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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월호 | 작가 리뷰 ]

김종영_ 고요한 달항아리 표면에 어여쁜 선
  • 이민흽 기자
  • 등록 2025-12-01 12: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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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영 《달항아리展》 

10. 15. ~10. 30. 장은선 갤러리



넉넉하게 부풀어 오른 달항아리는 단순히 물건을 담는 용기를 넘어 넉넉함과 포용, 청렴과 순수를 상징했다. 선조들의 생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달항아리는 오늘날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전통과 예술을 잇는 상징적 존재가 됐다. 김종영 작가는 오랜 시간 달항아리를 작업하며 과거의 유산을 계승하는 동시에 현대적 미감을 더해 오늘날의 의미와 가치를 더하고 있다. 


「달항아리」 H54×53cm | 백자토, 투명매트, 환원소성, 1250℃ | 2025


마음으로 들어온 달항아리를 완성하다

영국 대영박물관은 2000년 한국관을 개관하면서 18세기 달항아리를 대표 유물로 전시하며, ‘Moon Jar’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낭만적이고 간결한 명칭은 곧 전 세계인들에게 달항아리를 기억하게 하는 상징이 되고, 달항아리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2005년 국립고궁박물관 개관 특별전으로 9점의 달항아리를 처음 전시했고, 많은 관람객들이 백자 항아리 앞에 서서 고요한 울림을 경험했다. 김종영 작가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그때부터 오늘까지 작가는 달항아리에 선조의 지혜와 정신을 담아내면서 이를 작가만의 기법으로 섬세하고 대담하게 표현해 오고 있다. 

지난달 열린 작가의 개인전에서는 달항아리 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지난 두 번의 개인전에서는 운용문달항아리와 운용문용준항아리 등 구름과 용이 화려하게 그려진 도자를 선보였었다. 이번 전시는 달항아리 작업을 해 온 20여 년의 숙련과 노력을 감상할 수 있는, 둥근 보름달을 닮은 순백의 달항아리를 선보이는 첫 번째 전시이다. 작가의 작품은 단순히 과거의 유산을 계승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전통적인 상하부 접합 기법을 활용해 형태의 자연스러운 비대칭미를 살리는 동시에 옹기 기법, 무유소성(유약을 바르지 않고 구워 내는 기법)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작품의 개성을 더한다. 달항아리는 크기가 크기 때문에 건조 과정에서 갈라지거나 소성 중 뒤틀리는 경우가 많다. 작가는 흙의 성질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접합 부위를 보완하기 위해 꾸준히 연구하며 작가만의 작업 기법으로 발전시켰다. 


「청화 주화 운용문 용준 항아리」 H34.5x27cm | 백자토, 청화안료, 주화안료, 투명매트, 

산화소성, 1250℃ | 2024


새로운 기법으로 아름다운 선을 그리다

어린 시절 만화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작가는 주변의 추천을 받아 부산공예학교에 입학해 기능반에서 물레를 수련했다. 졸업할 즈음에는 50cm 정도의 도자를 만들 수 있는 실력이 됐다. 졸업을 하고 사회에 나가 바로 도자를 만들려다 보니 크기는 나오지만 만족할만한 선과 형태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 길로 고향을 떠나 도자의 본고장인 경기도로 가방 하나 메고 올라왔다. 흙 재료 준비, 장작 준비 등 도자기 뒷일부터 시작해 어깨너머로 배우고 집에 와서 연습하며 10년 정도 여러 선생님들께 수련을 받았다. 

그 후 등잔, 화병, 차 항아리, 쌀독 등 다양한 작업을 이어왔다. 그의 작품은 인사동에서 꽤나 인기 있었고,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었던 히딩크의 아내가 그의 차 항아리를 구입해 네덜란드로 직접 보내주기도 했다. 그러다 2005년 달항아리에 매료된 이후로 전통적인 방식에서 나아가 작가만의 기법으로 달항아리를 재해석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1년 정도 옹기를 배우기도 했는데, 흙과 유약은 다르지만 위아래를 이어 붙이는 옹기의 기법은 달항아리와 같았다. 옹기 기법을 접목시켜 달항아리를 만들면서 작가는 꾸준히 새로운 기법을 연구했다. 큰 사발 두 개를 이어 붙이고 전을 깎는 전통 기법만으로는 다양한 변화를 주기가 어려웠다. 작가는 두 개를 이어 붙이면서 사선으로 밀어내는 방식으로 형태를 잡아 나가는 기법으로 작업을 하며 달항아리에 다양하게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손에 익지 않았던 새로운 기법은 꾸준히 작업하면서 숙련됐고 작가만의 작업 기법이 되어 달항아리의 형태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됐다. 작가의 특별한 작업 기법은 달항아리의 형태가 깔끔하고 선이 아름답게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크고 흰 달항아리는 모두 같아 보여도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은 표면의 세련된 선을 보고 작가의 달항아리를 찾아낼 정도다. 작가는 달항아리의 단순한 외형적 아름다움을 넘어 일률적이지 않고 개성이 드러난 달항아리를 완성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청화운용문 달항아리 대호」 H52x51cm | 백자토, 청화안료, 투명매트, 환원소성, 1250℃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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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종영은 부산공예학교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18번의 국내 전시와 이탈리아, 영국, 미국, 중국 등 해외 여러 나라에서  전시를 가졌다. 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 및 2025 고용노동부 선정 도자공예 우수숙련기술자로 선정되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총 23번의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현재는 길상요 대표이자 도자공예기능사로 단국대학교 도예미술학 석사 과정 중이다.




사진.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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