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는 백자항아리의 희고 깨끗한 살결과 둥글둥글한 생김새가 보름달을 연상시킨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다른 명칭으로는 백자대호白磁大壺이다. 세계적인 미국의 현대미술가 엘스워스 켈리Ellsworth Kelly는 “모든 것을 비운 결과물인 조선백자 달항아리의 선에 매료되어 작품의 영감을 받았다.”고 술회한 바 있다.
한국의 미를 대표하는 달항아리를 주제로 펼쳐진 <화가와 달항아리>전이 1월 15일부터 2월 10일까지 서울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16명 작가의 도예, 회화, 조각, 사진 등 80여점으로 꾸며졌다. 도예작품으로는 고故 한익환의 작품을 비롯해 고희를 맞은 박부원, 영국 대영박물관과 미국의 휴스턴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는 박영숙과 권대섭 신철 강민수 김은경 양구 강신봉 등의 백자달항아리 작품이 선보였다. 이와 함께 달항아리의 멋에 심취했던 도상봉 김환기 화백의 주옥같은 작품을 비롯한 현대 중견 작가 고영훈 구본창 강익중 김덕용 정광호의 평면과 입체 작품들은 달항아리의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잘 표현해냈다.
참가자 중 도예가 박부원은 76년 한국 도예 5인전, 82년 분청사기 개인전을 시작으로 국내는 물론 일본, 미국, 러시아에서 수많은 전시를 열어 한국전통도예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렸다. 도예가 박영숙은 백자의 기품과 정갈한 아름다움으로 뉴욕에서도 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전시에서 조선시대 18세기의 제조기법으로 재현한 달항아리의 담백한 매력을 보여주면서 과거 우리 달항아리의 모습을 재창조해냈다. 한국의 대표적인 화백 도상봉과 김환기는 “나의 예술의 모든 것은 조선 백자항아리에서 나왔다.”고 극찬할 정도로 백자달항아리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이들의 그림은 수십여 점의 달항아리를 화폭에 주제로 잡아냈다. 사진작가 구본창은 달항아리를 카메라에 담으며 그 아름다움을 예찬하고 동시에 그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백자는 마음을 비워 무욕의 아름다움을 성취한 놀라운 작품이다. 그 무욕의 마음을 사진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진의 사실적이고 기계적인 특성과 백자의 자연스러움은 어우러지기 힘들었기 때문에 백자의 외형적 형태보다는 그 내면에 흐르는 깊고 단아한 감성을 파고들고자 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 소장가들의 도움을 받아 찬조 출품된 세 점의 18세기 조선 백자 달항아리는 과거 우리 조상들의 멋과 기술을 엿볼 수 있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지난 1월 15일과 2월 1일에는 전시장내에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동양적 비움, 여백의 미의 상징 백자달항아리>에 대한 강의도 펼쳐졌다.
김성희 기자 masaderu@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