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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월호 | 작가 리뷰 ]

쉬용쉬의 의심과 인내
  • 오순화 예술철학박사, 단국대학교 도예과 외래교수
  • 등록 2025-12-01 11:32:28
  • 수정 2025-12-01 11:4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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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용쉬 국제 순회전《시시포스의 의문》 

8. 20. ~9. 27. 아트스페이스3



삶과 예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다

Hsu Yunghsu International Touring Exhibitions 《Sisyphus’ Doubt


대만의 현대도예가 쉬용쉬(徐永旭, 1955~ ), 대만의 한국 첫 개인전 《시시포스의 의문》이 종로구 통의동 아트스페이스3에서 열렸다. 작가의 최근 대표작 중 19점을 선별하여 구성된 이 전시는 타이난응용과학기술대학교 미술학과에 재직 중인 정승화 교수가 기획한 순회 전시로, 서울에 이어 튀르키예 그리고 이탈리아에서의 전시를 앞두고 있다. 


「2015-20」 H180×L119×W70cm | Stoneware


쉬용쉬의 의심과 인내

정승화 교수는 “인간의 의심과 인내”라는 보편적 주제의 질문에 “작가의 예술행위와 결과”로 응답하고자 쉬용쉬 개인전 《시시포스의 의문》을 기획 했다고 한다. 시시포스는 고대 그리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코린토스 왕국의 왕으로, 장수를 누리기 위해 저승의 신 하데스를 속이고 결국 뜻을 이루 게 되지만 평생 무거운 바위를 가파른 언덕 위 정상으로 밀어 올려야 하는 형벌을 받게 되는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바위는 아무리 힘겹게 밀어 올려도 언제나 정상 부근에서 굴러 떨어지고 마는데, 시시포스는 영원히 이 고통의 행위를 반복해야만 하게 된 것이다. 정승화 교수는 이런 시시포스의 고통스러운 무한 반복 행위를 쉬용쉬 작가의 점토 작업 행위에 반추해 예술의 관점에서 인간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의 해답을 찾고자 한 것이다. 

과연 시시포스는 바위의 존재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의심하거나 고찰한 적이 있을까, 예술이 바위를 미는 행위라면 바위의 실체는 무엇이며 이 행위에 우리는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가가 정승화 교수의 질문이다. 정승화 교수는 “만약 시시포스에게 바위가 신이 내린 형벌이었다면 쉬용쉬에게 바위는 예술적 의문과 유혹이며 동시에 극복하고 저항해야 할 장애물”이라고 둘의 관계를 설정했다.  

쉬용쉬 작가는 양손의 모든 관절과 손목을 테이핑 한 상태로 자르고, 누르고, 쌓고, 늘이고, 붙이는 반복적인 육체노동을 통해 작품을 완성한다. 이렇게 육체의 흔적으로 완성된 작가의 조형은 극한의 고통 상태에서 탐색하고 인내한 끝에 찾아낸 예술적 수행의 결과물이다.


「2024-19」 Porcelain Fluorocarbon Line, dimensions variable


감각의 공명

쉬용쉬 작가는 관람자를 향해 자신의 작품 속에 있는 신체적 감각에 공명할 것을 요구한다. 자신의 작품 앞에 선 관람객이 시각과 공간을 압도하는 형체와 율동에 신체 경험을 환기하고 지식이나 이론적 이해가 아닌 감각의 공명으로 작가의 작품에 다가오기를 바라는 것이다. 작가는 이런 희망을 작품 「2015-20」과 「2024-19」에서 극명하게 표출하고 있다. 작품 「2015-20」에는 재료, 시간, 신체에서 나오는 힘과 생명의 강인함이 응집되어 있다. 웅장하지만 유연한 실루엣 사이로 보이는 거대 공간 그리고 그 속에 숨어 있는 수많은 미세 공간 틈으로 빛이 쪼개져 들어오고 있다. 그 공간과 빛의 조합이 관람객에게 환영을 불러일으킨다. 작품 「2024-19」 역시 주무르고, 구부리고, 뚫고, 연결해서 만든 거대한 설치물이다. 작가의 손끝, 관절, 근육의 흔적이 생명의 메시지로 남았다. 반복적인 행위의 결과로 나온, 백색 유닛들을 또다시 반복적으로 조립하는 방법으로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을 완성하였다. 「2024-26」처럼 삶에 대한 집착으로 갈등하고 고뇌하는 속내가 그대로 드러난 작품도 있다. 로뎅의 조각 작품 「세 개의 그림자 The Three Shades」를 연상시키는 추상표현이다. 삶에서 오는 좌절과 성취, 화합과 분열이 극적인 자유 곡선과 팽팽한 긴장감으로 묶인 조형으로 완성되었다.  


「2024-26」 H111×L70×W66cm | Stoneware


이런 쉬용쉬 작가의 작품에서 필자는 충만한 에너지의 파장을 몸으로 느끼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 특별함은 고통을 인내한 신체의 일부가 만들어낸 생명체의 에너지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압도적인 크기에서 놀라 다가갔지만 이내 미세한 육체의 흔적이 만든 거대 공간 속 기나긴 시간의 흔적 그리고 그곳에 깃든 작가의 뜨거운 에너지에 공명한 것이다. 겸허한 자세로 생명의 흔적들, 얇은 기벽이 주는 무중력감, 물 흐르듯 자유로운 곡선의 평화로움, 색채가 주는 중압감 혹은 해방감 그리고 공간 깊숙이 각인되어 있는 고뇌와 인내의 흔적이 내뿜는 압도적인 에너지와 마주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경험하는 특별한 감동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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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쉬용쉬徐永旭, Hsu Yunghsu는 대만 가오슝 출생으로 국립핑퉁교육대학을 졸업하고 국립타이난예술대학교 응용예술연구소에서 석사를 마쳤다. 2018년에는 유네스코 산하 국제도예학회 명예회원으로 임명되었으며, 40여 회의 개인전과 60여 회의 그룹전에 참가했다. 작품은 호주의 화이트래빗 갤러리와 일본의 기후현 현대도예미술관, 아이치현 도자기미술관, 그리고 대만의 국립타이완미술관, 타이베이시립미술관, 가요슝시립미술관, 신베이시립잉거도자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사진. 아트스페이스3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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