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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1월호 | 전시토픽 ]

비누향 뿜어내는 도자기
  • 편집부
  • 등록 2009-06-09 15: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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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경 비누조각전
 Translation
서울 몽인아트센터:11.23~2008.2.3

 

지난 11월 23일부터 서울 삼청동 몽인 아트센터에서 조각가 신미경의 <Translation>전이 열리고 있다. 비누를 이용해 독특한 작가적 재해석을 시도해온 신미경은 이번 전시에서 《번역translation》이라는 주제로 도자기와 불상들을 선보였다. 전시장 입구를 들어서면서부터 코끝을 살그머니 간지럽히는 것은 은은한 비누향기. 곳곳에 자리 한 도자기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이 향은 전시장을 한가득 메워 신선한 후각적 전시연출을 돕는다.

둥실한 풍부함을 고요히 담아낸 조선 달항아리, 고려 청자와 조선 백자, 섬세하고 화려한 문양의 중국도자기, 부분적으로 둥글게 마모된 불상들은 작품을 가까이 보기위해 발걸음을 한 걸음씩 옮길 때마다 부드러운 비누향을 뿜어낸다. 전시장 내 모든 작품들은 비누로 제작된 것. 도자기 시리즈「translation-vase」는 비누로 도자기 모양을 뜨고 그 위에 상감기법을 이용해 그림을 새기거나 동양화 안료로 분청사기나 철화백자처럼 색을 칠한 것이다. 후에 투명한 비누막을 한겹 더 씌워내는데 이는 마치 초벌된 기물에 유약을 입혀내는 과정과 비슷하다. 안정감 있는 형태와 정교한 문양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전시장 한 켠에는 부분적으로 마모되었거나 머리가 아예 떨어져 나가버린 불상 9개「Translation-toilet project」가 일렬로 전시되어 있다. 같은 크기로 제작된 비누 불상들은 일정기간동안 아트선재센터, 갤러리 쌈지 등 여러 갤러리 화장실에 배치되어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에게 사용되었다가 회수된 작품들이다. 이는 쉽게 닳아지는 재료의 특성으로 시간의 흐름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려는 작가의 의도적 연출이기도하다. 2층 전시장으로 올라가면 중앙에 불규칙하게 놓여진 나무 상자들과 그 위에 올려진 도자기들이 마치 해저유물선에서 방금 발굴해 낸 현장처럼 생동감있게 연출되어 더욱 흥미롭다.

서울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서울과 영국 런던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작가 신미경(40)은 자신이 경험해 온 다양한 종교적, 역사적, 문화적 문맥에 대한 ‘번역translation’을 도자기와 불상으로 표현한다.
“번역translation은 문화와 언어의 영역에서 벌어질 수 있는 유기적 소통의 방식이다. 여기서 말하는 유기성이란 각 문화의 독특성, 그 문화권 속의 일원들, 시간 속에 벌어지는 것들의 관계를 말한다. 나는 비누라는 일상적 재료를 통해 문화의 상호 침투와 전이, 그리고 독창성의 문제, 복제와 재생산 등에 관한 관심사들을 다루어왔다. 소위 ‘유물’이라 일컬어지는 오브제들은 각각 고유의 장소성과 시간성을 지니고 있는데, 나는 이러한 것들이 시간과 장소 속에서 옮겨지면서 생겨난 시차와 낙차에 주목해 왔다. 지난 10여 년간의 작업은 이러한 이야기를 비누라는 재료를 통해 풀어온 번역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작가 노트 중에서 

작가는 전시장을 찾은 관람자들의 서로 다른 다양한 조건과 상황에서 그들 개개인이 존재하고 있는 종교적, 역사적, 문화적 맥락을 통해 다시 한번 작품이 ‘번역’되기를 기대하며 “도자기 시리즈는 진품과 위조품의 논란에서 자유로운, 내가 번역해 낸 온전한 진품이다. 한국과 중국, 영국 등에서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된다”고 전했다.

장윤희 기자 bless_tr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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