 주전자가 뚜껑에 달려있어 눈길을 뺏는 김종훈의 주전자, 눈이 내린 듯한 깨끗하고 단아한 백자 식기는 문지영의 작품이다. 금속 손잡이가 달려 고급스러운 주전자와 찻잔, 도톰한 두께와 손맛 나는 라인이 탐스럽기만 한 백자식기는 오묘하게 잘 어울린다.
<커플 공방전>은 세 커플의 개성있는 테이블 웨어를 통해 현재 도예공방의 흐름을 살펴보고 부부이자 작가인 이들의 작업환경이 생활과 작품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 주었다. 앞으로 이들을 포함한 ‘부부 도예가’로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다양한 전시를 통해 가정으로부터 나오는 따뜻함을 전해주길 기대해 본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08.3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